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이필렬 에너지대안센터 대표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대의원 대회를 다녀와서'를 읽고, 사실상 원자력계의 대변인 역할을 해온 송명재 원자력환경기술원장이 반론을 보내왔다.
이필렬 대표의 문제의식에는 적극 공감하되, "2015년 이후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중단하자"는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송 원장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 대신 그것의 장점도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토론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필렬 대표의 글에 대한 반론과 함께 국내 원자력계의 목소리가 담겨있다고 판단돼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부터 제거돼야**
이필렬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대의원 대회에 다녀와서'를 읽고 느낀 점과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먼저 정부나 원자력관계자 그리고 환경단체 등이 원자력정책이나 방사성폐기물에 대해서 자기 입장만 고집하며 대립할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면서 바람직한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밝힌 점에 대해서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이러한 바탕 위에서 정부와 한수원 등과도 합리적인 이성에 기초해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으면 하겠다고 밝힌 것도 역시 반가운 일이다.
특히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현 세대가 반드시 건설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당분간 원자력발전은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한 것은 대단히 진일보된 전향된 자세라 보여 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타당한 논리나 뚜렷한 근거 없이 2015년경까지 현재 건설 중이거나 계약이 완료된 원전까지만 건설하고 그 이후는 더 이상 원자력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것이다.
2015년이라면 앞으로 10년 정도의 기간밖에 남지 않은 짧은 시간이다. 이 기간 안에 현재 기술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불확실성을 지니고 있는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가정 하에 신규 원전의 건설 중단을 단정적으로 전제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것이 아닐까.
무엇 때문에 원자력발전을 중단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이유나 근거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원자력발전은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암묵적인 이유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위험한지, 다른 전원에 비해서 얼마나 위험한지 등에 대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충분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고 신규 원전의 건설 중단을 거론하는 것은 원자력은 나쁜 것이다 라는 무의식이 마음 속 저변에 깊게 깔려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는 그가 앞서 말한 “합리적인 이성에 기초해서 대화하고 토론하자”는 제안을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어떤 에너지원도 각기 나름의 특징과 장단점을 갖고 있다.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이란 각각의 에너지원이 갖고 있는 장단점을 잘 파악하여 장점이 최대화 되고 단점이 최소화 되도록 에너지원을 적절히 배합하는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값싸고 질 좋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우리가 1년 내내 전기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정전 등 전기 때문에 불편을 느끼는 일이 없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해 준다고 하겠다. 반도체로 세계를 주름잡을 수 있는 것도 질 좋은 전기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원자력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월등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원자력은 현재 지구환경을 위협하면서 국제적으로 배출규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기 때문이다.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것은 물론 원자력발전에 있어서 하나의 약점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방사성폐기물은 안전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다수 과학기술자들의 확고한 생각이며 또 실제로 입증된 사실이다. 문제는 사실 이상으로 과장된 일반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을 어떻게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인가라는 숙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의 대체에너지로 거론되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역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동력원을 바람과 태양 등 자연으로부터 얻는다는데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개발해 나갈 필요가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단점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바람이 불지 않거나 햇볕이 없는 날에는 전기를 생산할 수가 없다는 결정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1년 365일 중 고작 20% 정도인 70여일 밖에 가동되지 못한다. 이용률이 연간 20% 내외 밖에 되지 않는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으로 이용률이 90%가 넘는 원자력발전을 대체하려면 다섯 배가 넘는 발전시설과 상상을 초월하는 면적의 엄청난 토지가 필요하다.
게다가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은 원자력 보다 최소한 2배에서 10배까지 비싸다는 경제성 측면의 문제점도 안고 있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다. 풍력발전의 풍차만 해도 직경이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구조물이다. 자연생태계와 어울리는 목가적인 풍경으로만 보일 수는 없다. 풍차가 돌아갈 때 나는 소음과 조류의 충돌 등의 문제도 있다.
또한 같은 규모의 발전시설일 경우 원자력발전의 13배에 이르는 엄청난 자재량이 소요된다. 이는 그만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태양광은 더욱 심각하다. 자재 소요량이 원자력의 14배에 달할 뿐만 아니라 제작되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화학폐기물의 양과 비소ㆍ카드뮴ㆍ갈륨 등 독극물의 양도 엄청나다. 방사성폐기물에서 발생되는 방사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그 세기가 약해지다가 언젠가는 완전히 없어지는 특징이 있지만 비소와 같은 독극물의 독성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다. 아직은 태양광 발전의 규모가 작아 이러한 피해를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폭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단점 때문에 신재생에너지의 개발을 포기하고 100% 원자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각의 에너지원이 갖고 있는 특징과 한계를 잘 파악해서 적절한 비율과 배합으로 최적의 에너지 정책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필렬 교수가 지적한대로 원자력 찬반 모두는 지금까지의 원칙을 간직하면서 서로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진정한 자세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금까지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부터 제거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진정 "합리적인 이성에 근거한 발전적인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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