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 기업에 의한 불법적인 기술유출 시도가 급증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대책의 하나로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지원에관한법률(안)>(이하 기술유출방지법안)이 열린우리당의 이광재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34인의 이름으로 발의되었다. 그러나 이 법안이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지나친 규제, 기업의 활동에 대한 간섭과 규제강화 등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고, 이런 문제점들을 수용하면서 그 안을 수정해오고 있다고 한다.
<참여하는 과학기술인연대>는 <기술유출방지법안 검토 소위원회>를 구성하여 관련 자료의 수집, 관련자들과의 대화, 외국 사례에 대한 검토 등을 통하여 이 법안의 문제점을 찾고 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여 왔다. 그동안의 검토결과를 밝히고 이에 대한 사회적 토론을 벌였으면 한다.
이 글은 본 소위원회가 2004년 11월9일자로 발의된 ‘기술유출방지법률안’과 ‘법안관련 문답자료(2004.11. 이광재 의원실)’를 참조했으며 기타 국내외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다.
***1. 기술유출 방지를 규정할 법률의 제정이 필요하다**
IT 기술이 발전하고 국내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되는 부문들이 생겨나게 되자 이런 핵심기술을 불법적으로 유출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쌍용자동차를 중국의 상하이자동차에 매각하고, 하이닉스반도체의 TFT-LCD 부문을 중국의 BOE그룹에 매각함으로써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 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또한 지난 2000년에는 포드자동차가 대우자동차에 대한 인수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정보만 입수한 후에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불법적으로 우리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중요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해외로 매각되거나 매각 과정에서 핵심적인 기술들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기술유출을 효과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핵심기술의 유출경로는 ① 인력이동 ② 부품 장비 등 체계화된 노하우의 이전 ③ 기술거래 ④ 인수합병 ⑤ 산업스파이 활동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술거래, 인수합병 등 합법적인 방법을 통한 기술유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따른 기술유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불법적인 기술유출만이 아니라 다양하게 핵심기술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계 일곽에서는 이 법률안이 포함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등을 개정하자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참여하는 과학기술인연대>는 이런 법률의 제정 필요성에 대하여 공감하는 바이다.
다만 이 법안이 과학기술인에 대하여 지나친 규제를 할 경우 이 법률이 기술 유출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보다는 과학기술인들의 창조적인 활동을 가로막음으로써 실력 있는 과학기술인들의 해외 취업을 부추기는 등의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나친 규제는 과학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그 기술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보다는 도리어 과학기술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또한 기술유출 방지라는 미명하에 기업이나 연구소에 대하여 지나치게 규제하고 간섭하게 된다면 이는 기술발전을 촉진하고 기술유출을 방지하는 효과보다도 기업이나 연구소 등의 창의적인 활동을 가로막고,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기업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불법적인 기술유출을 막기 위하여 국정원 등의 활동이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은 2001년 1월에 <CI-21(Counter Intelligence for 21)>을 설치하고 FBI, CIA 등 산업보안관련 기관들을 통합 조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최근 FBI는 산업보안 분야에서만 270여 명의 인력을 충원하였고 앞으로 800명을 추가 증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일본은 2006년까지 내각정보조사실을 확대 개편하여 미국 CIA와 같은 정보기관을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삼성경제연구소, <핵심기술 해외유출의 실태와 대책>) 이렇게 세계 선진국들은 불법적인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보기관의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정원 등의 해당 부문을 확대 강화하여 불법적인 기술유출을 막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런 정보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불법적인 기술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수사뿐만 아니라 사전에 필요한 지침을 마련하고, 관련 정보를 기업과 관련 정부 부처에 제공하여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활동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민간기업들도 사내 보안체계를 강화하고, 핵심기술의 블랙박스화 등을 통하여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핵심인력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고 관리를 강화하여야 한다.
***3. 기업의 보안활동을 지원할 기구를 민관합동으로 구성한다**
민관합동기구를 설립하여 기업이나 연구소, 공무원 등에게 기업의 보안활동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지침을 발간하여 배포하며, 기업체에서 신청을 하는 경우 그 기업의 산업보안활동을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만들어 제공 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기관의 역할은 각 기업이나 연구소 공무원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지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대기업들은 기업에서 독자적으로 산업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효과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에 반하여 중소기업은 적절한 조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관은 중소기업 등 취약한 부문에 더 많은 지원을 하여야 한다.
이 기구는 장비의 수출, 해외투자 등을 통하여 핵심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해외진출의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표준계약서, 체크리스트 등을 제공하고 각 국가별로 유의할 사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하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보안활동에 대하여 컨설팅하고 교육하며 필요한 지원을 하는 일도 민간기업이 담당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이 협회의 활동을 한시적(3~5년)으로 하고 민간기업이 발전하도록 하여야 한다.
***4. 국가핵심기술의 지정은 부적절하다**
위의 기술유출방지법(안)은 ‘국가핵심기술’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다. (법률안 제 2조, 제10조 등) 그러나 ‘국가핵심기술’을 정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우선, 기술발전의 속도가 매우 빠른 분야에서 이를 따라잡는 것(UP-DATE)이 쉽지 않다. 그리고 국가핵심기술을 정하기 위하여 그 기술에 대하여 상당한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며, 위원들에게 이를 이해시키기 위하여 기업에서 상당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 또한 기업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정부출연연구소 또는 다른 연구기관에 대하여는 국가에서 연구과제에 대한 지원을 할 때 그 연구결과의 양도, 유출 등에 관한 사항을 계약조건으로 정하여 관리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지 않고 각 기관을 ‘보호대상기관’(법률안 제 2조, 제13조, 제14조 등)으로 정하여 관리하는 것은 지나치게 경직적일 수밖에 없다. 과학기술계에서 이 법률안을 국가보안법에 빗대어 ‘기술보안법’이라고 반대하는 것은 이런 지나친 규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핵심기술에 ‘국가안보에 직접(또는 심각한) 영향을 주는 국가핵심기술’(제2조 제2호, 제12조 제3항 등)은 이 법에서 규정할 것이 아니라 관련법률에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 모든 기술에 대하여 이 법률안에서 규정하려는 것은 이 법을 지나치게 무겁게 할 뿐이다.
국가에서 보호해야할 기술에 대한 것은 국정원 등에서 내부지침 등으로 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어떤 기술에 대하여 더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 검토하여 정하고 이를 기술보안활동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좋겠다.
***5. 산업보안 인증, 산업보안협회 설립, 산업보안관리사제도 도입 등에 반대한다**
위의 기술유출방지법(안)은 기업이나 연구소 등에 <산업보안인증>(법률안 제 16조)을 하고, <산업보안협회>를 설립(법률안 제17조)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산업보안관리사> 제도를 실시(법률안 제20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 안에 대하여 반대한다.
<산업보안인증>, <산업보안협회 설립>, <산업보안관리사 제도 실시>등을 하는 경우 이는 정부가 기업 경영에 대하여 불필요하게 개입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기업은 불필요한 인력을 고용하고, 보고서를 제출하고, 비용을 부담하게 됨으로써 기업에 부담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일부의 퇴역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만들어줄 지는 몰라도 기업에게는 정말 불필요한 규제와 간섭을 하게 될 것이다. 이는 기업이나 민간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나가자는 행정개혁의 추세와도 역행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관련된 안은 폐기되어야 한다.
각 기업은 자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하여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집행하는 책임을 져야한다. 자기 기업의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것은 그 기업의 사활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각 기업이 스스로 이런 조치들을 취하도록 하고, 정부나 민관합동기구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담당자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기업이 요청하는 경우 기술보안 상태를 점검하여 그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족하다.
***6. 예비 또는 음모 등에 대한 처벌은 그 규정이 모호하여 남용될 소지가 있다**
법률안은 예비, 음모 등에 대하여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제 32조, 제 33조) 이는 남용될 경우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하고 과학기술인들을 위축시킬 수 있는 조항이다. 과거권위주의정권 시대에 국가보안법이 이런 애매한 규정으로 인하여 심각하게 인권을 침해했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과학기술인들이 이 법률안을 ‘기술보안법’이라고 비난하는 중요한 근거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많다. 예비, 음모 등에 대한 처벌이 법률안으로 성립될 경우, 도리어 회사 등에 밉보인 사람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과학기술인들을 위축시켜 이들이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연구하는 것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7. 과학기술인에 대한 지속적인 우대정책이 필요하다**
IMF관리체제라는 경제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이공계의 붕괴’라는 부작용이 생겨났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각 기업이 불필요한 인력을 감축한다면서 연구인력을 대거 감원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자 이공계 종사자들이 그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게 되었다. 우수한 이공계 지망 학생들이 공과대학을 기피하고 대거 의대로 몰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이공계를 전공한 학생의 상당수가 사법고시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이공계 종사자들이 자기 미래를 어둡게 보고, 우수한 학생들이 기피하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각 기업이 우수한 연구개발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이공계에 대한 전망이 밝아져야 한다. 이공계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기 위하여 이공계 종사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대우가 더 높아져야 한다.
기업은 신기술 개발, 공정효율화, 신제품 아이디어 등 주요 업적에 대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상을 실시하여야 한다. 이런 보상을 통하여 연구개발인력들의 질이 높아지고 이들이 쉽사리 이직하면서 핵심기술을 불법적으로 유출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핵심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국내외의 경쟁기업으로 이전하게 되면 그 기술유출로 인하여 심각한 피해를 당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핵심기술에 대한 적절한 보상과 보호는 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실시되어야 한다.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이분들이 전문가로서의 명예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동기부여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직제한이나 경업금지 등에 관한 것은 기업과 개인간에 계약으로 해결할 문제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악용되어 과학기술인력의 생존권을 위협하게 되면 안된다. 계약에 의하여 전직제한(경업금지) 기간 등이 정해지는 경우에 해당 기업은 과학기술인의 생존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필요한 보상의무를 지도록 규정하여야 한다.
기술유출을 막는 가장 근본적인 대책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을 통하여 국내외의 경쟁기업이 불법적으로 기술을 확보했다하여도 그 기술이 이미 무용지물이 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다. 부단한 연구개발을 통한 기술혁신이 최선의 방안인 것이다.
***8. ‘기술수탈’을 막을 수 있는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수탈하는 행위’에 대한 호소가 있다.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여 생산한 제품을 대기업에 납품하는 과정에서 관련 대기업이 그 기술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고, 그 기술을 다른 기업에 이전시켜서 일정한 시일이 경과한 후에는 기술개발 기업이 아니라 그 기술을 이전받아 제품을 생산한 기업으로 납품처를 바꾸는 등으로 기술수탈을 당하였다는 호소가 있다. 이런 경우를 효율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해외로 기술이 통째로 유출되는 경우의 하나는 위와 같이 기술수탈을 당했다고 생각하는 기업이 그 보상을 해외로부터 받으려는 경우가 있다.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도 그들이 개발한 기술을 보호하여야 한다. 이것이 기술개발을 촉진시키고, 또한 중소기업을 발전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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