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구가이자 통일 운동가인 김남식 <통일뉴스> 상임고문(80)의 영결식이 11일 오전 민족통일장으로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김 고문을 추모하는 글을 김광운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사가 기고해 왔다.
북한학 연구의 1세대인 고 김남식 선생은 지난해 발간된 ‘21세기 우리민족 이야기’ 일본어판 출간을 위해 6일 일본으로 출국했다가 지난 7일 오전 일본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했다. 김 고문은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나 광복 직후 통일정부 수립 운동에 참여했으며, 북한 연구 자체가 불온시되던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통일부, 국제문제조사연구소, 평화연구원 등에서 한국 현대사와 통일과 관련한 빼어난 연구-저작 활동을 통해 통일운동의 지평을 넓혀왔다.
고인이 남기신 주요 저서로는 불멸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남로당 연구>(1984)를 비롯, <북한총람>(1968), <북한개요>(1978), <박헌영 노선비판>(1986), <한국현대사 자료총서>(1986) 등이 있다. 편집자 주
***김남식 선생님을 추모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김남식 선생님께서 지난 7일 갑자기 운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아니 여쭤봐야 할 말씀은 어쩌고, 또 인정받을 일은 누구에게 하라고?
김남식! 김남식! 김남식!
그 분은 나의 정신적 지주였으며, 현실 판단의 좌표였다. 이른바 ‘북한학연구의 1세대이셨던 선생님께서는 체제 대결과 정책홍보를 위한 대북 내지 대남 선전만이 횡행하던 시절, 사료와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후학들에게 연구의 목표와 방향성을 제시해주셨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연구자로서의 불편부당한 학문적 자세는 지금도 나의 좌우명이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선생님은 우리 현대사 연구자들의 스승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셈이다.
선생님께서 남기신 불멸의 역작 《남로당연구》는 지금도 북한학 연구의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을 통해 한국현대사 연구는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현대사를 정치적으로 만들어진 '섬'의 역사가 아닌 남북의 통일·독립의 현대사로 봐야 한다는 가르침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내재해 있다. 그밖에 고인께서 남기신 숱한 논문과 저서들은 후학들의 귀중한 연구자료가 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사연구가 더 활발해질 수 있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선생님께서는 ‘자료로 말하라는 연구자의 자세를 구현하신 분이다. 문득 고인께서 발굴하신 〈8월테제〉가 떠오른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연구에 몰입하던 당시, 선생님께서는 산더미 같은 도서관 처분자료더미 가운데 이 자료를 발굴하셨다. 선생님의 손을 거치며 〈8월테제〉를 포함하여 수많은 자료들이 비로소 빛을 볼 수 있었다. 연구사를 정리할 때, 선생님 '이전'과 '이후'가 분수령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일제 강점기 한 복판에 유림 집안에서 태어나셔서 온몸으로 해방정국을 겪으시고 분단시대를 살아오신 분이다. 그저 분단시대를 사신 것이 아니라 파란과 곡절을 겪으며 사셨고, 무엇보다 분단을 가장 저주하면서 통일을 바라며 사신 분이다.
김남식 선생님은 이 시대가 낳은 민족지사요, 민족사상가였으며 민족운동가이셨다.
분단 60년이 되는 2005년 벽두에 운명하셨으니 참으로 생각케 하는 바가 많다. 민족 분단 세월이 돌고 돌아 한 갑자를 맞이한 60년째 선생님께서는 더 이상 분단 조국에서 살지 못하시고 가신 것이다. 고인께서는 우리 후학들에게 마치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다.
“우리 세대에서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이제 저 세상으로 갑니다. 여러분들 대에서는 반드시 통일을 이루어 21세기 민족사의 번영을 이루어주길 바랍니다.
김남식 선생님. 우리 선생님.
이제 우리들이 선생님께서 일구신 연구와 올곧은 활동의 뒤를 이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는데 적극 매진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사랑하셨던 땅에서 고이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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