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을 둘러싼 논쟁들은 대부분 이런 논리대결로 흐른다.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중요한 화두였다. 수익성으로 공공부문의 비효율성을 치유해야 한다는 쪽은 민영화의 성공사례를, 공공성을 주장하는 쪽은 민영화가 가져온 폐해를 전 세계를 뒤져 찾아와 서로 근거로 제시해왔다.
현 정부는 이미 공공기관 선진화방안(2008),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2009)을 제시해 공공기관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고 2010년부터는 구체적으로 이를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 프렌들리'하게도 현 정부는 공공기관을 수익성에 아주 충실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2008년의 촛불시위 이후 물, 가스 등의 핵심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 계획을 일단 접은 듯 보이지만 공공기관을 공공기관 형태로 유지한 상태에서 민영기업처럼 운영하고자 내부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변화시키는 '개혁'을 시도했다.
그 개혁의 중심에 '연봉제와 임금피크제에 대한 표준모델'이 있다. 지난 6월 30일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의결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권고안'에는 근속에 따른 호봉제를 없애고 평가에 의해 차이가 누적적으로 발생하는 기본급 체계와 성과에 따른 성과급을 중심으로 임금구조를 만들어 임금격차를 2배 이상 크게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따라서 '성과연봉제 권고안'은 지금까지 진행된 수익성 위주의 공공기관 평가를 개별 행위자에게까지 미시적으로 확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공공재를 생산하는 공공기관이 수익성을 지표로 그 경영성과를 평가받는 것, 그리고 내부 구성원들이 업무성과에 따라 평가되고 승진과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로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
논의를 위해서는 먼저 공공기관의 존재이유와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동원되어야 할 수단에 대한 혼란이 지적되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존재 목적인 공공성과 그것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일부에서 제시하는 수익성이 서로 엉켜 마치 공공기관의 존재목적이 수익성이 되어버린 혼란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공공기관은 시장이 공급하지 못하는 공공재를 모두가 보편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공급하기 때문에 존재한다. 전기와 철도, 물 등은 시장을 통해서 공급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적절히 통제된 가격에 전체 시민들에게 차별 없이 공급될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을 관리하는 주체가 공공기관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 시에도 담보와 신용이 없는 중소기업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대출회수에 열 올리는 시중은행 때문이 아니라 신용보증기금이라는 공공기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존재이유는 결국 사회적인 차원의 보편적 필요와 공공적 또는 금융적 안전망 때문이며 이를 총괄하여 공공성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는?
공공재를 공급한다고 해서 공공기관의 비효율성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효율성을 평가하는 지표가 민간기업과 달리 애매모호하다는 점에 있다. 효율성을 최소의 수단으로 최고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민간기업은 최대의 이윤을 최소의 비용으로 달성해야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공기관의 효율성은 시장을 통해서 나타나는 계량적인 지표로 측정되기 곤란하다. 공공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공재를 향유하는 시민들이 체계적으로 평가의 주체로 등장해야 한다. 이들이 공공재를 생산하는 공공기관과의 긴밀한 피드백 속에서 평가지표를 생성해내야만 가능해진다. 따라서 민간기업에 적용되는 수익성 관점의 효율성과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공공적 관점의 효율성은 평가지표와 평가주체의 차이로 명확하게 구별되어야 한다.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수익성 관점의 효율성 지표를 들이대는 순간 공공성이 훼손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컨대 연봉제가 신용보증기금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앞에서도 말했듯이, 신용보증기금은 담보와 신용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대출을 보증해주는 공공기관인데, 보증액수와 보증 기업의 사고율 등으로 실적을 평가받게 된다면, 국민경제적으로 보호해주고 육성해주어야 할 취약한 중소기업보다는 안전한 중견기업에게 큰 액수의 보증업무가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공공성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자본시장에서 차입이 유리한 중견기업에게 국가의 지불보증까지 더해주어 더욱 낮은 차입비용으로 자본을 조달하게 도와준 셈이다. 공공기관과 그 구성원에 대한 평가를 시장중심의 관점으로 가져가면 이와 유사한 현상이 다양한 분야에서도 역시 나타난다. 왜냐하면 시장 중심의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방법은 시장이 우수하게 평가하는 특성을 가진 집단과 영역으로 공공기관의 업무를 집중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 전기와 철도는 수익성이 낮은 산골보다는 수익성이 높은 도시와 산업, 그리고 지불능력이 풍부한 계층으로, 금융자본은 담보와 신용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가계보다는 중견기업과 부유한 계층으로 흘러들어 갈 것이다. 다시 말해 무늬만 공공기관인 공공기관이 만들어지게 되고 공적인 영역은 축소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현재의 상황을 좀 더 고려해보자.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나라들은 자신이 가진 자산, 심지어는 국토까지도 팔고 있다. 미국 지방정부들 중에는 공공 서비스인 소방, 교육을 포기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그리고 국제자본시장은 긴축정책을 통해서 공공부문을 축소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위기 속에서도 인간의 최소한 복지와 생존을 보장해줄 수 있는 부분은 바로 공공부문이다. 여기에 공공기관을 좀더 '선진화'하고 강화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문제는 '선진화'의 방향이다.
국제공공서비스연구소 소장인 데이비드 홀은, 투명성과 책임성, 공공의 참여를 공공부문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리고 시민들이 공공기관의 서류를 살펴보고 공공서비스의 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공공기관의 낭비를 막는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공공부문의 평가모델이 나와야 한다. 또한 공공기관의 구성원을 수익성과 성과라는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려는 시도가 가져올 우려스런 결과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수익성의 논리가 아니라 공공적 관점에서 공공기관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들이 새롭게 모색되어야 한다. 이것이 갈수록 무너져 내리는 사회적 안전망과 양극화 속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공공부문을 지켜내고 개혁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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