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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침몰, '똘레랑스' 패러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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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침몰, '똘레랑스' 패러독스?

[월드컵 '감아치기'] 프랑스팀을 보며 '다양성'에 반문한다

현대사회의 흐름 중에 다양성을 얘기한다면 프랑스를 논할 수밖에 없다. 거대한 구조를 해체시키는 다양하고 작은 힘들을 강조했던 들뢰즈, 보드리야르 등의 사회학자들을 중심으로 프랑스는 탈근대의 최전선을 형성했다.

이러한 다양성의 흐름은 똘레랑스(tolerance) 가치의 확산으로 이어졌다. 20세기 들어 소수의 가치, 나의 가치와는 다른 가치들을 포용하는 사회의 모델은 프랑스였다.

1998년 프랑스가 월드컵에서 우승했을 때 세계는 그 우승이 프랑스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의 힘이었다고 칭송하였다. 아프리카나 아랍계 국가의 팀인지 모를 정도로 다양한 인종들이 섞여 있었지만, 경기가 시작하기 전 국가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 를 크게 따라 부르며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선수들에게 프랑스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은 감동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12년 후인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다양성의 프랑스는 종말을 맞이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전반을 마친 후 락커룸에서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대들었던 첼시의 공격수 아넬카가 그 이유로 프랑스축구협회에 의해 팀에서 축출되었다.

엉망이 된 프랑스팀, 12년 전 그 팀인가?

필자는 <BBC> 뉴스 속보로 이 뉴스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이후에 일어났다. 프랑스축구협회 회장이 기자들에게 왜 아넬카가 축출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이 끝나고, 이어서 박지성의 '절친'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프랑스팀 주장 에브라의 회견이 같은 자리에서 이어졌다.

에브라는 단호한 어조로 말하였다. "우리 선수들 모두 아넬카가 축출된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넬카가 없었다면 우리는 지금 본선에 와 있지도 못할 것이다. 락커룸에서 있었던 일은 그 곳에서 끝나야 하는데 누군가 배신자가 있다."며 바로 옆에 있던 축구협회 회장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프랑스 언론들을 이를 대서특필하였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세계축구팬들의 눈을 의심하게 한, 프랑스인들에게는 극도의 창피함을 느끼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연습장에 나타난 에브라와 도메네크 감독이 서로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체력훈련 코치인 뒤베르네가 끼어들면서 극한 상황까지 벌어지게 된 것이다.

에브라가 '모든 선수들은 프랑스축구협회의 결정을 거부하며 오늘 훈련을 하지 않기를 결정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뒤베르네는 소리를 지르고 무언가를 공중에 집어던진 뒤 자리를 떴고, 이러한 상황을 접한 대표팀 단장 발렌틴느는 도망치듯이 '나는 오늘로서 모든 것을 집어치운다'며 짐을 쌌다.

그리고 이 장면은 방송사 카메라에 그대로 잡혀 하루 종일 몇 번이고 반복해서 방송되었다. 이후 새벽까지 프랑스 방송에서는 생방송으로 이 문제에 대한 논쟁들이 이어졌고 대통령과 교육부 장관, 문화부 장관까지 인터뷰를 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똘레랑스의 패러독스

선수들을 옹호하는 측과 비난하는 측이 확연하게 갈라졌다. 옹호하는 측은 마피아화 되어 있는 프랑스축구협회를 비난하면서 도메네크 감독 및 협회 간부들 전원이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98년 우승의 주역 중 하나인 쁘티는 TV토론에서 '프랑스축구협회는 한 번도 선수들을 인간적으로 대한 적이 없다'고 비난하면서 감정이 격해져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비난하는 측은 아직 경기가 다 끝난 것도 아닌데 선수들이 감정을 앞세워 이성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쁘티와 함께 프랑스 우승의 주역인 리자라주는 '오늘은 프랑스축구의 가장 암담한 날로 기억될 것이며, 스포츠선수로서의 본분을 망각한 선수들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과연 선수가 감독에게 욕설을 하는 것이 가능할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축구협회장이 바로 옆에 있는 데 팀의 주장이 그를 비난하는 것이 가능할까?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카메라가 있는 것을 아는 데도 팀의 주장과 감독, 코치가 서로 밀치며 소리 지르고 싸우는 것이 가능할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는 항상 다양성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었다. 한국은 획일적이고 서양은 다양하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창의적이지 못하고 서양은 창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다양성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다양하면 무엇이든지 좋고, 획일적이면 무엇이든 나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다양성의 본토인 유럽, 특히 프랑스를 경험한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다양성에 내재된 위험성이 발현이 될 때 그 위험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 지를 말이다. 똘레랑스에 기초한 다양성을 내세우는 인종정책을 폈던, 그래서 1998년의 다인종 단일국가 팀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었던 프랑스가 21세기 들어 신음하고 있다.

거리에는 다양한 인종들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며, 전체 사회의 양극화로 인해 많은 프랑스의 백인들이 똘레랑스의 '지고한' 가치를 버리고 극보수화의 길을 택하고 있다. 이번 문제는 프랑스축구협회의 관료주의와 선수들 간의 싸움만이 아니다. 기든스, 벡 등이 제시한 '근대 사회의 위험성'이 다양성을 축으로 하여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 날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된 생방송에서 1998년 우승 멤버들이 대거 참여를 하였다. 쁘티, 피레스, 리자루즈, 르보프가 그들이었다. 하지만 이들과는 피부색깔이 다른, 아넬카와 에브와는 색깔이 같은, 튀람, 트레제게, 드사이등은 없었다. 우연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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