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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데이에 피눈물 흘리는 사람도 있다"

[기고] 대우의 댐 건설로 고통 받는 라오스

3월 14일은 '국제 댐 반대 행동의 날'이다. 환경운동연합 마용운 국장은 대우건설이 건설한 라오스의 후웨이호 댐으로 고통 받는 현지 원주민의 현실을 고발해 왔다.

최근 <한겨레>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라오스의 물, 아세안의 배터리로" 등의 제목 아래 라오스 수력 발전의 긍정적인 면을 크게 보도한 것과 관련해, 그것의 부정적인 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편집자>
▲ 라오스 후웨이호 댐. ⓒ프레시안

근래 들어 우리나라 기업이 너도나도 국제적으로 뻗어가고 있다. 특히 가까운 아시아 지역에서 이러한 모습이 집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국내 기업이 아시아에서 활발히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화려한 이면 뒤에 숨어 있는 사회·환경 문제는 없을까?

대우건설이 만든 라오스의 후웨이호 댐

후웨이호 댐은 라오스에서 민간 부문이 자금을 조달해 건설한 최초의 BOT(건설-운영-이전) 방식의 댐 건설이었다. 1990년대 초반 세계경영이라는 신화를 꿈꾸던 대우건설은 1억5000만 달러에 이 공사를 수주했다. 이 댐 공사는 1994년 11월 시작돼 1998년 12월 끝났다.

라오스 남부 참파삭(Chanpassak) 주의 동쪽 끝에 있는 후웨이호 강을 막은 이 댐은 그 물을 인근 아타프(Attapeu) 주에 있는 세콩(Xe Kong) 강으로 빼내, 큰 낙차를 이용해 150㎿의 전력을 생산한다. 대우건설은 이 수력 발전소가 아시아에서 가장 낙차가 큰 것이라며 자랑해 왔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애써 외면하는 현실도 있다. 후웨이호 댐 건설로 엄청난 환경 훼손이 발생했다. 수몰 지역 안의 나무를 베어 낸다는 구실로 시작된 벌채는 수몰되지 않는 지역까지 확대돼, 송전선을 따라 주변 50m 넓이로 나무가 마구 베어졌다. 또 이미 있던 100㎞의 도로를 확장하고, 38㎞의 길을 새로 내는 과정에서도 숲이 파괴됐다.

삶의 터전을 잃은 원주민

환경만 파괴된 게 아니다. 대대로 그 지역에 살고 있다가 댐 건설로 졸지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원주민, 특히 냐훈(Nya Heun) 족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5년 동안 445가구 1895명이 참파삭 주로 이주했는데, 이중 40%가 냐훈 족이었다. 그나마 애초 계획된 12곳 마을 중 2곳은 아직도 이주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들의 고통은 고향에서 쫓겨난 데서 그치지 않았다. 한 가구가 살기 위해서는 3㏊의 땅이 필요했다. 그러나 정부가 주민에게 나눠줄 수 있는 땅은 1㏊에 불과했다. 결국 이들은 식량난에 처하게 됐지만, 정부는 배급하기로 했던 쌀도 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은 이주비용을 제공했지만, 그 역시 충분치 않았다.

이런 이주민의 비참한 실상에 대해 라오스의 수력발전 개발에 관계했던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한 컨설턴트도 1997년 9월 이주 지역을 방문하고 나서 "이주 지역은 외부의 도움조차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너무 좁은 땅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다"며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댐이 건설되기 전 먹고사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쌀 수확량도 많았고, 강과 숲도 풍족한 먹을거리를 제공했다. 굳이 외부에 손을 벌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랬던 이들은 새로운 이주 지역에서 졸지에 이미 자원을 독점하고 있던 원주민에게 손을 벌리는 처지가 됐다. 결국 3~4년 전부터 냐훈 족 이주민은 수몰되지 않은 채 남아있는 고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대우건설의 후웨이호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잃고 고통을 겪고 있는 냐훈족 사람들. ⓒ프레시안

원주민의 하소연…"대우건설에 책임을 묻고 싶다"

이렇게 댐 건설로 삶의 터전을 일은 이들이 제일 원망하는 것은 대우건설을 비롯한 외국 기업이다. 한 냐훈족 이주민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우리는 댐 건설을 통해 이익을 본 대우건설이나, 지금 댐을 소유하고 있는 벨기에 트랙테벨(Tractebel)의 책임을 묻고 싶다. 이들은 댐 건설로 돈만 벌었지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주민에 대한 책임은 다하지 않았다. 우리는 농사지을 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에 살던 그 땅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곳에서 살 권리가 있다."

오늘은 3월 14일, 흔히 말하는 '화이트데이'다. 사랑하는 연인에게 사탕이나 선물을 보내는 날이다. 그런데, 3월 14일은 또 다른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꼭 10년 전인 1997년 오늘 세계의 댐 반대 운동가와 주민들이 브라질 쿠리찌바에 모여 댐 건설에 반대하고 강과 주민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한 '국제 댐 반대 행동의 날'이다.

지난 10년 동안 세계적으로 대형 댐에 대한 환경단체와 지역주민의 강력한 저항이 이어졌다. 2000년에는 굳이 대형 댐을 건설하지 않더라도 실현가능한 대안을 우선 검토하고, 부득이 댐 건설이 필요하다면 사회·환경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세계댐위원회의 권고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최근 한국에서 동강댐과 지리산댐 등 대형댐 건설이 번번이 좌절되자 한국의 건설업체들은 점점 이웃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들은 한국에서 범한 잘못을 그대로 세계 곳곳에서 저지르고 있다. 오늘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관심을 가지고 선물을 줄 게 아니라, 이웃 나라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한 날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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