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이제 막 싹이 트려고 하는 태양, 풍력 에너지와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 성장을 가로막는 정책을 시도하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3년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 확대를 꾀하기 위해 태양광, 풍력 등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기준 가격으로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제도('발전 차액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 기준 가격을 하향 조정하려 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준 가격이 하향 조정되면 대형 발전소를 건설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이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에서 자발적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막 성장 중인 재생가능 에너지 시장이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고 시민들의 정책 지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서 국회 신재생에너지연구회와 시민단체 에너지전환(前 에너지대안센터)은 지난 3월 7일 국회의사당에서 이 정부의 개선안에 대한 토론회를 열었다. 이필렬 에너지전환 대표(방송통신대 교수)는 〈프레시안〉에 보낸 기고를 통해 "정부가 과연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에 대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편집자〉
***도대체 무슨 펀드이기에 6개월도 안 돼 40% 가까운 수익을 올렸나?**
햇빛, 바람, 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해서 발전하는 사업자들은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보통 사업자들과 다르다. 이들은 일반적인 사업자와 달리 주로 이윤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사업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과도한 석유, 석탄, 원자력 의존에 대해서 걱정하고, 기후변화에 대해서 우려하고, 더 나아가서는 우리 후손에 대해서 염려할 것이다.
재생 전기 발전 사업자들은 또한 투자가 아니라 투기가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서 건전한 투자의 모범을 보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장기간에 걸쳐서 매년 약간의 수익만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다. 얼마 전에 대통령이 펀드에 투자해서 6개월도 안 돼 40%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보다 이익이 많은 투자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펀드에 투자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러한 펀드 투자는 투기에 가까운 것 같다. 건전한 장기투자가 그렇게 높은 수익을 만들어내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재생 전기 발전 사업에 자기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꽤 괜찮은 마인드를 지닌 사람들로 평가받을 만하다. 나는 대통령이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부동산 투기를 대신할 수 있는 건전한 투자의 본을 보이려 했다면, 펀드 투자가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발전 사업에 투자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공공의 이익을 위하면서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수익도 얻을 수 있는 건전한 투자야 말로 대통령이 정말 솔선해서 나설 만한 것이 아닌가?
***미래를 위한 깨끗한 에너지 싹 자르려는 정부**
정말 그런지 모르겠지만, 정부에서도 이런 재생가능 전기 투자자들을 어느 정도는 좋게 평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이 생산한 전기를 꽤 높은 가격으로 구매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 제도는 재생 전기 발전 사업자들을 격려해주고 장기간의 건전한 투자를 뒷받침해주고 그럼으로써 에너지 문제 해결의 길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좋은 획기적인 제도다. 10여 년 전 덴마크와 독일 등지에서 시행된 이 제도는 우리나라에서 2003년에 도입되었는데, 그동안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었고 소위 의무할당제(RPS)보다 훨씬 좋은 제도로 인정받고 있는 제도다. 이웃 나라 일본에는 이러한 제도가 없다. 중국에서도 최근에야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 점에서는 우리가 동북아를 선도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제도를 도입해 놓고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정부에서는 제도를 더 살려나가는 것이 아니라 축소하는 쪽으로 나아가려는 것 같다. 전력 구매 기준 가격을 낮추려 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기준 가격은 수익률이란 면에서 따질 때 그다지 높은 것이 아니다. 제도에 따르면 재생가능 전기는 15년 동안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래봐야 이 기간 동안 한번도 고장 없이 열심히 전기를 생산해서 팔아야 손해 보지 않고 약간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현재 정부의 계획에 따라 전력 구매 기준 가격이 낮아지면 자칫 재생가능 전기 발전 사업자가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결과는 분명하다. 아주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재생가능 발전 사업의 싹이 아예 잘려버리는 것이다.
재생 전기를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는 제도는 여기저기에서 상당한 저항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정부 내부에서도 비판이 꽤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동안 정부의 담당자들은 이들 비판자들을 납득시키는 것이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니까 몇 년 전부터 재생가능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도 시장에 맡기자는 의무 할당제 이야기를 계속 흘리고 있고, 이제 와서는 기준 가격을 낮추려는 것 같다. 재생가능 전기에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은 정말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재생가능 전기는 화석연료와 원자력 사용을 줄이기 때문에,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대기오염을 줄이고,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방사성 폐기물 발생을 줄여준다. 우리가 사는 터전, 우리 후손이 살 터전을 깨끗한 곳,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다. 높은 기준 가격은 바로 이러한 일을 해주는 대가로 지불되는 것이다.
***앞뒤 안 맞는 재생가능 에너지 육성정책…원자력 3000억 원과 비교돼**
어떤 사람들은 국민 세금을 거두어서 왜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 사업자들에게 주느냐고 이야기한다. 정부 안에서도 그런 식의 비판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런데 재생가능 전기 생산이 무슨 나쁜 일도 아니고, 우리 환경과 국민 경제를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것인데 세금 좀 쓴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무엇인가?
따져보면 재생가능 전기 구매를 위해서 쓰는 그 돈은 정식 세금이 아니다. 그것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이라는 돈에서 나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 돈을 목적세 같은 것으로 보겠지만, 해석에 따라서는 세금으로 보지 않아도 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 소비자들이 자기가 소비한 전력의 양에 비례해서 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돈에서 재생가능 전기 구매를 위한 돈이 지출된다는 것은, 바로 국민 개개인이 자기가 쓴 양만큼의 깨끗한 전기 사용의 대가를 지불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돈을 한국전력에서 직접 전기 요금에 반영하여 청구하는 것이 복잡하고 번거롭기 때문에, 전력산업기반기금이란 돈을 거두어서 주는 것이다.
2005년 재생가능 전기 구매를 위해서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나간 돈은 75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 이것은 거의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2005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조성액의 0.5%도 되지 않는 돈이다. 재생가능 에너지 발전 사업이 크게 확대되어서 지원액이 10배로 늘어나 750억 원이 된다 해도 5%밖에 안 된다. 반면에 2005년 국내무연탄발전, LNG발전, 열병합발전에 지원된 돈은 약 2500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과 건설 예정이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 지역에 대한 전원개발 특별지원금으로 투입될 것으로 잡힌 돈은 3000억 원이 넘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10여 년 후면 재생가능 전기 구매 총액이 1조 원을 넘길 것이라며 엄청난 돈이 투입되는 것처럼 엄살을 떨지만, 같은 기간 동안 무연탄발전, 원전관련설비 지원금으로 들어갈 돈은 5조 원도 넘을 것이다. 재생가능 전기는 미래를 여는 에너지다. 그런데 여기에 과거 집착형 에너지원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돈이 들어간다고 해서 갖은 걱정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부에서 2006년 태양광 주택 보급 사업을 위해서 책정한 지원금은 426억 원이다. 태양광시설 3kW 한 기당 지원되는 돈은 약 2000만 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 돈은 보조금 형식으로 완전히 무상으로 주는 돈이다. 이런 시설에서 생산된 전기는 판매할 수 없다. 자기 돈을 들여서 설치할 경우에는 전기를 높은 가격으로 사주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형평에 맞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기 돈으로 설치하게 하고 현행 제도에 따라 716.4원/kWh에 전기를 판매하게 하는 것과 지원금을 무상으로 주는 것, 어느 쪽이 더 돈이 적게 들어가는지 따져보면, 전기 판매 쪽이 훨씬 적게 들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00만 원의 연이율을 6.5%로 잡고 15년간 이자를 단순합산하면(복리로 계산하면 더 많다) 원금과 합쳐서 3950만 원이 나온다. 전기를 판매할 경우 이용율 13.5%를 적용하여 전력거래소 거래가격(약 65원/kWh)과 716.4원과의 차액으로 15년간 지원되는 돈을 단순합산하면 3350만 원밖에 안 된다. 정부에서 소형 태양광설비 보급을 위해 3kW 1기당 15년간 3950만 원을 지원한다면 이것과 같은 액수를 소형 사업용 발전사업자에게도 지원해야 형평에 맞을 것이다. 구매가격 조정을 통해서 형평에 맞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구매가격을 830원/kWh 가량으로 올려야 한다.
소형 태양광 설비에 대한 무상지원금과 전력구매 간의 차이는 사용 연수를 가지고 따지면 훨씬 커진다. 사업용 설비는 낙뢰나 화재로 완전히 파괴되지 않는 한 모두 15년간 가동된다. 그래야만 사업자가 그럭저럭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2000만 원을 무상지원 받은 경우에는 그 설비 가동이 15년 후까지 지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경우는 5년밖에 안 갈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가동기간을 평균 10년으로 잡아보자. 이 경우 2000만 원의 연 6.5% 이자까지 계산해서 10년 동안 들어갈 돈을 단순합산하면 3300만 원이 나온다. 이용률을 13.5%로 가정하고 716.4원/kWh에 전기를 판매할 경우에는 10년간 약 2240만 원이 나온다. 보급용 태양광 설비와 사업용 소형 설비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 전력구매제도를 소형과 대형을 구분해서 대형은 15~20년간 전력 구매를 해주고, 소형 태양광 발전기는 10년만 구매해주는 것으로 하면, 소형에 대한 구매가격은 1020원/kWh이 넘어야 한다. 이렇게 무상지원보다는 전력구매가 훨씬 경제적인 것이다. (정부에서는 2005년 소형 발전사업설비에 대한 설치비 30% 미만 보조 제도를 없앴다. 만일 이 제도를 다시 살린다면 보급용과 사업용의 형평이 대체로 맞을 것이다.)
정부에서 지금처럼 주택용 자가용 발전기에 소형 발전 사업용 발전기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원한다면, 이는 세금을 크게 낭비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말하는 한국의 태양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설득력이 없다. 15년간 830원/kWh 또는 10년간 1000원/kWh를 지원하고 지금보다 조금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보라. 정부의 태양광주택 보급 홍보와 행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약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에서 계획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소형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될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이대로 소형무상지원 제도를 계속 끌고 가면서 사업용 구매가격은 낮춘다면 나중에 국민 세금을 크게 낭비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정부만 준비 안 됐다**
지금 모든 국민은 자기가 쓰는 것만큼의 재생가능 전기에 대한 대가로 아주 조금씩 돈을 더 내고 있다. 앞으로 발전 사업자가 크게 늘어나도 국민들의 부담은 미미할 것이다. 재생가능전력 의무구매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달리 구매가격이 터무니없이 높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기준가격이 적용될 경우 15년 동안 열심히 해야 그저 아주 약간 이윤이 남을 정도이니, 사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낮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에서는 기준가격을 낮추려 한다. 물론 그 근거로 여러 자료를 제시하지만 이 자료들은 정밀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몇 개 되지 않지만 태양광 발전기와 풍력 발전기의 지금까지의 운영실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은 것 같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기준가격을 낮춘다 하더라도 에너지전환 같은 시민단체에서는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고 설치를 권장해야 할 위치다. 그런데 기준가격이 낮아져서 약간의 손해를 본다면 어떻게 설치하라고 널리 알리고 다닐 수 있겠는가? 언론이나 정부에서는 우리사회에 부동산 투기꾼들만 많은 것처럼 떠들지만, 내가 그동안 시민단체 활동을 해 온 경험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는 건전한 투자를 기꺼이 하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전력 구매제도는 이들에게 건전한 투자를 고무하는 아주 좋은 제도다.
석유위기 시대, 기후변화 시대를 이길 수 있는 것이고, 게다가 약간의 이익이 주어지는 투자라면 이들이 왜 마다하겠는가? 물론 지금 이런 투자를 한 사람들은 소수지만, 고무적인 사실은 이들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3년 전 우리 단체에서 한국 최초의 시민발전소 1호를 건설할 때 시민들로부터 2000만 원을 모으는 데 석 달이 걸렸다. 그런데 올해 에너지전환 햇빛발전소의 경우는 2000만 원이 들어오는 데 보름밖에 안 걸렸다. 점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는 이 싹을 구매가격을 낮춤으로써 잘라버리려 한다. 그럼으로써 서서히 올라오고 있는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짓밟으려 한다.
햇빛, 바람, 물과 같은 재생가능 에너지는 많은 국민이 참여해주는 바탕 위에서만 확대될 수 있다. 이들의 작은 투자가 모여서 그렇게 된다는 것만은 아니다. 이들의 참여와 이해가 있어야만 커다란 자본의 투자도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많은 국민의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가 순조롭게 건설될 수 있고,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풍력단지나 태양광단지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에서 진정으로 석유위기와 기후위기를 돌파할 의지가 있다면 재생전기 구매가격을 낮출 것이 아니라 현행 제도를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여 많은 시민들이 건전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끌고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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