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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의 '영화적 야심', '사회적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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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세의 '영화적 야심', '사회적 야심'

오동진의 영화갤러리<42> [프리뷰] 이명세 감독의 <형사 : 듀얼리스트>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이명세 감독이 6년만에 내놓은 신작 <형사 : 듀얼리스트>는 하반기 국내 영화계에 가장 논쟁적인 영화가 될 것 같다. 이 영화는 현재 본격 상영을 며칠 앞두고 있지만 유료 시사회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개봉된 상태다.

***'영상미의 극치' 혹은 '저주 받은 걸작'**

<형사>는 벌써부터 일부 관객들과 영화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대다수의 평론가들로부터는 국내 최고의 탐미적 스타일리스트다운, 화려한 영상미의 극치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관객들에게까지 이 영화가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다소 미지수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일부 관객들은 다소 어리둥절해 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형사>는, 평론가들의 말의 성찬으로만 위안받는, 또 한편의 저주받은 걸작으로 남게 될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럴 위험이 있다.

영화가 빛과 소리의 예술이라면 이명세 만큼 그 개념을 완벽하게 실현시키는 작가도 드물다. 이번 영화 <형사>는 영화가 '영화적'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부분부분을 떼어 놓고 관찰하면 모든 게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걸 전체로 엮어내는 순간 독창적인 미학이 완성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명세는 마치, 이런 게 바로 영화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형사>는 색감이 주는 표면장력, 입체감이 만들어내는 영화적 흡입력, 리듬감이 뿜어내는 열기가 너무나 강해 한순간 스크린이 폭발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아우라가 지배하는 작품**

짐작컨대 이명세 감독은 이번 영화를 만들면서 두 가지에 주안점을 뒀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사람들이 원전처럼 느낄 수 있는 TV드라마 <다모>의 강박증에서 벗어나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차용했던 것이 바로 출판만화 방학기의 동명 원작에 보다 충실하게 접근해 내는 것이었다.

예컨대 영화 속,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돌담 골목길에서 여주인공 '남순'(하지원)이 자객인 '슬픈 눈'(강동원)과 일합을 겨루기 직전의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장면 같은 것은 방학기의 만화속 컷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만화 컷의 느낌 그대로를 움직이는 동영상으로 100퍼센트 완벽하게 치환시키는 이명세의 세공기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건 이명세처럼 '지독한 장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는 장면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형사>가 애초 기획단계에서는 TV 드라마 <다모>의 인기에 편승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그것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가 탄생한 건 이명세의 탁월한 미적 감각 때문이다.

한가지 더, 이명세는 이 영화가 조선조를 배경으로 한 내용인 만큼 자칫 고전사극이 가질 수 있는 진부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방법은 6년전 자신의 전작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의 공간활용 기법, 캐릭터의 활용을 다시 한번 구사하는 것이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의 대표적인 공간인 계단 씬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 포졸들이 잠복하거나 혹은 범인들의 소굴을 급습하기 위해 조용히 집결하는 등등의 장면들은 이 영화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후속작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상기시킨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점은 바로 여주인공 하지원의 캐릭터에서 찾아진다. 하지원이 행동양식, 예컨대 불량하게 걷는 모습 같은 것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중훈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 온 것이다. 아마도 이명세는 6년전 전작이 국내 영화미학에 가져다 준 아우라, 그 성과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영화의 미학적 성과는 바로 자신에서부터 시작됐음을 뒤늦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발동했을 수도 있다.

***'박탈의 미학'의 박탈…영화는 '잘 빚은 조형물'만은 아닌데…"**

그래서 과유불급이다. 영화 <형사>에서 느껴지는 최종적인 느낌은 이명세 감독이 목표점을 다소 멀리 잡았구나, 과하게 잡았구나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표현기법의 극대화된 성과에도 불구하고 <형사>가 울림이 적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평단의 평점과 일반관객들의 입소문에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 역시 바로 거기서 찾아진다. 예컨대 TV드라마 <다모>의 이미지를 전부 다 폐기처분하려 했다 한들, 끝까지 버리지 말아야 했던 것은 그 드라마가 가지고 있던 일종의 '박탈의 정서'다.

<다모>에서는 여주인공이든, 그녀와 비극적인 사랑을 나누든 종사관이든, 아니면 비운의 운명을 타고나 그녀와 칼을 겨루며 싸워 가야 하는 혈육의 오빠든, 이른바 주류사회에서 버림 받은, 사연과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주목했던 건 바로 그 대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명세는 바로 그렇게, 관객과 나눌 수 있는 소통의 정서를 의도적으로 탈색시키는 우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형사>에도 대결이 있고, 음모가 있으며, 비극이 있고, 궁극적으로 사랑이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데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박탈감의 부재라는 역설은 이 영화를 세공기술이 뛰어난 한 장인이 빚어낸 매우 인공적인 조형작품쯤으로 인식하게 한다. 이 영화가 일응 단순한 유희의 한 대목처럼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다. 이명세는 이번 영화에서 지나치게 영화적 야심만을 강하게 내세움으로써 작품 내적으로 드러내야 할 사회적 야심을 포기하고 말았다.

영화의 미학적 야심과 정치적 야심은 양립할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명세는 의식적으로 그 화학적 혼합물을 만들어 내는 것을 꺼려한 것으로 보인다. <형사>가 자칫 위대한 실패작이 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근데 그건 참 슬픈 일이다. <형사>는 하반기 한국영화의 가장 아쉬운 성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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