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써놓고 보면 몇 자 차이 나지 않는 것 같지만 양자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간단히 말해 후자는 북한으로부터 평화적 핵 이용과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폐기토록 압박하는 것이고, 나아가 북한으로서도 그런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 측의 결단을 앞에 두고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제4차 6자회담의 행로가 오리무중이다. 북한이 '결단'을 망설이고 있는 가운데 4일에도 일단 북-미 양자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북한 '망설임'에 댜오위타이 긴장...일단 북-미 접촉 없는 듯**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6시 45분경 숙소인 국제구락부 세인트 레지스 호텔을 나서며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지금 북한을 만날 이유는 없다"고 말해 북미 양자 협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북미 양국 대표단은 3일에도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접촉을 갖긴 했으나 과거의 직접 협의와는 달리 중국을 매개로 한 간접 접촉만을 가졌을 뿐이다.
힐 차관보는 이어 "북한은 중국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면서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5개국은 중국의 초안에 응답했으며 북한은 현재 상황이 어떤지 정확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무엇을 말할지 두고 보자"면서 "북한이 답을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재차 북한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의 이날 오전 발언은 1분도 채 안될 정도로 짧았지만 북한에 대한 결단 요구만은 잊지 않았다.
***미국측은 계속 '북한의 결단' 압박…한국은 "아직 협상은 끝나지 않았다"**
한편 우리측 수석대표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9시5분경 숙소인 국제대반점에서 미국측과 양자 접촉을 하기 위해 나서면서 4차 초안의 수정 가능성은 낮게 봤다. 송 차관보는 힐 차관보가 '현재 초안에 수정 가능성이 없다'는 뜻을 시사했느냐는 질문에 "지금 그렇다"면서 "현 시점에서 이 방향이든 저쪽 방향이든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이 조율되지 않아 (협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며 "마이크로폰을 사용하지 않는 협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다양한 물밑접촉을 이날 하루 종일 진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같은 접촉을 통해 4차 초안을 조율할 수석대표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울러 송 차관보는 힐 차관보와 마찬가지로 현 상황이 '근본적인 문제'에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나서 '회담의 결말'은 '북한 측의 결단'에 의해서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은 현재 핵 폐기 대상을 '모든 핵 계획'으로 해야 한다는 미국 등 다른 참가국들에게 '핵무기'만을 폐기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핵 폐기의 대상 문제는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 권리와 안전보장 및 관계정상화 등 모든 문제와 맞물려 있는 상황이어서 북한측으로서는 고차원적인 판단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회담장 주변에서는 과연 막판 타결이 가능할지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의 중재와 북미 접촉 가능성, 한국의 움직임 등을 숨죽인 채 지켜보는 상황이다. 특히 힐 차관보가 연일 북한의 결단을 되풀이 촉구하고 있는 모습도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미국도 현재의 상황을 긴장된 상태에서 바라보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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