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도였던가. 나는 군대에서 리영희 선생님의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었습니다. 하늘이 새로 열리는 듯한 충격과 절실하고 정확한 문장에 책 앞에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내 삶의 바탕에 새로운 정신을 심어주신 스승. 존경은 흠모로 바뀌어 선생님의 카랑카랑한 강연장 맨 앞에 앉아 있기도 하고, 참 영광스럽게도 막걸리 한잔을 받아마신 적도 있습니다.
권정생 선생님이 가시고, 김대중 대통령이 가시고, 법정 스님이 가시고, 리영희 선생님이 가시고……. 이렇게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구나 싶을 때 그 뒤를 이을 저희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부끄럽고 죄스럽습니다.
세상 일을 생각하면 울화밖에 안 나는 시대. 또렷한 목소리로 가르침을 주실 스승이 필요한 시대. 비겁하지 않고 자기 안일에 빠지지 말아야 할 시대. 선생님은 우리의 지고한 스승이십니다. 작은 위협 앞에도 흔들리려는, 작은 이익에도 욕심이 나는, 초라한 제 모습을 선생님 영전에서 다시 씻습니다. 선생님 가르침 반이나마 따르려는 의지를 다잡습니다.
오늘은 나와 함께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선생님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우리가 선생님을 잊을 수 없듯이 후세들에게도 선생님의 가르침은 이어져야 합니다. 이 일은 저희들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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