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최대 메이저 CJ와 시네마서비스 일대 혈전 -두 메이저간 싸움으로 국내 영화계 큰 소용돌이에 휘말려**
충무로의 새로운 거대 전투의 역사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메이저 투자배급사로서 국내 영화산업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 대 시네마서비스(CS)의 전쟁이 양측 모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사즉생의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CJ, CS는 이미 각각 필살의 일합을 겨룬 상태. 이달 말까지의 시한을 앞두고 잠정적으로 협상이 중단된 상태지만 사태 여하에 따라 곧 양측 모두 심각한 내상이 우려되는 최후의 결전을 벌일 태세다. 문제는 CJ-CS전이 이들만의 싸움이 아니라 국내 영화산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시네마서비스의 경우 현재 영화 신규투자를 전면 중단하고 있는 상태로, 이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올 하반기 혹은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영화배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두 업체간에 다소 급작스럽게 벌어진 제로 섬 게임, 전면전 양상은 표면적으로는 멀티플렉스 체인인 ‘프리머스’의 소유 경영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가 직접적인 이유가 됐다. 프리머스는 현재 부산과 대전, 전주 대구 포항 순천 제주 등 서울을 제외한 주요 도시에 체인망을 구축한 상태로 올 9월에는 서울 신림동과 독산동에 각각 10개 스크린씩 20개 스크린의 극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연말까지는 최소1백50에서 최대 1백70개의 극장망을 펼칠 전망이다.
최근 2~3년간 국내 극장업계는 주요 멀티플렉스 업체간의 치열한 세력 확장전이 가속화돼 왔으며 현재 시장점유율 면에서 CJ가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로 잠재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롯데그룹이 바짝 뒤를 좇고 있으며, 동양그룹의 메가박스 그리고 프리머스 등이 경쟁국면을 형성하고 있다. 프리머스의 지분은 현재 CJ의 자회사인 CJ인터넷이 50%, MVP창업투자가 30%, 시네마서비스의 강우석 감독이 20%를 소유하고 있다. 소유지분만으로 볼 때 프리머스는 CJ인터넷의 자회사! 궁극적으로는 CJ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CJ와 CS간에 소유 경영권 갈등이 빚어지게 된 것일까. 거기에는 국내 영화산업의 복잡한 이해관계, 인맥관계의 역사가 뒤얽혀 있다.
***강우석의 프리머스가 CJ의 프리머스가 되기까지**
당초 프리머스는 2002년 8월 강우석이 실질적인 운영권을 갖고 있는 시네마서비스 곧 CS가 설립한 극장 체인이었다. 강우석 감독은 95년 8월에 투자배급사 시네마서비스를 설립한 후 지난 10년간 세트사업체인 아트 서비스를 비롯, 극장체인인 프리머스까지 만들며 국내 영화계 내에서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넓혀 왔다. 강우석 감독은 이 과정에서 로커스홀딩스와 결합을 통해 종합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플레너스 그룹을 만들어 이들 시네마서비스, 프리머스, 아트 서비스 등 세 회사를 재편시켰다.
플레너스는 이어 지난 해인 2003년 8월 포털 게임업체인 넷마블과의 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시킴으로써 대규모 영화사업을 벌여 왔다. 이 과정에서 플레너스의 대주주가 넷마블의 방준혁 사장으로 바뀌게 된다. 플레너스 그룹은 보다 본격화된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전환되었으며 영화사업을 중심으로 극장, 세트 및 광고대행, 음반, 게임사업까지를 포괄하게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된 셈인데 플레너스의 대주주가 된 넷마블의 방준혁 대표는 회사가 구성된 지 1년이 채 안돼 이의 매각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력사업인 시네마서비스의 영화 분야가 잇따라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이 겉으로 드러난 이유였으나 실제로는 방준혁 대표측과 강우석 감독측의 영화사업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 이윤 극대화 전략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속적인 영화사업이 어렵게 될 것으로 예상한 강우석측은 방준혁측과 2003년 12월 영화사업부문인 시네마서비스, 프리머스, 아트서비스 등 세개 회사를 물적분할한 후 강우석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강우석측은 이제 다시 회사를 되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돈이었다. 세개의 회사를 되찾기 위해 필요한 돈은 약 6백억원 정도였다. 양도의 조건으로 강우석은 플레너스에 6백억원 가운데 절반인 3백억을 바로 지급하고 나머지 3백억원 가량은 3년간 1/3씩 분할 납부해야 했다. 지난 연말 개봉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가 수개월을 러닝하면서 천만관객을 모은 것은 그같은 양도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게 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문제였다. <실미도> 이후 시네마서비스는 잇따라 영화흥행에 크게 실패하게 되면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강우석측은 동양그룹인 쇼박스로부터 2백억원을 무상으로 지원받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조건은 거의 전무했는데 강우석 감독이 제작 혹은 연출하는 큰 영화 3~4편의 배급권을 쇼박스에 넘기는 정도였다. 지난 3월경의 일이었다.
이때 등장하게 되는 인물이 전 로커스홀딩스 대표이자 플레너스가 넷마블과 합병하기 전 사장으로 있었던 박병무 현 뉴 브릿지 캐피탈 사장. 박 사장은 CJ 그룹이 플레너스의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의 매각을 위해서는 주요 대주주인 강우석 감독이 사전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했고 CJ측에서는 플레너스와 강우석측간에 맺어진 계약, 곧 영화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을 차질없이 진행할 것과 진행중인 영화사업 부문의 경영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이를 위한 조건으로 당초 동양그룹의 쇼박스가 제안했던 2백억원을 CJ가 대신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CJ측에서는 박동호 대표이사와 최평호 상무, 마정만 실장 등 3인이 참석하고 CS측에서는 강우석 감독과 박영목 변호사 등이 참석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사전양해각서', 곧 non-binding MOU(이하 MOU)를 교환하기에 이른다. 지난 4월 CJ와 CS간의 대회전의 서막이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동상이몽 혹은 누군가의 거짓말?**
처음엔 양측 모두 행복해 했다. 두 메이저는 이제 국내시장을 놓고 경쟁보다는 파트너 관계로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영화계에서는 오히려 CJ와 CS의 결합으로 야기되는 이른바 거대 독점그룹의 출현을 다소 우려섞인 눈으로 쳐다보게 됐다.
하지만 두 회사간 밀월관계는 두달이 채 가지 못했다. 양측에서 당초 협의하고 또 MOU상에 기재된 대로 플레너스로부터 물적분할된 세개의 영화사업체의 양도에 대해 새로운 조건이 첨가되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프리머스 양도문제다. CJ측 주장으로는 MOU와 별도로 강우석 등과 ‘수차례에 걸쳐 구두로 약속한 대로’ 2백억원을 지원하는 대신 3년후에 CJ가 합리적인 프리미엄 가격을 지급하고 다시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CJ측은 다만 강우석이라는 이른바 ‘영화계 파워 1인자’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이 구두약속의 내용을 MOU에 별도 기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CS측 입장은 1백80도 다르다. CS측 주장은 CJ가 애기하는 구두약속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대가없이’ 그리고 ‘무조건’ 2백억원을 지원한다는 것이었으며, 그에 따라 당연히 MOU에도 당초 '플레너스 방준혁 vs. 강우석'이 양해한대로 물적 분할된 세개의 회사를 10월말까지 양도하기로 기재했다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공개된 바는 없지만 양측이 밝힌 MOU의 내용대로라면 일단 CS측이 양측간 약속의 실체를 확보하고 있는 셈이 된다.
하지만 CJ측에서는 강우석 감독이 “앞으로는 작품 연출과 제작활동에만 주력하고 싶다”며 “자신은 경영을 잘 모르니 프리머스의 경영권을 맡아 달라”는 약속을 편의대로 뒤집었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태의 과정을 보면 어느 한쪽이 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상 과정에서 애초부터 양측이 서로 다른 꿈을 꿨다는 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MOU에서 체결한 내용에서 진전된 새로운 협상안을 내놓은 것은 CJ다. 그렇다면 왜 CJ는 새로운 협상안을 구상하게 된 것일까?
***다시 등장하게 되는 박병무와 뉴 브릿지 캐피탈의 4백억원**
다시 문제는 돈이다. 잇따른 영화의 실패로 현금 조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강우석측은 CJ로부터 2백억원을 지원받더라도 플레너스 방준혁측에게 먼저 지급해야 할 3백억원에서 1백억원 가량이 모자란 상태가 됐다. 이 자금의 구멍을 메우겠다며 나선 구원투수가 박병무 뉴 브릿지 캐피탈 사장이다. 박병무 사장은 모자란 돈을 투자하겠다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4백억원을 투자해 시네마서비스와 프리머스의 경영권을 확보하겠다는 의향서를 CJ인터넷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대목에서 CJ가 입장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CJ가 봤을 때 박병무 시장의 지원금 4백억원은 파이낸셜 인베스트먼트 펀드 곧 투기성 자본으로, 향후에 자신의 지분 권한을 내세워 프리머스를 최대 경쟁 멀티플렉스업체인 롯데시네마나 동양그룹의 메가박스에 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CJ에게 프리머스의 의미는 매우 중차대한 의미가 된다. 지금 당장은 그리 먹고싶지 않은 떡이지만 향후 3~5년후에 약 2천개 스크린으로까지로 확대 재편될 국내 멀티플렉스 사업에서 프리머스의 수백개 스크린을 누가 가져가느냐가 시장장악에 중요한 변수가 되기 때문이다.
CJ에게 프리머스는 현재 계륵(닭갈비)과 같은 존재다. 먹자니 부담스럽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것이다. 3년후 재인수 논란은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며, 따라서 이번 CJ-CS 분쟁의 보다 본질적인 원인은 프리머스 소유 운영권한을 넘어서서 향후 3~5년후의 국내 영화시장 재편과정을 바라보는 장기적 포석에 의한 것인 셈이다. 그렇게 되면 CJ가 거짓말을 하느냐 CS가 거짓말을 하느냐의 문제는 더 이상 중요성을 갖지 못하게 된다.
CJ로서는 대기업의 속성상 향후 자사의 시장지배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 된다. 영화계 일각에서 대기업의 속성상 CJ의 입장 선회가 이해가 간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하지만 CS는 CS대로 CJ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향후 메이저에서 군소업체로 급전직하할 운명이라고 판단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임을 강조하고 있다.
***교착상태에 빠진 협상, 대타협을 요구하는 목소리 높아져**
현재 시네마서비스에서는 CJ측이 뉴 브릿지 캐피탈의 이른바 투기성 자본 4백억원의 유입을 문제삼고 있는 바, 전격적으로 이 자본 지원을 안받기로 결정한 상태다. 따라서 CJ는 새로운 제안을 철회하고 MOU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하지만 CJ는 설혹 뉴 브릿지 캐피탈의 자본 지원이 철회됐다고 해도 자금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강우석측이 또 다른 ‘투기성 자본’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따라서 새로운 제안은 계속 유효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0월말까지로 예정돼 있는 협상시한이 지날 경우 표면적으로 강우석이 설립한 세개의 영화사업체는 계속해서 CJ인터넷 자회사로 남게 된다. 하지만 이미 시네마서비스의 직원들은 모두 사표를 제출한 상태로 그렇게 되면 CJ인터넷에서는 껍데기뿐인 영화사를 소유하게 된다. 프리머스의 지분 역시 현재 상태 그대로 유지되면서 끊임없는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게 될 가능성이 높다. CJ는 시네마서비스를 청산하더라도 프리머스를 놓치 않겠다는 입장이고, 시네마서비스는 시네마서비스대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는 한이 있더라도 프리머스를 절대 뺏기지 않겠다는 자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은 두 회사와 지속적인 투자배급 관계를 맺고 있는 영화제작사들이다. 두 메이저간 싸움은 새로운 영화제작 상당부분을 지연시키거나 취소시키고 있으며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올 연말의 국내영화 라인업, 더 나아가 2005년의 국내 영화 라인업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내 영화산업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측간 갈등은 현재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좁혀들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각자 한발씩 뒤로 물러설 명분을 확보하는 것조차 이미 때를 놓쳤으며 한편에서는 대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것을, 또 한편에서는 오랜 우호적 관계의 영화인들을 배수진으로 철옹성에서의 옥쇄 작전을 고집하고 있다. 문제는 곪을 대로 곪았다. 양자간 최후의 일합이 목전에 다다른 상태다.
그렇다면 당초 이번 협상이 왜, 그리고 어떻게 진행됐는지 그 처음으로 돌아가 보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처음에 물적분할된 세개 영화사업체를 포함해 플레너스를 인수할 때 CJ가 원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가. 건강한 경쟁관계를 통한 시네마서비스와의 파트너십 구축이었는가 아니면 국내 영화시장에 대한 급속한 장악 의지였는가. 후자였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타협없는 전쟁에 누가 먼저 한발을 물러설 것인가. 그 결과에 모든 영화인들과 영화사업 관계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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