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황우석 사태는 한국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한국 정부와 주류 과학기술계는 대체 반성이라도 하는 것일까? 16일 보건복지부는 '생명윤리법' 전면 개정안과 '생식세포관리법' 제정안에 대한 공청회를 이화여대에서 열었다. 솔직히 인상부터 말하자면, 마치 다른 공청회장에 들어온 것이 아닐까 착각이 들 정도였다.
황우석 사태 이후, 숱하게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마련된 생명윤리법 개정 공청회가 아니라 생명공학육성법 개정 공청회인 듯 했다. 공청회 내내 위축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어떻게 활성화시킬 것인지가 가장 큰 화두인 듯 했다. 황우석 사태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필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 누구라도 한마디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공청회장의 악역을 맡아 토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래는 공청회장에서 보건복지부가 준비하는 생명윤리법 전면 개정안과 생식세포관리법 제정안에 대해서 반대하면서 토론했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같이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체세포핵이식연구 허용 여부가 쟁점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체세포핵이식 배아복제연구 허용 여부'는 본 법개정안의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토론자들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이를 몇 차례나 강조하면서, 그것은 시행령 사항이기 때문에 공청회에서 토론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주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이번 법률 개정안의 가장 중요한 사항에 대해 공청회에서의 쟁점화를 회피하려는 태도일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정부의 이번 법률 개정 움직임은 지난 황우석 사태의 직접적인 결과이며, 황우석 사태로 야기된 여러 쟁점 중에 하나가 바로 '체세포핵이식 배아복제 연구'를 계속 허용하느냐 여부였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작년에 이를 원천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결의했다는 점이나,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정당성마저 의심 받을 정도로 논란이 많은 표결 내용이 바로 체세포핵이식연구의 허용 여부였다.
시민사회단체 및 종교단체들은 이미 2000년부터 시작된 생명윤리법 제정 과정부터 지금까지 체세포핵이식 배아복제 연구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며, 민주노동당도 지난 총선에서 이를 금지하는 법률 개정을 공약한 바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보건복지부가 이번 법률 개정안에서 체세포핵이식연구 허용 여부는 토론사항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황우석 사태 이후에 내놓은 법개정안에서 배아복제연구 허용 여부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이, 여전히 국가생명윤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시행령에서 그 허용범위만을 정하려는 보건복지부의 접근은 '귀머거리 행정'의 대표적인 사례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체세포핵이식연구를 금지해야 하는 이유
체세포핵이식 연구의 문제점은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와서 이제는 지루한 감마저 있다. 초기에는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그런 논의는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당연한 것이 되었다. 현재 중요한 점은 체세포핵이식 배아복제가 가진 기술적 위험성과 이에 수반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다른 대안들(잔여배아를 이용한 연구에서부터 성체줄기세포연구까지)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 근거하여 정부 차원의 위원회와 기구에서 체세포핵이식 연구를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예를 들어서 2000~2001년의 과학기술부 생명윤리자문위원회에서도 체세포핵이식 연구에 대해서 (시한부) 금지 결정을 내렸으며, 또한 2004년에 작성된 국가인권위원회의 테스크포스팀 보고서에서도 이를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그러한 비판이 대단히 현실적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온갖 정치ㆍ사회ㆍ경제적인 지원 속에서도 2000여 개의 난자를 이용하고도 단 한 개의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 연구가 가진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난자제공 과정에서 육체적ㆍ정신적 고통을 당했으며, 특히나 경제적으로 곤궁한 여성들이 난자를 제공하는 일에 나서도록 부추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을 황우석 사태를 통해서 분명히 알게 되었고, 다른 연구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체세포핵이식 배아복제연구를 고집하는 이유를 알기가 너무 힘들다. 정부의 체세포핵이식 연구에 대한 중독증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한때 국가생명윤리위원회에서는 동물실험을 통해서 충분한 가능성을 확인한 후에 허용 여부를 판단하자는, 나름대로 수용가능한 합리적인 안도 나왔었다. 사실 이것은 생명윤리법 제정 논의과정에서 한때 정부안(2002년 보건복지부 안)으로 제시되기도 했던 것과 유사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보건복지부의 이번 개정안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이는 황우석 사태를 통해서 만신창이가 된 국가생명윤리위원회가 자신의 존재근거를 또다시 부정하는 결정이며, 정부는 이를 부추기거나 적극적으로 방조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생식세포관리법'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가?
보건복지부는 이번에 생명윤리법 개정안과 함께 생식세포관리법 제정안도 내놓고 있다. 황우석 사태에서 불법적으로 난자채취가 이루어졌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행 생명윤리법 체계를 유지하고, 거기에 덧붙여 생식세포관리법을 새로이 추가하겠다는 것은 체외수정에 관련된 취약한 법적 규율 상태를 더 누더기로 만드는 행위일 뿐이다.
여성단체를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들은 오래전부터 체외수정에 관한 포괄적인 법률의 제정을 주장해 왔다. 생명윤리법 제정논의 당시부터 여성단체에 의해서 강하게 제기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준비했던 생명윤리법 체계 안에서 체외수정 전반을 다루는 법안을 연구하기까지 했었다. 그러나 법제정 논란 과정에서 생명윤리법 제정 당시 인간복제 등을 시급히 금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 때문에 체외수정에 관한 법률 제정은 추후의 과제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입법 정책적으로 보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 등의 유럽 국가들을 보면 체세포핵이식 배아복제연구 혹은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법률적 규율에 앞서서, 이미 체외수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있었다. 이는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과 출산이 가능해지면서 이 기술에 의해서 야기될 수 있는 사회적ㆍ인권적 문제에 대해 법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체외수정 기술이 발전하고 시술이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아지까지 이에 대한 법적 규율이 전혀 없다는 것은 국회와 정부의 책임방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영국은 이처럼 이미 존재하는 체외수정에 관한 법적 규율체제 위에서, 새롭게 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법적 규율의 필요에 따라 부가해서 배아줄기세포연구 등에 관한 법적 규율을 마련함으로써 일관되고 안정적 법률체제를 만들 수 있었다.
체외수정법부터 만들어라
따라서 시급히 제정이 필요했던 생명윤리법이 마련되었다면, 다음 차례는 체외수정에 관한 포괄적인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어야 한다. 실제로 국회에는 체외수정에 관한 부분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생명윤리법 개정안(박재완 의원안)이 상정되어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에 마련된 생식세포법은 체외수정 전단계의 난자와 정자의 채취와 기증 부분만을 규율하고 있는 절름발이 법안일 뿐이다. 그밖에 체외수정을 통해 배아를 생성하는 부분은 생명윤리법 일부 조항을 통해 규율하고 있을 뿐, 여성의 자궁에 배아를 착상하는 문제에서부터 출산한 이후에 벌어지게 될 다양한 법적ㆍ사회적 문제(예를 들어 호적이나 상속권 등) 등은 어느 법을 통해서도 명확히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누더기식 입법 시도를 도대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토론자가 찾아낼 수 있는 유일한 설명은 정부가 황우석 사태를 통해 드러난 여성 난자 확보에서의 불법적 비윤리적 문제점을 잠재우고, 합법적이고 안정적으로 여성 난자를 연구용으로 확보하여 위축된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육성하겠다는 고민의 결과라는 것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활성화가 체외수정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성건강에 대한 위험이나 가족ㆍ사회적 문제를 규율하는 것보다 더 높은 입법적 우선순위를 가지고 있다는 정부의 태도를 과감히 드러낸 것이다.
지금 당장 법률 개정이나 제정이 필요하다면, 다시 강조하건대, 그것은 포괄적인 체외수정에 관한 법률을 만드는 것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법률 체계를 통해 여성의 건강권을 확보하고, 이에 기반하여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될 수 있어야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한 번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 임시방편적인 입법를 시도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정부에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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