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지회의 파업 돌입 이전부터 유성기업 공장 내에 상주하고 있던 현대차 총괄이사의 차량에서 발견된 이 문건에는, "유성기업 주간연속 2교대 도입관련 문제점 및 추진방향"이라는 항목이 담겨 있었다. 여기서는 "유성기업 노·사간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합의시 → 현대차/기아차 본교섭에 일부 변수 우려" 및 "(주간연속 2교대) 시행합의 없이 유성기업 회사측이 원칙적 대응시 → 현대차/기아차 승용디젤엔진 부품공급에 차질 가능성" 등 이후의 상황을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추진방향'으로 "주간연속 2교대 관련 협의 진행 권고(시간지연)", "현대차/기아차 시행 전 '先시행' 노사합의 방지"를 제안하고 있다.
이 문건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알려졌던 현대차의 부품사 노사관계에 대한 개입 의혹이 사실임을 보여주고 있다. 유성기업 노사는 2009년 임단협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 및 월급제를 2011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2011년 3월부터 이와 관련한 교섭을 진행해 왔다.
한편 2008년 및 2010년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 합의하고도 구체적 진전이 없던 현대차에서는 최근 노사간 '근무형태변경추진위'에서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 따라 노동시간이 단축되었을 때 줄어드는 생산량을 만회하기 위해 전공장에서 시간당 생산량을 30대 늘리는 것(30 UPH Up)을 확정한 상태이다.
현대차 노사관리를 총괄하는 윤여철 부회장은 5월 12일 제8회 자동차의 날 기념식에서 "생산라인에 투입될 인력(맨아워)와 시간당 생산대수(UPH)협상이 잘 되면 노사 모두에 이익"이라며 단축된 노동시간 이상으로 노동강도 높이기, 혼류생산·전환배치에 대한 자본의 자유로운 권한 보장, 비정규직 인력의 자유로운 운용 등을 관철시키려는 의도를 내보이고 있다.
이 두 가지 흐름과 앞서 폭로된 문건을 종합해 보면, 현대차 노사간에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과 맞물려 노동강도, 전환배치, 비정규직 활용 등 쟁점이 불거질 수 있는데, 원청보다 앞서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에서 노사가 합의하는 내용이 현대차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하여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사관계에 개입을 하였다는 전체적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유성기업을 비롯한 자동차 부품사들이 현대/기아차보다 먼저 임금삭감과 노동강도 강화 없는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현대차/기아차 부품공급에 차질이 발생하더라도 유성기업에서의 先합의를 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유성기업지회 파업에 대한 자본과 정부의 대응 역시 이번 사태가 단순히 유성기업이라는 한 사업장의 노사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유성기업지회가 5월 13일 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에 따라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고, 5월 18일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인지 불과 몇 시간 후 유성기업은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하였다.
5월 22일 경총은 "유성기업과 같은 불법 분규가 계속 방치될 경우 복수노조 허용과 맞물려 노사관계와 정국불안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신속히 공권력을 작동해 법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5월 23일 현대차는 "유성기업 생산직 평균연봉은 7015만 원"이며 "유성기업 파업으로 투싼·싼타페 제조라인 스톱"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또한 친절하게도 협력업체 대표단이 유성기업을 항의방문할 예정이라는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같은 날 지식경제부장관은 "연봉 7천만원 받는 회사가 파업하면 국민 납득 못해"라고 발언했다. 5월 24일 전격적으로 경찰력이 투입된 후 조현오 경찰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막기 위해 조기투입을 결단"했다고 밝혔고, 경찰력 투입 후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차 관계자로부터 치하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5월 26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유성기업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 30일 라디오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이젠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전광석화와도 같고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현대차 및 자본가단체와 정부의 대응을 살펴 보면 유성기업 사태의 또다른 진실을 알 수 있다.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이 노조법에 따른 합법적 파업이고, 사측의 공격적 직장폐쇄가 위법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앞의 기고를 통해 자세히 밝히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정부와 자본이 이번 파업을 주시하는 진짜 이유는 이 파업이 완성차기업의 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완성차 노사관계의 전개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정부와 자본은 한 노조의 쟁위행위에 다른 노조나 단체가 연대를 하면 "외부세력의 개입"이라며 단죄해왔다. 이번 유성기업지회의 점거농성에 연대했던 수많은 금속노조 조합원들과 연대단위 역시 경찰력 투입 과정에서 함께 연행되어 '외부세력'으로 조사를 받았고,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 양회삼 부지회장은 구속까지 되었다.
그러나 적어도 현대차/기아차의 정규직·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유성기업지회 투쟁의 외부세력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정부와 자본 스스로 인정한 것에 다름 아니다. 유성기업지회에서의 노사합의가 곧바로 현대차/기아차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으로 인해 현대차/기아차의 조업에 차질이 빚어지기 때문에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에 현대차가 개입하고 경찰력을 투입할 수 있다면, 역으로 유성기업지회의 파업에 완성차 노동자들이 연대하는 것 또한 정당하게 인정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작년 3월 대법원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조 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원청이 자행한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면서,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 역시 노조법상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비록 이 사건은 사실상 원청의 노무관리부서에 지나지 않는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된 노동자들에 대해 원청이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요지이긴 하지만, 근로계약상의 고용주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기본적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 역시 노동법상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주간연속2교대제와 같은 중요한 노동조건 등에 관한 부품업체의 노사관계에 깊숙이 개입한 현대차의 행위 역시 사용자로서의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사태를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다. 현대차가 유성기업의 노사관계를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점을 자본과 정부가 스스로 보여 주었다. 그런만큼 유성기업지회가 원청인 현대차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거나 쟁의행위를 하는 것 역시 정당하다. 유성기업의 노사관계에 따라 현대차/기아차의 노동조건에도 영향을 받으므로 현대차/기아차 노동자들의 유성기업지회 파업에 대한 연대 역시 정당하다.
나아가 현대차/기아차 노조와 유성기업 노조가 함께 현대차를 상대로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에 따른 원청과 부품업체의 노동조건 변화에 대해 교섭을 요구하는 것 역시 정당하다고 말이다.
이번에 현대차의 개입 문건이 폭로된 것을 계기로 하여, 역설적으로 완성차와 부품업체 노동자간 연대가 확산되고, 이것이 정당하다는 점이 널리 인식되기를 바래 본다.
| ▲ 지난달 19일 새벽 유성기업이 고용한 용역 직원이 몰던 대포차량에 치인 유성기업 노동조합 조합원이 쓰러져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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