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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금'은 더 걷고, '나쁜 세금'은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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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세금'은 더 걷고, '나쁜 세금'은 줄이자!"

[반론] 홍헌호 위원의 'OECD 평균론'에 답한다

필자는 평소 홍헌호 연구위원(이하 홍 위원)의 칼럼을 빠짐없이 읽는 편이다. 배울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통계의 달인이다. 이명박 정부가 쏟아내는 정책과 주장의 허구성을 비판하기 위해서 그가 만들어낸 통계와 그것에 관한 설명을 읽고 있으면 통쾌함은 물론이고, 널브러져 있는 복잡한 현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는 느낌을 받는다. 아마 많은 독자들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홍 위원이 필자가 주장했던 토지보유세 증세론에 비판을 가했다. 글의 제목은 '선대인 부소장'이라고 뽑았지만, 필자의 주장에 대한 비판도 있기에 그 글에 대한 필자의 반론을 개진한다. (☞관련 기사: 선대인 부소장의 보유세 증세론에 동의하기 힘든 이유)

필자의 주장은 간명하다. 이름이 복지국가든, 공정국가든 간에 세제개혁은 증세가 목표가 아니라 복지수요를 줄이면서 복지재정을 더 마련할 수 있는 방향에서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런 관점에서 보면 토지보유세 증세와 기타세금 감면의 결합이 가장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OECD 평균론'의 한계

홍 위원의 주장도 간단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OECD 평균'으로 가자는 것이다. 그는 "OECD 국가들의 세목별 조세부담률이 선진국들의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나온 결실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들의 소중한 정책적 자산을 존중하여 이에 도달하는 것을 일차적 목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한국의 2007년 GDP 대비 부동산 관련세가 OECD 국가에서 세 번째로 높기 때문에 더 이상의 증세는 힘들고, 이명박 정부가 무력화시킨 종부세를 복원하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증세의 대상을 소득세와 기업의 사회보장세에서 찾는다. OECD 국가의 GDP 대비 소득세와 기업의 사회보장세 평균이 각각 9.4%, 5.4%인데, 한국은 4.4%, 2.4%이기 때문이다. 그가 제시한 대안을 한마디로 말해서 'OECD 평균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 '평균'이다.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각 학생들의 과목 성적을 보여주지 않듯이 OECD 국가의 평균은 각국의 세목별 조세부담률의 다양성을 보여주지 않는다. 2007년 덴마크는 소득세로 GDP의 25.1%를 징수했고 일본은 5.5%, 영국은 10.9%를 징수했다. 덴마크는 기업의 사회보장세가 없고 피고용인이 GDP의 1%를 납부한다. 한마디로 말해서 나라마다 세목별 조세부담률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필자는 대다수가 동의하는 조세원칙으로 돌아가서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고 오히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주면서 분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최적의 조세조합'을 찾아내자고 하는 것이다.

조세원칙으로 돌아가자!

가장 좋은 세금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좋은 세금의 3원칙, 즉 공평의 원칙, 경제성의 원칙, 세무행정상의 원칙에 부합하는 세금이다. 이 중에서 공평의 원칙에는 정부나 사회로부터 받은 서비스에 비례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편익원칙(benefit principle)과, 납세자가 가진 경제적 능력에 따라 부담을 지우는 능력원칙(ability-to-pay principle)이 있다.

이 3원칙에 비춰보면 토지보유세가 가장 좋은 세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토지세는 공평의 원칙에 잘 부합한다. 토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위치의 편익을 누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위치의 편익은 바로 사회가 만들어낸 가치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사회가 토지소유자에게 위치의 편익이라는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므로, 토지소유자가 그에 상응하는 토지세를 사회에 지불하는 것이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토지가치는 본질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나 정부의 조치로 발생·상승한 것이기 때문에 '불로소득'이라는 점과, 엄청난 자금을 끌어들이는 토지투기가 이 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인식을 하게 되면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토지보유세 강화가 정의롭기도 하고, 투기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효율적이라 점을 알게 된다.

물론 공평의 원칙 중에는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 한다는 능력원칙도 있다. 그러나 필자는 능력원칙보다 편익원칙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토지 불로소득은 그야말로 백해무익(百害無益)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먼저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한 다음 능력원칙에 따라 다른 소득에 대해서 부과하는 것이 공평의 원칙을 온전히 구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토지세는 경제성의 원칙도 충족시킨다. 토지세는 다른 세금과 달리 경제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적(neutral) 세금이다. 왜냐하면 토지의 공급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탄력적인 상품에 세금을 부과하면 공급이 줄지만, 즉 그 상품을 만드는 생산 활동이 위축되지만, 공급이 완전 비탄력적인 토지는 세금이 부과되어도 공급이 줄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간섭과 세금을 싫어했던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도 토지세가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뿐 아니라 토지세는 토지투기를 잠재우고 토지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경제 전체를 보다 활성화시키기 까지 한다.

마지막으로 토지세는 세무행정상의 원칙도 충족시킨다. 토지는 가격이 공시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 토지는 어디에 숨길 수도 없기 때문에 징수하는 인력만 있으면 되고 세무 당국의 횡포와 부패, 납세자의 탈세와 사기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

이에 비해 소득세나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은 공평의 원칙, 경제성의 원칙, 세무행정상의 원칙과 많은 면에서 충돌한다. 먼저 이 세금들은 생산이나 유통에 부과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경제를 위축시킨다. 이 세금을 징수해서 복지(재분배)에 사용할 수 있고 또 그것이 경제에 선순환을 가져오는 것이 사실이나, 징수 자체가 초래하는 비효율은 피할 수 없다.

또한 다른 세금은 세무행정상의 원칙에서 보더라도 난점이 있다. 예컨대 소득세의 과표는 총수입에서 그 수입을 얻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뺀 나머지인데 수입 총액을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 모든 지출액 중에서 어느 것이 '그 수입을 얻기 위해 지출된 비용'인지를 판별하는 것은 본인 스스로에게도 어려운 작업이며, 더구나 제3자인 세무당국이 이를 정확하게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주위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 지출을 늘려 잡기 위해서 사적으로 지출한 것도 회사 지출로 잡는 경우를 흔하게 보고 있다. 물론 누진적 구조의 소득세나 법인세가 능력원칙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지만, 앞서 다룬 경제성의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토지보유세를 계속 강화하면서,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 조세원칙에 가장 잘 부합하는 '최적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토지의 사회경제적 영향력

이렇게 말하면 토지보유세가 좋은 세금이고 그것을 더 많이 징수하자는 것은 수긍할 수 있으나 다른 세금을 감면할 필요까지 있겠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토지의 사회경제적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런 의문은 해소된다고 본다.

생활인들과 달리, 오늘날에 와서 토지의 중요성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생각하는 학자들(특히 진보 성향의 학자)은 의외로 많다. 케인즈처럼 토지는 농경사회에서나 중요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금만 검토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집을 사는 데 엄청난 대출을 받아서 내수가 위축되는 문제 이외에도, 엄청난 토지 불로소득이 일부 토지소유자에게 집중되어서 생긴 빈부격차 문제,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을 설치하기 어려운 문제, 높은 땅값으로 창업하기 어려운 문제, 그래서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문제,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빚어지는 재산권자와 세입자 간의 갈등 문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문제, 막대한 정부재정을 토건사업에 낭비하는 문제, 적대적 노사관계 문제, 토지거품 붕괴가 초래하는 금융시스템 마비 문제 등등을 살펴보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의 상당한 원인이 토지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토지투기는 토지 불로소득을 노리고 발생하고 토지보유세는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보유세의 지속적 강화는 결국 앞에서 설명한 토지문제가 초래했던 수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복지수요가 그만큼 준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것이 바로 토지보유세 증세와 다른 세금과의 중요한 차이점이다. 다른 세금은 이런 결과를 낳지 못한다. 그러므로 토지보유세의 지속적 증세는 복지수요를 줄여주기 때문에 복지재정 확충을 위한 증세의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들고, 이것은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을 감면할 여유를 갖게 한다.

토지보유세 실효세율 1.5%+기타세금 감면

필자가 제안하는 방안은 앞으로 10년 동안 토지보유세 실효세율을 1.5%로 높이고 그만큼 다른 세금을 감면하는 것이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토지가격은 3,464조원인데 이 가격이 시가의 70%를 반영한다고 보면 토지보유세 실효세율 1.5%로 거둘 수 있는 액수는 약 74조 원[(3464조 원/0.7)×0.015]이 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원칙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이 노력해서 만든 건물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비효율적일뿐만 아니라 정의롭지도 못하다. 건물이 튼튼하거나 또 고급일수록 보유세액이 많아지기 때문에 결국 건물분보유세는 건물의 신축·개조 활동을 억제하는 나쁜 영향을 초래한다. 따라서 건물분보유세는 없애는 것이 좋다.

두 번째 원칙은 거래가 아니라 보유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부동산 관련세가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지만, 2009년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는 0.82%로 선진국의 평균에도 못 미치는데, 이는 부동산세에서 거래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69.3%(2009년)나 되기 때문이다. 거래에 부담을 주는 거래세는 단계적으로 낮춰서 결국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는 대신 보유에 세금을 부과해야,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부동산 소유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세 번째 원칙은 토지보유세 증세만큼 타조세(소득세, 법인세)를 감면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은 자신이 가진 주택과 토지와 상가에 대한 토지세를 많이 내는 대신 소득세를 감면받는 것이고, 법인의 경우에는 업무용/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토지세를 많이 내는 대신에 법인세를 감면받는 것이다.

세제개혁의 효과

이 같은 세제개혁은 성장을 촉진시킨다. 토지보유세의 지속적인 강화로 인한 지가의 경향적 저하는 신규기업의 시장진입을 훨씬 용이하게 만들고 기존에 토지 불로소득을 향유했던 기업은 퇴출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마디로 시장의 진입과 퇴출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시장이 역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투기를 옹호하는 학자들은 토지보유세 증세가 지가를 내리지 못한다고 비판하지만, 이는 원리적으로 맞지 않은 주장이다. 오히려 정부가 토지문제를 근본적(radical)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참가자들에게 알려지고 그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게 되면, 공시효과(announcement effect)만으로도 큰 효과를 거둘 것이다.

또한 '기업의 투자 확대 → 일자리 증가'도 예상된다. 토지세가 증가하면 기업은 불필요한 토지는 처분하거나 아니면 소유하고 있는 토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려고 할 것이고, 금융권에 있는 자금이나 부동자금이 토지투기가 아니라 생산 영역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분배구조를 개선한다. 다시 말해서 토지 불로소득이 초래한 빈부격차는 시정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빈부격차의 주된 원인이 부동산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상당히 중요한 효과라고 생각된다.

세 번째는 토건지출을 복지지출로 이전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토지보유세를 강화하게 되면 꼭 필요해서 추진하는 SOC건설과 주택단지건설도 토지가격의 경향적 저하로 토지보상비가 줄어들어 이 부분에 투입되는 재정지출을 낮출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불로소득의 규모가 줄어들기 때문에 막대한 개발이익을 노리는 토건지출 요구도 점차 수그러들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토건에 과도하게 투여되었던 재정지출을 복지로 돌릴 수 있는 지출이전의 가능성은 한결 더 높아질 것이다.

세제개혁은 누구에게 불리하고 누구에게 유리한가?

이런 세제개혁은 구체적으로 어떤 계층에게 유리하고 불리한지 살펴보자. 먼저 유리한 계층으로 무주택 서민과 실업자를 들 수 있다. 집값이 경향적으로 낮아지면서 노동수요, 즉 일자리가 증가해 실질소득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적정주택 소유자에게도 유리하다. 소득에 맞는 적정한 주택을 소유한 자들은 재산세 더 내는 대신 근로소득세를 감면 받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기업이나 토지를 임차해서 쓰는 기업에게 유리하다. 이들은 토지세 더 내는 것보다 법인세를 더 많이 감면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임대주택거주자인데, 이들에게는 근로세가 감면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소득에 비해서 고가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주택과소비자에게 이러한 세제개혁은 매우 불리하다. 감면받는 소득세보다 토지세를 더 많이 내야하고, 예상되는 토지 불로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한 투기용 부동산을 과다하게 소유한 기업에게도 불리하다. 감면받는 법인세보다 내야할 토지세가 훨씬 많고,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필자의 예상으론 10조 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한 5대 재벌에겐 매우 불리할 것이라고 본다.

이렇게 말하면 홍 위원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미 이런 세제개혁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은 수많은 사례들이 입증한 바다. 미국의 피츠버그와 해리스버그 사례, 덴마크의 사례, 호주의 경험 등은 위와 같은 세제개혁이 얼마나 성공적이었는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자세한 내용은 전강수·한동근. 2000. <토지를 중심으로 본 경제 이야기>. CUP. pp. 116~158에 소개되어 있다.)

경제학 이론에도 부합하고, 그러니까 자유주의 경제학자들도 반대하기 어렵고, 복지수요도 줄이면서 복지재정은 더 많이 확충할 수 있다면 이 길로 가야하지 않을까? 'OECD 평균론'보다 조세원칙에 정확히 부합하는 조합, 즉 좋은 세금은 더 많이 거두고, 조세원칙과 거리가 있는 세금은 낮춰주는 전략이 한국의 진보가 가야할 길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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