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추운 날씨 속에서도 한국 올림픽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한 붉은 악마와 창원 축구팬들은 손에 쥐었다가 놓친 승부에 대한 아쉬움을 안고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일본전 상대전적 4승3무3패
홍명보 코치가 이끄는 한국 올림픽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아쉬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로써 올림픽 대표팀은 4승3무3패로 일본전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국가대표팀, 올림픽팀, 청소년팀을 모두 합쳐 작년 1월 청소년 대표팀이 카타르대회에서 일본을 3-0으로 이긴 이후 1년10개월여 동안 한일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보지 못하고 있다.
홍 코치가 지휘하는 이번 올림픽 대표팀 멤버들이 모두 모여 손발을 맞춘 것은 지난 13일 오후 훈련 한 차례가 전부였다. 이 때문에 이번 경기 승리를 예측하는 것은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일본 올림픽 대표팀의 경우 소리마치 감독의 지휘 아래 꾸준히 조직력을 단련해 왔다.
하지만 올림픽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한 우려는 시작 휘슬이 울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기 시작했다.
양동현 이근호 투톱과 박주영 이승현 좌우 날개를 앞세운 한국은 경기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몰아 붙였고, 전반 4분 터진 박주영의 헤딩골로 1-0 리드를 잡았다. 박주영은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에 포진해 있다 돌고래처럼 솟구쳐 올라 상대 골문을 꿰뚫었다.
그 이후 경기는 완전히 한국의 페이스로 넘어 왔다. 전반 28분 박주영은 아크 정면에서 예리하게 휘어지는 프리킥으로 일본의 간담을 서늘케 했고, 35분에 이승현이 오른쪽 측면에서 킬패스를 날려 이근호에게 터닝슛 기회를 제공했다.
경기 내내 벤치에 앉지 않고 부지런히 작전 지시를 내리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던 홍 코치는 후반 시작과 함께 박주영 대신 백지훈을 투입하며 전술 변화를 꾀했다.
후반 초반에도 한국의 파상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4분 상대 수비수가 문전에서 놓친 볼을 양동현이 로빙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키를 넘기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14분에는 양동현이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수 한명을 제치며 날린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하지만 경기 주도권을 잡고 상대를 시종 압박하던 한국은 후반 19분 상대의 기습적인 역습에 휘말려 동점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일본이 왼쪽 측면에서 시도한 크로스를 일본 최전방 공격수 카렌이 헤딩슛으로 시도하다 실패했지만 옆에 서 있던 안태은의 머리를 맞고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 것이다.
순식간에 동점골을 허용한 뒤 태극전사들은 후반 21분 다니구치에게 위협적인 중거리슛 기회를 내주는 등 잠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금세 안정을 찾은 올림픽 대표팀은 다시 상대를 압박해 나갔다. 후반 26분과 30분, 31분 백지훈이 관중의 탄성을 자아낼 만큼 위협적인 중거리슈팅을 잇따라 날렸고, 홍 코치는 후반 30분 김승용 대신 심우연을 투입하며 막판 총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압도적인 우위 속에서도 후반 35분 강민수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마저 따르지 않은 채 1-1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한편 한국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21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원정 평가전을 치른다. 이날 경기는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잡는다.
홍명보 코치 "선수들이 고맙고 자랑스럽다"
"예상보다 선수들이 잘해줬고, 내가 주문한 것을 완벽하게 이행했다. 선수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14일 오후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한일 올림픽 대표팀 간의 평가전에서 임시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1-1 무승부를 거둔 뒤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날 한국은 전반 4분 터진 박주영의 헤딩골로 리드를 잡고 시종 우세한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 19분 안태은의 자책골로 동점을 허용한 뒤 추가골을 터뜨리는 데 실패했다.
이날 경기에 대해 홍 코치는 "많은 부분이 처음이라 부족했던 것 같다. 특히 상대가 전술을 바꿨을 때 조금 더 빨리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지시를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 시간이 길었다"고 감독 데뷔전에서 자신의 실수를 냉정하게 되짚으면서도 선수들에게는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소감은?
"결과는 1-1 무승부다. 경기를 리드하다 실점을 허용했고 결과적으로 비기고 말았다. 그러나 예상보다 선수들이 굉장히 잘해줬고, 주문한 것을 완벽하게 이행했다. 선수들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다. 감독으로서 첫 경기이지만 선수들이 잘해줘서 편안하게 경기를 볼 수 있었다.
-벤치에 앉은 소감은?
"코치로서 몇 번 앉아서 경기를 봤다. 자리가 약간 바뀌기는 했지만 크게 긴장되지는 않았다."
-오늘 경기에서 전반전에는 한국이 파워풀한 모습을 보이며 득점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일본이 후반 들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한국이 앞서 나가고 일본이 쫓아가는 이 패턴은 한일전에서 자주 발견되는 모습이다. 이렇게 일반화되는 현상이 어떤 의미인지?
"전반전에 한국은 퍼펙트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후반전에 상대가 전술을 변형한 뒤 선수들이 조금 혼란을 느꼈고, 포지션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했다. 그 시간대에 일본이 공격적으로 나오고 찬스도 만들었지만 우리 선수들이 곧 회복했다. 전술적으로 이해하고 경기를 펼치기 시작한 뒤부터 우리가 조금 우세한 쪽으로 이끌었다. 골대를 몇 번 맞힌 점 등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잘했다.
우리 홈경기였기 때문에 일본이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못 나왔을 것이다. 반면 우리는 좀더 공격적으로 경기를 펼쳤다. 이런 패턴이 한일 양국의 축구 스타일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최근 일본 경기를 보면 수비 숫자를 많이 두고 역습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반전에 골을 넣은 박주영을 빼고 백지훈을 후반 교체투입했는데….
"백지훈을 원래 계획과 달리 후반전 시작과 함께 투입한 것은 박주영이 어제 몸살을 앓아 정상적 컨디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박주영에게 쉴 것을 권유했지만 본인이 뛰겠다는 의사가 강했다. 그러나 박주영이 전반이 끝나고 체력 부담을 많이 느껴 백지훈을 조기에 투입했다.
백지훈에게는 양 측면으로 오픈 패스를 많이 시도할 것과 세컨 볼를 따내라는 주문을 했다. 전반전 우리 팀이 세컨드 볼에 약한 면을 보여 그런 점을 주문했다. 그러나 역시 이틀 전 경기를 치른 탓인지 피로감이 눈에 띄었다. 원래 생각보다 더 빨리 투입했는데 그 점이 다소 아쉽다."
-오늘 경기를 복기하면 감독으로서 아쉬운 장면은?
"많은 부분이 처음이라 부족했던 것 같다. 특히 상대가 전술을 바꿨을 때 조금 더 빨리 대응했어야 했는데 그 점이 부족했다. 우리 선수들에게 지시를 원활하게 할 필요가 있었지만 그 시간이 길었다.
그 점 외의 다른 결정들은 나쁘지 않았지만 특별히 잘한 것도 없다. 잘한 점보다 처음 벤치에 앉다보니 스스로 긴장한 면도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
-점수로 매기자면 본인에게 몇 점을 주고 싶나?
"내 스타일 상 말할 수 없다. 알아서 점수를 매겨 달라. 다만 선수들에게 굉장히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팀을 위해 희생한 박주영에게도 고맙다. 선수 모두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이 기뻤다. 고맙다."
日 소리마치 감독 "홍명보의 인간적인 면 봤다"
"감독직을 맡아 보니 선수 시절 그렇게 냉정하고 침착했던 홍명보도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더라. '이 사람도 인간이구나' 싶었다."
14일 오후 창원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한일올림픽 대표팀 간의 평가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 뒤 일본 소리마치 감독은 홍명보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지난 1997년 J리그 벨마레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소리마치 감독은 "선수 시절 홍 코치는 워낙 냉정하고 침착했다. 또 상황 분석을 잘했고 오늘 경기에서도 그런 면을 봤다"면서도 "감독이 되니 벤치에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고 이사람도 인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대표팀에서도 함께 한일 대표팀의 코치직을 맡고 있다. 앞으로도 좋은 라이벌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소리마치 감독은 "처음부터 어려운 경기를 예상했는데 역시 어렵게 진행됐다. 아마 연장전 갔다면 한국에 잡혔을 것이다"며 쉽지 않은 경기를 펼쳤음을 시인했다.
지난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드러났던 약점들인 경기 초반 빠른 실점, 세트피스 대처능력 부족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 이날 일본 대표팀에도 재현됐다는 것이 소리마치 감독의 반성이었다.
이어 그는 "일본 대표팀은 국제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다. 대표 경력이 없다 보니 상당히 긴장해서 전반에 한국의 스피드나 전개에 적응 못 해 허둥댔다. 후반 들어 한국 플레이에 적응되다 보니 진정한 실력이 조금씩 드러난 듯 싶다"고 경기를 분석했다.
"일본은 전반에 상대에게 볼을 뺏은 뒤 공격 전개를 서둘렀다"고 운을 뗀 소리마치 감독은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서두르지 말 것을 주문했다. 또 한국은 볼 소유를 오래 하기 위해 일본이 수비를 강화하면 백패스를 많이 했는데 이때 측면에서 3대2 상황을 만들어 역습하자는 주문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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