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일 열리는 가나전과 11일 열리는 시리아전을 치르기 위해 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 설기현은 이런 말을 던졌다. 설기현이 유럽에 진출한 것은 지난 2000년 7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보낸 추석이 1999년이었다는 얘기다.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을 오랜 기간 동안 먼 타지에서 맞이해야 했다는 말 속에는 자신의 목표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 왔던 지난 시간에 대한 반추가 담겨 있기도 했다.
아픔의 시간을 묵묵히 삭혀내다
7경기 출전에 2골 2도움. 프리미어리그 데뷔 첫 시즌 초반 설기현의 성적표다. 기대 이상이다. 사실 지난 2시즌 동안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울버햄튼에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던 설기현이 이토록 맹활약을 펼치리라 기대했던 축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설기현은 내우외환을 겪었다. 소속팀 울버햄튼에서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접어들어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고, 위기는 대표팀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5월 세네갈전에서 '역주행 논란'을 빚으며 국내 축구팬들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2006 독일월드컵 본선무대에서도 설기현은 한국 대표팀의 '베스트 11'이 아니었다.
프리미어리거의 꿈을 불태우며 벨기에 주필러리그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온 설기현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감돌았다.
올 시즌 설기현은 팀 사상 최고 이적료로 프리미어리그 레딩에 입단하며 이런 걱정을 기우로 만들었음에도 팬들은 '색안경'을 벗지 않았다.
프리미어리그 톱클래스의 공격수 선수들과 비교할 때 비교적 단조로운 공격 패턴, 단조로운 페인팅 동작, 다소 기복이 있는 경기력 등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세계적인 축구스타들도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고 짐을 싸는 경우가 허다한 '꿈의 무대'가 바로 프리미어리그 아니던가.
그랬기에 모든 이들이 놀랐다
지난 1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업튼파크에서 열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전반 1분 만에 28m짜리 중거리슛 선제 결승골을 터뜨려 팀의 1-0 승리를 이끈 설기현이 깨뜨린 것은 상대팀 외에 자신에 대한 잘못된 편견이었다.
3일 입국한 설기현에게 취재진으로부터 이런 질문이 던져졌다. "본인 특유의 큰 동작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작 본인은 담담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올 시즌이 처음이지만 이미 울버햄튼에서 2년 간 영국축구를 경험했다. 별도의 적응이 필요 없는 것 같다.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하던 대로 하는데 잘 통하는 것 같다." 자신은 그대로인데 주위의 평가는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발언이었다.
온갖 편견과 비난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와 자신의 진가를 멋지게 확인시키고 있는 설기현. 유럽 진출 후 처음으로 고국에서 추석을 맞이해 본다는 그는 지난 2000년 벨기에로 떠날 때 품고 있던 '청운의 꿈'이 현실화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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