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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아빠의 만우절 장난 같은 시프트 신청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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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희 아빠의 만우절 장난 같은 시프트 신청기

[기고] 대학입시보다 까다로운 입주 조건

환희 아빠가 박사과정을 하는 동안 한국에 들어가면 주택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할 때 인터넷 뉴스에서 청약저축만 있으면 서울시가 공급하는 시프트 전세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그래서 2003년도부터 잠시 납입하다가 박사과정 기간 동안 납입하지 않았던 납입액을 모두 때우는데 생활비로 남겨둔 유학자금의 큰 부분을 써버렸다. 환희 아빠는 작은 평형의 공공임대주택보다는 좀 더 큰 평형의 시프트가 입주하기에 더 유리해 보였다. 청약저축도 다 채웠고 예상 가점도 커트라인을 웃돌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환희 아빠는 그렇게 2010년 7월에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 돌아와 토지+자유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전세주택 문제로 '약간' 뜨게 되었다. 토지정책이 전공 분야인데도 전세문제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전세주택에 오랫동안 살아본 이력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남들처럼 산전수전 다 겪어본 것은 아니었지만 15년 이상 전세주택에 살아본 환희 아빠로서는 전세제도의 원리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론이 아닌 실전. 정작 자가 주택이 없던 환희 아빠는 첫째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이사를 맘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는 하루라도 빨리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드디어 때가 왔다. 2011년 2월 25일, 17차 시프트 공고가 뜬 것이다. 환희 아빠의 예상 가점은 21점으로, 어느 정도 안정권이었기 때문에 내심 자신이 있었다.

환희 아빠는 아내와 함께 밤을 세워가며 시프트 입주 전략을 논의했다. 이 단지는 공급이 많은데 입지가 좀 안 좋아서 경쟁률이 낮을 것이라는 전략, 떨어져도 학군이 좋아 보이는 곳에 신청하자는 전략, 많이 몰릴 곳으로 예상되는 곳은 사람들이 오히려 피할 수 있으니까 우리는 역의 역선택을 해야 한다는 전략 등등. 그리고는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토요일을 이용해 모델하우스도 직접 방문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는 모델하우스 경험이었다. 환희 아빠는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되었나 하는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아이들과 고생한 아내를 위해 이런 곳에 입주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러한 희망은 인터넷에서 시프트 신청을 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충분할 것으로만 알았던 가점이 실제로는 더 낮아졌기 때문이다. 환희 아빠는 84제곱미터 전세주택에 신청하기로 하고 자신의 가점을 보다 분명하게 계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뿔싸! 서울시 거주기간이 10년이 넘은 것으로 알았던 환희 아빠는 주민등록초본을 떼어 보고는 9년 전에 주소를 고향으로 잠시 이전했던 것을 알게 되었다. 환희 아빠는 지금도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단 몇 개월 차이로 10년을 채우지 못해 1점 감점. "그래도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괜찮아"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다시 점수를 계산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윽~. 심장 깊은 곳에서 아픈 신음소리가 밀려 나왔다. 무주택기간이 10년이 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제 날짜를 계산해보니 6개월 정도가 부족했다. 또 1점 감점. 시프트는 자꾸 멀어져가고 있었다. 그래도 믿음을 갖고 시도해 보자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계속해서 청약저축 횟수를 계산하여 점수를 확인하였다. 이때 머릿속에서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무엇보다 청약저축 만큼은 자신 있었는데, 공고문을 자세히 보니 청약횟수는 공고일 기준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사실도 모르고 환희 아빠는 3개월 동안 청약저축을 못하다가 공고를 보자 마자 카드 대출을 받아 일시에 납입했던 상황이었다. 마지막 3개월치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나머지 납입횟수가 원래의 범위 안에 있었기 때문에 점수에는 변화가 없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해서 환희 아빠의 가점은 19점. 예상치보다 2점이나 깎였다.

▲ SH공사 홈페이지

한 달 후 그것도 만우절(4월 1일)에 시프트 당첨자 공고가 떴다. 환희 아빠는 이미 2점이나 깎였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명단에 이름이 있는지를 확인해 나갔다. 그런데 끝자락에 이름이 있었다. 생년월일을 확인해 보니 분명 환희 아빠의 이름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하고 커트라인을 확인해 보니 가점 18점(자녀 2명)이었다. 커트라인보다 1점이 높았던 것이다.

드디어 "하늘이 도왔구나" 기뻐하며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기하게도 시프트에 붙었어. 우리도 이젠 이사 걱정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 "정말? 어떻게 이런 일이. 너무 잘됐다." "그런데…. 오늘이 만우절이잖아." "뭐라구요? 그럼 지금 거짓말하는 거에요?" "응 미안해." "이런 일로 장난하면 어떻게 해요?" "아니 사실은 됐어. 정말이야. 만우절이라 한 번 장난친거야. 우리도 이젠 고생 끝이다." 핸드폰 끝자락에서 아내가 내뿜는 안도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환희 아빠는 인생의 가장 큰 문제인 집 문제를 해결했다는 생각에 가장으로서 가슴이 뿌듯해져 왔다.

환희 아빠는 그날 저녁 가족들과 저녁을 먹으며 즐겁게 시프트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또 한번 머릿속에 스산한 바람이 스쳐갔다. 환희 아빠는 당첨자 공고문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제17차 장기전세 서류심사대상자".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분명히 당첨자라는 문구는 없었다. 그리고 공고문에 대상자를 200% 뽑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당첨자가 아니라 탈락으로 인한 결원 등을 대비해 2배수로 뽑았던 것이다. 커트라인도 당첨자 커트라인이 아니라 서류심사대상자 커트라인이었다. 갑자기 식탁 위로 싸늘한 기운이 흘렀다. 두 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부모의 얼굴만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환희 아빠는 만우절에 정말로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며칠 후 환희 아빠는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6차 시프트의 경우 서류심사대상자의 커트라인과 실제 당첨자의 커트라인이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유인즉슨 인터넷으로 신청하면서 잘 못 신청한 이들이 많아 탈락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환희 아빠는 다시 가슴 속에서 희망이 부풀어 올라왔다. 커트라인보다 1점이 더 높기 때문에 당첨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몇 주 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SH공사에 방문한 환희 아빠는 담당자에게 "저도 당첨될 수 있지요?"라고 확인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그런데 순하게 보이는 담당자 왈, "청약저축 횟수가 78회 밖에 인정되지 않아 1점이 깎입니다. 인정하시죠?"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 믿었던 청약저축에 마지막으로 발등이 찍힌 것이다. 박사과정 할 때 몇 년치를 일시불로 납입한 것이 아직 다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었다. 시프트는 이미 시야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환희 아빠는 눈물을 머금으며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또 1점 깎였어.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할 것 같아."

환희 아빠는 최종 결과가 나오는 5월 20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고민하며 SH공사 건물을 빠져 나왔다. 봄 햇살은 무심하게도 너무 따사로웠다. 그리고는 시구 하나가 떠올랐다. 시프트 : 시기 적절하게 들어가고 싶었는데,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같이 계산하는 바람에, 트러(틀어)지게 되었네.

(이 글은 필자의 경험담입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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