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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명의 고통과 아픔을 어찌 막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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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생명의 고통과 아픔을 어찌 막겠습니까?"

[초록행동단 릴레이 기고] 환경 파괴 현장서 '희망 불씨' 찾다

환경운동가와 시민 30여명으로 구성된 초록행동단이 지난 1월3일 서울을 출발한 지 20여일이 지났다.

초록행동단은 국토를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강원도 원주 군부대 기름 유출 현장을 시작으로 전국의 환경 파괴 현장을 방문해 환경 파괴 실상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해왔다. 17일에는 속리산 문장대 온천 개발과 관련해 전국의 환경단체들이 지역 주민과 연대해 저지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속리산 문장대 온천 개발은 대법원에서 온천 개발 허가 취소 결정을 내리는 등 개발이 일단락됐는데도 상주시가 2004년 7월 다시 허가를 내 온천 개발이 추진돼 환경단체와 지역 주민이 크게 반발해 왔다.

지난 11일에 이어 초록행동단에 참여하고 있는 녹색연합 이유진 간사가 지난 1주일간의 여정을 기록한 글을 보내왔다. 참여정부의 반환경 정책에 반대하며 새해벽두부터 전국을 순회하고 있는 환경운동가의 고민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가감 없이 싣는다. 편집자.

***숨막히는 광양만, "광양만특별법을 제정하라"**

<사진 : 광양만> "숨막혀서 못살겠다. 특별법을 제정하라.", 광양만 환경개선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초록행동단과 지역 환경 단체 회원들.

초록행동 8일째, 1월10일. 지리산 실상사에서 광양만으로 향했다.

예전과 달라진 것은 굴뚝에서 검은 연기 대신 하얀 연기가 나온 다는 사실 뿐, 이곳은 이미 마음껏 숨조차 들어 마실 수 없게 되었다. 대규모 국가공단과 산업단지, 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광양만의 대기오염은 심각하다. 2004년 환경부가 여수시, 광양시, 하동군 등 광양만 권역 7개 시·군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광양만 지역의 환경은 제철소의 확장과 발전소 건설이 시작된 2001년부터 질소산화물과 오존 등 대기 오염 물질 때문에 대기질이 계속 악화됐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피해도 극심하다. 광양제철소 주변 지역 주민들은 호흡기 계통환자가 전국대비 최고 53배에 달하는 것은 그 단적인 증거일 것이다.

초록행동단과 광양만 환경개선 대책위원회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방독 마스크를 쓴 채 대기 오염 물질 총량 규제 정책을 포함한 '광양만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제철소 외곽을 돌면서 "숨 막혀서 못살겠다. 광양만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쓰인 펼침막을 들고 외치는 초록행동단의 목소리는 청정해역 광양만이 죽어가는 것을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한 호소였다.

매캐한 냄새 자욱한 광양을 뒤로하고 해남으로 향하는 초록행동단의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골프공화국, "온 국민이 골프만 치는 줄 아나?"**

고요한 시골마을이 있었다. 어느날 마을에 골프장이 생긴다는 소문이 나돌기 시작하더니 마을 주민들이 보상금을 두고 찬성과 반대 두 패로 갈라졌다. 그 사이좋던 앞집 서씨 아저씨와 김씨 아저씨가 골프장 때문에 주먹다짐을 했다. 결국 땅과 고향을 떠나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주민들은 모두 힘을 합쳐 골프장을 막아낸다. 환경동화 줄거리이다.

농약이니, 지하수오염이니, 경제성이니 환경단체가 목소리 높여 설명하지 않아도 골프장에 대한 논쟁은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초록행동단이 방문한 남도의 수려한 마을 해남군 산이면, 백제유물의 보고 익산 웅포, 그리고 천연기념물 4백31호 신두리 사구에서도 골프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광주와 전남지역에서 현재 운영중이거나 계획 중인 골프장을 합치면 모두 53개로 2천6백10만평에 달한다. 골프장과 레져타운 건설을 골자로 한 3천2백만평의 거대한 'J-프로젝트(서남해안 해양·레저타운 건설)'는 해남 산이면 주민들의 동의 없이 추진되고 있었다. 농사를 지어 생계를 이어가는 7천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골프장 때문에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사진 : J프로젝트> 광주, 전남 지역에서 운영중이거나 계획중인 골프장은 모두 53개로 2천6백10만평에 달한다.

5년째 표류하고 있는 익산 웅포골프장은 익산시와 개발업자의 유착비리로 비린내가 물씬 난다. 12일, 오전 익산시청에서 초록행동단은 익산시장에게 '비린행정상'을 수여했다. 웅포골프장 사업자인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선정과정부터 사업승인과 환경영향평가, 토지강제수용까지 수많은 비리와 운영 문제가 드러났고, 익산시의 뇌물공여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익산시는 2003년 12월 관광 개발 시설 중 체육 시설을 지을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골프장 건설을 위해 농토를 강제로 빼앗는 토지 수용령을 내린 상태이다. 주민들은 엄동설한에 시청 앞에 천막을 치고 한 평의 땅도 골프장을 위해 내줄 수 없다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마을 주민 60명 중에 3분의 1이 환갑이 넘었네. 그 대부분이 독거노인이여, 우린 땅 없이는 못사네……."

1월14일, 익산에서 태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천연기념물 4백31호인 신두리 해안 사구에서 80m떨어진 곳에 골프장이 들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신두리 사구는 육상과 해양 생태계를 이어주는 주요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환경부 보호야생동물인 금개구리를 비롯하여 많은 희귀한 동식물들이 서식하는 이 곳에 골프장이 건설되면 생태계 파괴는 물론, 농약과 오폐수로 연안어업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곳도 골프장을 둘러싸고 공동체가 찬-반 두 갈래로 나뉘었다. 골프장은 환경보다 먼저 사람들의 관계를 깨뜨린다.

<사진 : 신두리 사구> 천연기념물 4백31호 신두리 사구가 골프장 건설로 위협받고 있다. "아름다운 신두리 사구를 지켜주세요."

***무주 내도리, "치수정책이 두렵다"**

"매미가 와도 누사가 와도 무주 내도리에는 홍수피해가 없었다. 금강변 넓은 갈대숲이 물을 머금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물에 잠긴다 하더라도 소 끌고, 귀중한 거 챙겨서 피했다가 다시 돌아오면 된다. 제방 쌓는데 2백60억이 든다는데 그 돈 고스란히 은행에 넣었다가 침수하는 논에 보상하는 게 훨씬 싼 거 아니냐. 왜 국민세금 들여서 한번 파괴되면 돌이킬 수 없는 자연에 못된 짓을 하는가."

"수해방지라고 하는데 이 제방이 터지면 그야말로 재앙이다. 우리는 치수정책이 두렵다. 치수사업을 한다면서 하천폭을 70미터나 줄이는 게 말이 되느냐."

주민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초록행동단 여정 12일째, 익산국토지방관리청 회의실에서는 주민들과 익산국토지방관리청장의 담판이 벌어졌다. 제방을 쌓아 농지 침수를 막겠다는 익산국토지방관리청장의 옹색한 변명에 힘이 실리질 않는다. 지금 내도리에서는 2백여m에 이르는 하천 폭에 담긴 수만평의 하상초원이 자갈과 토사를 긁어 둑을 쌓기 위해 처참하게 파헤쳐지고 있다.

<사진 : 무주 내도리> 익산국토관리청에서 무주 내도리 일대의 치수사업에 관한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996년 이후 내도리의 자연하천은 제방을 기본으로 하는 치수사업으로 인하여 생태계 파괴될 위험에 처해있다.

***새만금 삼보일배의 고장, "새만금이 어디 공짜 땅이더냐?"**

새만금 방조제에서 바라본 바다. 넓다. 저 멀리 수평선을 따라 보이는 제방으로 바다를 막았다고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바다이다.

새만금이 이미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해창 갯벌에 한번 서서 볼일이다. 이 너른 바다를 육지로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산이 또 깍여 나가야 할까. 아직 새만금은 바다인데, 이 곳을 둘러싼 탐욕은 끊이질 않는다. 농지로 만들겠다는 농업기반공사가 있는가 하면, 미군도 공군기지 활주로로, 전북도지사는 세계 최대 골프장을 만들겠단다.

파도는 저렇게 넘실거리는데, 새만금이 제 맘대로 해도 되는 공짜 땅인 줄 안다. 뭇 생명의 보고인 갯벌과 바다를 멀쩡한 해창석산으로 메꾸고 또 골프장을 만들려면 바다를 메운 땅에 언덕과 구릉을 만들어야 한다. 이 무슨 어이없는 짓인가. 1월12일, 초록행동단과 부안지역으로 구성된 삼보일배단 50여명은 거대한 콘크리트 방조제 위에 올라 잠시 묵상을 한 후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

"8천년의 역사를 가진 갯벌이 길어야 100년을 넘지 못하는 인간이란 존재에 의해 죽음에 몰리고 있는 사실 앞에서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우리는 너무 부끄럽고 또 죄스럽습니다. 새만금 삼보일배를 마친 후 '초록행동단의 다짐'에서"

<사진 : 새만금1> 새만금 재방에서 해창갯벌까지 삼보일배를 벌이고 있는 초록행동단.

***도로에 잘려나간 국립공원 계룡산, "그대와 그대 친구들에게 미안하오"**

<사진 : 계롱산> "계룡산아 미안해."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북한산 관통도로에 이어 계룡산 국립공원마저 도로를 뚫으려고 하고 있다. 국립공원은 우리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도 함께 영유하기 위하여 국가가 지정하여 관리해야하는 민족의 유산이다.

1월16일, 한줌 밖에 안 되는 환경운동가들이 계룡산 국립공원에 관통도로 현장에 섰다.

국도 1호선 두마-반포간 공사가 한창중인 계룡산 삽재고개에서는 포클레인이 바삐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총 10km 도로 공사 가운데 3.9km가 국립공원을 지나며, 그 중 2백m는 자연보존지구를 통과한다. 정부는 "땅 위를 지나지 않기 때문에 국립공원을 지나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군색한 변명을 하고 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이 지역 교통량은 그럼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국립공원은 이 땅의 산과 들과 바다를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보루이다. 북한산에 이어 계룡산마저 도로에 잘려 나간다. 원칙이 깨졌는데도, 우리는 막지 못했다. 60개도 넘는 나이테를 가진 나무가 잘려져 나간 현장에서, "계룡산, 그대와 그대 친구들에게 미안하오"라는 말밖에 전할 수 없었다.

***문규현 신부님을 만나다**

<사진 : 새만금2> 문규현 신부와 함께 초록행동단의 소망을 담아 초록초롱을 밟혔다.

새만금 방조제에서 해창석산까지 막 삼보일배를 마친 초록행동단에게 문규현 신부님이 묻는다.

“여러분은 큽니까. 거대합니까, 작습니까 아니면 초라합니까? 제 눈에 여러분은 대단합니다. 우리의 욕망과 욕심에 대해 참회하는 발걸음만이 이 강토를 지켜낼 수 있습니다. 생명의 문제가 재판정으로 가는 것 자체가 웃기는 일입니다. 생명의 문제는 타협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결국 원칙은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합니다."

온 국토의 파괴현장에서 무기력함을 느끼던 초록행동단에게 '단비' 같은 격려였다.

부안은 뭔가 달랐다. 핵발전소와 핵폐기장 싸움이 한창인 삼척과 고리는 부안의 힘을 부러워했다. 부안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반대 운동에 앞장섰던 이현민 실장은 "부안이 핵폐기장을 막아낼 때 처음부터 다 동참했던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한명이 열명이 백 명이 그리고 수많은 군민들의 마음이 모아졌던 것입니다. 여러분이 불씨입니다. 여러분이 제 자리로 돌아가서 그 불씨를 지펴야 합니다."

그 이야기에 사티쉬 쿠마르의 이야기가 겹쳐졌다. "중국이 만리장성을 어떻게 쌓았습니까?. 돌을 하나 놓고 그 위에 또 하나를 놓아 차곡차곡 쌓았던 것입니다." 때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진리가 어떤 상황에선 크나큰 울림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초록행동단 두 다리에 힘이 붙는다. "우리가 불씨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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