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 노동자 행진 연속 기고 ① 아슬아슬 '이촌역 4m 창틀 곡예'…누가 강요했나 |
용역이 문제…직접 고용이 필요하다
"용역에게 주는 돈을 우리에게 주면 우리 임금도 많이 오를 수 있다. 사실 장사도 도매가 많이 떼어가듯이 용역 회사가 중간에서 돈을 많이 먹는다. 학교에서는 1인당 140만 원 주는데 50만-60만 원씩 뗀다. 00대는 한 사람당 용역비가 240만 원씩 책정되는데 노동자들에게는 50%만 준다고 한다. 100만 원 이상을 용역에서 갖고 가는 것이다. 순이익만 30만-40만 원 정도 가져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전혀 그런 사항을 모른다면 직고용을 하든 말든 우리 일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노조에 가입하고 임금의 구성을 알고 나니까 정말 이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용역에게 이득이 되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6월 7일 청소 노동자 집담회 중)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들 했지만, 광범위하게 확산된 간접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접근하지 못했었다.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파견법 폐지를 요구했다. 그러나 파견법은 여전히 건재해 자본이 구 파견법의 고용 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는 제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파견법의 제도화를 핑계로 광범위하게 확산된 간접 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그 규모조차 제대로 추정해 내지 못할 정도로 처방이 없는 심각한 상태이다.
오랫동안 '용역'이라는 형태로 굳어온 청소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중간에 업체가 끼어든 왜곡된 고용 형태가 노동권을 후퇴시키고 권리를 빼앗아 간다는 것을 삶과 투쟁을 통해 스스로 느끼지만 어떻게 뚫고 나아가야 할지, 그 투쟁을 어떻게 만들어 내야 할지 길은 잘 보이지 않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간접 고용 노동자들은 여러 갈래로 투쟁을 만들고 길을 열어 가고 있다. 먼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모든 사내 하청 노동자를 정규직화하라'는 요구와 투쟁이 그렇다. 대법원의 불법 파견 인정 판결을 딛고 그 판결의 의미를 온전히 살리기 위해, 모든 사내 하청은 불법이고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요구를 가지고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또 인천공항 지역지부 동지들의 투쟁이 있다. 직접 고용 정규직화를 위해 원청을 상대로 한 투쟁과 교섭을 전개하고 있으며,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만년 제자리인 인생을 뛰어넘고자 투쟁의 힘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를 중심으로 한 집단 교섭 투쟁이 또 하나의 길을 열고 있다. 하청으로 갈래갈래 나뉘어 최저임금 외에는 주어지는 것이 없었던 노동자들,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렸던 노동자들이 집단 교섭과 공동 투쟁을 통해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쟁취하고, 이제 원청을 상대로 생활 임금, 고용 보장, 노동 안전 보장 등의 요구안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 ⓒ프레시안(최형락) |
간접 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과 간접 고용 문제의 심각성으로 정부 차원에서도 조금씩 정책의 변화가 있었다. 정부는 간접 고용 문제에 대해 이전에는 외주화를 합당한 것으로 포장하는 수준에서 비정규직 대책을 제출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서울시는 간접 고용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나름의 정책을 제출했고,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청소 노동자들로부터 그 첫 대책을 마련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벌어지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 '정규직화' 이면에 노동자들에게 다른 것을 내놓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그렇게 내놓아야 할 것은 바로 노동자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고용'이다. 정년을 이유로 한 고용 해지가 정규직화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임금 상승'이라는 것도 현재의 임금 수준보다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청소 노동은 낮은 가치의 노동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극복하지 못한 채, 기존 임금보다 얼마가 더 오른다는 식의 선전으로 포장되었다.
기계적 고용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노동권을 확장해야
"우리가 정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일을 그만둔 이후에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봉급을 받는 사람들은 65세에 쉴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니까 70세까지 일해도 힘들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다. 엊그제 텔레비전에서 의사들이 나오는데 손을 놓고 30-40년을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것을 자식에게 어떻게 타 쓰냐고 이야기한다."
"수박 한 덩이에 만 원이다. 그것을 사고 싶은데 못 사먹고 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사갈까 말까 망설이기만 했다. 식구들과 맘 놓고 외식 한 번 해본 적이 없다."
"왜 청소(노동자)는 돈을 조금 받아야 하나 생각하니, 처음에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일찍 끝난다는 말만 듣고, 연세 드신 분들이어서 나이도 들고 일하는 시간도 짧으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소의 노동 강도도 세고 일하는 시간도 길다. 일찍 끝나는 것 같지만 다른 사람들 잘 때 우리는 새벽같이 출근한다. 이것을 못 보고 일찍 끝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6월 7일 청소 노동자 집담회 중)
노동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어야 하는 것일까? 청소라는 노동은 사회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만큼 소중한 가치를 부여해야 할 것이다. 모든 노동이 그렇다. 자본에 얼마나 많은 이윤을 직접 안겨 주느냐와 무관하게 반드시 필요한 노동이라면 그만큼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나 용역으로 외주화되면서 청소, 경비 등 시설 관리 노동의 가치는 급격히 저하되기 시작했다. 그에 더해 여성·고령 노동자가 대부분이라는 이유까지 저임금을 합리화하는 논리로 작용했다. 그러한 인식은 청소 노동자들을 직영으로 전환하는 데도 그대로 작용해 노동자들의 임금은 여전히 고만고만한 수준에 묶였다.
| ⓒ프레시안(최형락) |
더욱 심각한 것은 '정년' 문제이다. 지난해 서울지하철의 직영화 과정에서도 그랬지만, 최근 시립대에서 진행되는 경과를 보면 노동자들에게 '정규직으로 짧게 일할 것인지, 비정규직으로 길게 일할 것인지'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마치 그것만이 답이고, 노동자들의 요구가 바로 그것이었던 것처럼.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이것이 과연 노동자들이 선택해야 하는 문제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 시간 동안 끊임없이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를 외쳐왔다. 이는 기계적으로 비정규직 고용 형태를 정규직으로 변경하라는 요구가 아니었다. '정규직화'라는 요구 안에 우리가 담았던 것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고용의 단절과 불안정 속에서 박탈당해야 했던 우리의 정당한 권리의 회복이었다.
자본은 노동자들을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고, 또 그에 더해 무기 계약직, 계약직, 임시직, 간접 고용으로 분할하며 단결을 가로막는다. 단결을 가로막는 것만이 아니라, 고용 형태에 따라 직무를 나누고 임금 체계를 달리하며 차별을 합리적인 것으로 포장한다. 최근 이마트가 대규모 불법 파견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승진 및 임금 차별이 존재하는 분리 직군을 만들어 여전히 낮은 노동 조건에 묶어둔 것처럼, 자본은 계속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낮게 책정하기 위해, 또 그것이 정당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
우리가 요구한 정규직화는 기계적인 고용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바로 노동권의 확장이다.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빼앗겨 왔던 권리를 되찾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탄압받았던 굴레를 걷어내고 노동3권을 온전히 보장받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자 한 것이었다. 그래서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화 쟁취라는 것은 끊임없이 지속되는 운동적 요구이고, 권리 확장을 위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부와 자본은 이를 마치 정규직 "시켜주면" 다른 것은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한다. 마치 정규직이라는 것이 그런 굴레 속에 있는 것처럼. 정규직이 되면 8시간 풀타임 노동을 해야 하고, 관리자의 업무 지시에 직접적으로 종속되어 시달리며, 이리저리 전환 배치되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것처럼. 그런 정규직이 되면 대신 임금은 조금 더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정규직'의 개념 자체를 왜곡해 버린다.
청소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임금은 간접 고용 비정규직일 때보다 조금 더 받을 수 있지만 일할 수 있는 기간이 그만큼 짧아지고, 이는 정규직의 이름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이러한 왜곡을 걷어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왜 정규직이라는 고용 형태는 자본에 얽매이는 것인가. 사실 따지고 보면 비정규직일 때에는 다른 방식으로, 즉 바로 '해고'해 버리는 방식으로 똑같이 통제가 작동했었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노동자의 권리가 박탈되고 있는 지점을 정확히 보고, 그 권리 쟁취를 위해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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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규직을 찾아서, 4회 청소 노동자 행진
그래서 청소 노동자들은 진짜 정규직을 요구한다. 노동자로서 권리를 보장받는 것, 안정된 고용, 비정규직 시절을 걷어내고 억압과 차별 없는 노동으로 권리를 확장하기를 요구한다. 그래서 기존에 해당 직종에서 일해 왔던 만큼의 고용 기간을 보장하라는 것은 당연히 정당한 요구이다.
자본은 노동자들이 자기 좋은 것만 얻으려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권리를 확장해가는 과정으로서 정규직 전환이 아니라 노동자를 더 구속시키는 정규직이라면, 그것은 정규직도 아니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대책은 더더욱 아니다. 적어도 지금 시행되는 대책이나 정책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고 최소한의 포장을 하겠다면, 그런 말은 말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히 말한다. 정규직은 당신들이 시켜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투쟁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가짜 정규직을 혜택처럼 베푸는 것으로 우리의 정당한 요구를 막을 수는 없다. 우리가 지금까지 싸워온 진짜 이유는 바로 노동자로서 우리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었고, 이후에도 우리는 더 많은 노동자들의 권리 확장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저 멀리 울산 철탑에 올라 있는 두 동지와, 혜화동 종탑에 올라 있는 두 동지와, 양재동에서, 대한문에서, 시청에서, 전국 곳곳에서 싸우는 동지들과 함께 발맞추어 가는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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