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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민족사 속에서 다시 살려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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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민족사 속에서 다시 살려내겠습니다"

<추모사> 미국에서 정몽헌 의장 유고를 접하고

***추모사**

정몽헌 현대아산회장의 비통한 죽음에
진심으로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그의 꿈은 선친(先親)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遺志)를 받들어
남과 북 사이에 새로운 삶의 미래를 건설하고
우리의 후손들이 자유롭고 풍요한 일상을 누리도록 하는 일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주변의 거대한 열강들이 우리 민족의 경제기반을 모두 쥐고
좌지우지 하지 못하도록
당장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내일의 기반을
다름 아닌 우리의 손으로 마련하는 일에 자신의 생애를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정몽헌 회장의 열정과 헌신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과 하나가 되어
소중한 열매들을 맺어나가고 있었습니다.

남과 북이 서로에 대한 불신을 털어버리고
서로가 가지고 있는 힘을 하나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은
그렇게 경제의 영역에서 우여곡절을 거치면서도
우리 모두의 빼앗길 수 없는 자산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햇볕정책과 함께 그에 발맞추었던 일체의 정치경제적 행위가
이를 당연히 계승 발전시킬 줄 알았던 권력에 의해
생각지도 않게,
냉전시대의 흉악한 유물로 남은 사법적 잣대로 범죄시되면서
상황은 역전(逆轉) 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남북 경협의 최일선에서 사력을 다해온 정몽헌 회장에게
인간적으로나,
기업적 입장에서나
그리고 역사의 차원에서나
모두 말할 수 없는 타격이며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되어갔을 것은 분명합니다.

죽음의 정확한 사유와 그 성격, 진상을
우리는 지금 알지 못하지만
정몽헌 회장이 살아 계시다면
온 몸을 걸고 가장 힘을 쏟을 일이 무엇인지
유서(遺書)를 통해서도 확인되었듯이 남과 북의 경제적 미래의 발전이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오랫동안 염원해온 평화와 통일은
남과 북이 함께 밥을 먹고 같이 일하고 서로 사귀며
땀 흘려 얻은 소산을 같이 나누는 과정에서 완성됩니다.

정몽헌 회장은 바로 이 일을 위해
자신의 생애를 뜨겁게 바쳐 왔습니다.
그것은 선친의 뜻을 이어나가는 일로서만이 아니라
이 민족의 귀중한 꿈을 그 자신이 감당하는 영광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기업인의 죽음을
다만 그의 개인적 비극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이 지금 처한 고난과 시험 가운데 일어난
우리 모두의 뼈아픈 죽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정몽헌 회장의 죽음은
그간 뜻하지 않게 위기에 몰려가던 햇볕정책,
그리고 이와 함께 뜻을 같이해온
일체의 선택 및 행위에
도리어
새로운 힘을 더해나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이 미처 헤아리지 못한
역사의 지침이며
정몽헌 회장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깊고도 깊은 모두의 공감대가
거대한 하나의 힘으로 뭉쳐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세력 앞에서
정몽헌 회장은 한 개인으로 그에 맞서 이겨내기에는
너무도 힘겨웠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의 부재(不在)는 우리 모두에게
그리 가슴 아프고
또 역사를 진전시키려는 이들 모두의 운명처럼 여겨지기에
그 비극의 고통이 더 합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그를 민족사 속에서 다시 살려낼 것입니다.
그가 죽음으로 지켜내려 했던 민족의 대업에
뒤를 이어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이 함께 사는 세상,
그래서
누구도 빈부의 차이 없이
전쟁의 위협 없이
외세의 힘에 빼앗김이 없이
민족이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골고루 잘 살아가는 그런 아름다운 미래,
그것을 위해 우리는 역사의 발걸음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금강산에 자신의 유분을 뿌려달라고 한
정몽헌 회장의 마지막 당부는
금강산으로 시작된 남북의 생명선을 끝까지 수호해내려는 뜻임을 압니다.

그렇지요.
우리는 그걸 한사코 지켜낼 것입니다.
누구도 그 길을 가로막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도 이 발걸음을 중단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못내 이루지 못한 꿈,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책임이 되었습니다.
비애를 안고 간 그 가슴에 남아 있던 한(恨)도
우리 모두에게 풀어야 할 숙제가 되었습니다.
부디, 잘 가소서.
그동안 마음에 맺혔던 한과
가족들에 대한 거두기 어려운 아픔과
이 시대의 사명에 대한 안타까움,
이제는 더 이상 그로써 고통스러워하지 마소서.

남은 자들이 감당하리라.
남은 자들이 이어가리라.
남은 자들이 헌신하리라.
우리 모두
통일과 평화의 날,
흥겨운 축제를 벌이면서
정몽헌,
당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울며 기뻐할 것입니다.
누가 그 축제의 자리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지를 떠올리며
애통해하나 감사할 것입니다.

그 삶은 그래서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유가족들의 아픔에 진실로 위로 드리며
이 시대의 어둠을 뚫고 간
민족적 양심을 가진 기업인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가시는 길에
우리 모두
꽃 한 송이 바치오니
언젠가는 만날 기약하며
이생의 고통을 벗고
그여이 다시 돌아올 발걸음으로
눈물의 꽃 밭,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2003년 8월 4일
김민웅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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