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 회 초청 연구간담회
주제 : 경영과 편집정책
일시 : 1997년 10월 6일(월) 12시-13시 50분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
초청인사 :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 정범모 : 가장 시급한 한국 언론의 문제는 무엇인지...
▲ 홍석현 : 대언론인들이 참석해 계시고 나는 언론계에 들어온 지 3년 7개월 정도밖에 안돼서 언론계의 문제를 지적한다는 것이 외람된 것 같다. 나는 어느 한 부분이 다른 한 부분보다 앞서가는 것은 힘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 봐서는 재계, 정계, 군, 학계 등이 모두 함께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 수준에서 언론계가 다른 부분과 상대적으로 비교해 볼 때 앞서는지, 뒤처지는지 평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내 생각에는 다른 부분과 비교하여 언론계의 수준이 평균 정도가 아닌가 생각한다. 민주화를 거쳐서 수준이 상당히 많이 고양되고, 다른 부분보다 언론계가 상당히 힘을 많이 지니게 된 지금, 힘에 비해 능력이나 책임, 자질이 뒤떨어져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 김정기 : 중앙일보가 다른 신문과 같이 부수를 비밀로 하고 있지만, 조선일보보다 앞섰다는 얘기도 있다.
▲ 홍석현 : 부수가 비밀일 것도 없고, 우리 부수와 남의 부수를 구체적으로 거론할 수도 없지만 1등이냐 2등이냐 각축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광고주협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아전인수격인지는 모르지만, 유가부수는 조선일보보다 중앙일보가 많고, 발행부수는 조선일보보다 적다고 알고 있다.
▲ 최정호 : 발행부수가 몇 부인가보다는 발행부수와 유가부수와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발행부수와 유가부수의 차이를 얼마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지?
▲ 홍석현 ; 아전인수격인 해석인지는 몰라도 중앙일보는 45만 정도 차이가 나고, 경쟁지들은 이것보다는 많은 60-80만부 정도라고 보고받고 있다.
▲ 최정호 : 2000년 위원회의 설립동기 중 하나가 과거 신문의 지나친 부수확장 경쟁 때문에 기인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지에 관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 홍석현 : 나는 발행부수 문제를 무가지 문제와 잔지의 문제로 구분해서 보고 있다. 우리 신문의 경우 무가지는 45만이라고 보고 있고, 희망사항인지는 모르지만 잔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자원 낭비라는 지적도 받을 수 있지만 어쨌든 무가지가 판촉의 한 형태로 배달되어 어떤 사람이라도 읽는 것이니까 잔지보다는 문제가 덜 심각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잔지는 뜯지도 않고 버려지는 것이므로 문제가 심각하다. 신문 경쟁 유발의 책임자로 지적을 많이 받아서 신문협회에게 잔지조사를 제의했으나 채택되지 않았다. 또한 신문전쟁 이후 발단과 과정을 지켜보니까 감정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속칭 일본말로 ‘네마와시’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4대지 편집인들이 매달 한번씩 모여서 감정적인 부분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한다. 그 모임에서 4대 신문이라도 잔지의 형태를 파악해 보자고 제시했는데 아직 실시되고 있지는 못하다.
▲ 최정호 : 반대 이유는 무엇인가?
▲ 홍석현 : 반대한다기보다는 한국일보, 동아일보의 경우는 위에 보고를 하겠다는 반응이고 조선일보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를 지적했다면서 한번 검토해 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각 신문에서 10만 부만 줄이면 60억원을 줄일 수 있다. 우리 신문은 신문이 버려지는 것을 발견하면 지국을 회수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버려지는 신문이 한 부도 없을 수는 없다. 공신력 있는 언론유관단체들이 부수를 파악해야 한다고 제의를 해놓은 상태다.
▲ 이상옥 : 광고주협회에서 정식발표가 되고 있는지?
▲ 홍석현 : 우리 신문은 지난 3년간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기 때문에 발표를 원하지만, 유형 무형의 압력을 통해서 다른 신문들은 발표를 원하고 있지 않다. 보고서는 광고주와 돈 낸 신문사들에게는 전부 보고되지만 공식발표는 되지 않는다.
▲ 이상옥 : 광고주협회가 무가지도 조사하고 있는지?
▲ 홍석현 : 전국 1만 가구를 방문 조사하여 신문구독, 무가지 투여, 구독 형태 등 잡지를 포함하여 조사하고 있다.
▲ 정범모 : 무가지 45만부, 다른 신문 70만부라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 발행부수가 200만부 정도라면 절반은 버려진다는 것이다.
▲ 홍석현 : 200만부는 3-4년 전 수치이고, 200만부를 넘는 신문이 세 신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 정범모 : 250만부를 찍는다고 해도 25% 정도인데...
▲ 홍석현 : 우리 신문의 경우는 20% 정도다.
▲ 정범모 : 외국의 경우 전체 발행부수 중 무가지 비율이 알려진 것이 있는지?
▲ 홍석현 : 일본의 경우는 3% 정도다. 나는 판촉지와 잔지를 구분해서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범모 : 잔지가 중앙일보가 제로라고 한다면...
▲ 홍석현 : 잔지를 지양하지만 있을 수 있다.
▲ 정범모 : 다른 신문의 경우는 어떤가?
▲ 홍석현 :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하다.
▲ 박권상 : 신문의 시장 점유율이 28%, 25%, 20%, 17% 순이라고 알고 있다. 영국의 머독 같은 사람은 여러 신문을 소유하고 있는데 시장 점유율이 33% 정도다. 여론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독과점이다. 실제 세 신문의 점유율을 합하면 70% 정도가 된다. 독자에게 언론이 불신을 받는 원인이 판매경쟁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으로는 유럽처럼 판매 자체가 공판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면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언론계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독일의 경우처럼 신문통계청이 신문 발행부수 등을 모두 보고하여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있다. 이게 과연 법으로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여 불필요한 경쟁 때문에 자초되고 있는 화를 제거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 홍석현 :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다 지적해 주었다. 문제점이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판매경쟁이 주범처럼 보여서 공판제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디서부터 문제가 시작되었느냐 하는 것을 본다면 모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사회와 동떨어져서 신문만 질이 높아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나아진다고 판단한다. 공판제 문제는 진정한 의미의 공판제를 실시하는 나라가 있는지 묻고 싶다.
공판제가 실시되고 있는 나라들도 다른 의미에서 판매경쟁이 있다. 영국, 일본, 미국도 그렇다. 우리와 상황이 그렇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석간이 붕괴되면서 독과점 체계가 되고 그 결과로 판매경쟁이 줄어들었다는 특징일 것이다. 그 신문들도 타 매체와의 경쟁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엄청난 판매경쟁을 하고 있다. 영국은 엄청난 경쟁체제이고 일본도 과점체제이며 그런 가운데서도 공판제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공판제는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얼마든지 뒷거래가 가능한 제도다. 무가지나 잔지는 없어질지 모르지만 신문독자는 30% 정도 줄어들 것이므로 신문업계가 공멸의 길로 갈 수 있고 또 다른 형태의 비리가 생겨날 것이다. 앞만 바꾼다고 뒤도 바뀔 수는 없을 것이다. 신문 양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공판제 도입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또한 공판제가 도입될 리도 없을 것이다.
▲ 박권상 : 내가 영국에 잠시 있을 때 4개의 신문구독 중지를 요구했는데 한 신문만 투입을 중단했다. 보고 싶은 신문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체제가 되어야 한다. 뉴스 배포자가 독자적으로 배포권을 가져야 한다. 독과점 문제와 관련하여 한 말씀드리면, 대기업에 소속된 신문이 모기업에 대해 과연 공정하고 비판적인 기사를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어려울 것이다. 편집자들의 자율권이 강해져야 한다. 또한 세 신문의 점유율이 높아서 전권을 쥐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지?
▲ 홍석현 : 신문이라는 것 하나만 놓고 볼 때 신문 점유율이 어느 정도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 답하기가 어렵다. 지금이 과도기라고 생각하는데, 일본과 유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신문이나 신문재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판단해 주는 1등 신문, 훌륭한 신문이 중요한 것이지, 신문을 만드는 사람이 재벌이든 일가족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하느냐가 문제지 소유 형태는 문제가 아니다.
10년 후 2만 달러 시대에 모든 수준이 향상되면 자사나 가족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이 1등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자들의 수준을 믿고 있다. 또한 광고주가 신문이 무서워 모든 신문에 광고를 내는 것도 없어질 것이며, 발행인과 편집진과의 관계도 상식선에서 해결될 것이다. 그때는 전국지 3개 정도가 살아남을 것이다. 그중 하나는 잘될 것이고 신문의 멀티미디어 시대에 종합미디어를 가지고 살아남을 것이다. 2등 신문도 나름대로 즐기면서 할 수 있겠지만, 3등 신문은 죽지 못해서 할 것이고, 다른 신문은 군소지로 전락할 것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좋은 신문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나의 목표다.
▲ 박권상 : 중앙일보를 보면 질을 추구하고 있고 옴부즈맨 제도 정착과 같이 좋은 점이 있는 반면, 다른 재벌의 협찬으로 취재가 행해지는 것을 보면 영업을 위해서 취재가 존재하는 건지 의구심이 든다. 일본의 경우 책 광고가 많이 게재되어 안정감을 준다.
▲ 홍석현 : 협찬문제는 지적하신 것이 100% 옳다. 관행이기도 하지만 차차 없어질 것이다. 광고의 질도 신문사 혼자서는 못하는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이 책 광고로 신문을 발행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 최정호 : 언론이 사회의 거울이냐, 에이전트(agent)냐 하는 문제인데 언론이 사회를 반영한다고 했는데 앞설 수도 있지 않은지? 작은 문제로 유럽의 경우는 휴가기간 동안 신문을 넣지 말라고 요구하면 들어준다. 그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또 우리사회는 대통령부터 신문기자까지 너무 바빠 보인다. 생각할 시간이 없는 듯 하다. 신문기자도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도록 매주 일요일이나 월요일 휴간을 제도활 할 수 없는지? 만약 광고가 넘친다면 주중에 지면을 늘리고, 독자의 입장에서도 TV에서 커버할 수 있다.
▲ 홍석현 : 신문이 커지면 지국이 좀 여유가 있어지고 그러면 신문투입 중단도 잘될 것이다. 내 느낌에 그래도 제일 잘 끊어주는 신문이 조선일보라고 생각한다. 지국이 좀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끊어달라면 칼같이 끊어주는 신문이 등장할 것이다.
휴간문제는 오히려 반대로 생각한다. 현재 한달에 2번 휴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국의 경우 일요일판 신문은 회사도 다르게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일요판에는 광고가 주중판보다 잘 안 붙는다. 한달에 2번 쉬고 부실한 일요판을 만들고 있는데, 독자들이 주중에 바쁘면 일요판을 많이 볼 것이다. 그렇다면 일요판에 광고가 더 많이 붙게 되고 그래서 쉬지 않는 신문을 만드는 쪽으로 가고자 한다.
기자라는 직업은 여타 샐러리맨과는 다른 것이 아닌지. 세계적인 신문에서 장수하는 편집인들은 주말에 쉬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신문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주말을 누려본 적이 없다는 의미다.
▲ 정범모 : 긴 휴가는 있을 것이다.
▲ 김정기 : 뉴욕타임스는 365일 전부 나오고 기념일에는 페이지 수가 좀 얇아진다. 홍 사장께서는 중요한 편집에 대해서는 관여하고 계신지와, 최근에 다른 신문과 북한문제 보도에서 상당한 차별화가 있는데 바뀐 배경에 관해서 듣고 싶다.
▲ 홍석현 : 특별한 일정이 없는 한 매일 편집회의 후 15분정도 보고를 받는다. 내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지 신문의 구체적인 편집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신문편집에는 별로 흥미가 없다.
▲ 정범모 : 2000년 위원회 때문에 여러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한겨레신문을 끊었더니 즉시 배달을 중지했다. 다른 문제는 신문 3개를 보려니까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서 가끔씩 8면 신문이 그리워진다. 기사의 다양성은 좋은데 그 많은 면수가 우리의 처지에 맞는 건지,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홍석현 : 나는 8페이지, 16페이지, 100페이지 신문이 모두 있어서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문은 다 읽는 것이 아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원하는 부분만 골라서 볼 수 있다. 그것이 섹션신문이다. 나는 광고만 후원된다면 더 늘릴 생각이다.
▲ 정범모 : TV와 신문은 경우가 다르다. 방송은 채널을 돌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지만, 신문은 그 많은 면수 중 한 면만 본다면 늘어난 면수에 대한 구독료 전가의 문제가 있다.
▲ 홍석현 : 광고도 그 자체로 큰 기능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독자층이 있다.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 정범모 : 최소한 오보나 조야성은 없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기사를 보면 오보가 너무 많다. 다양한 뉴스를 권위 있게 준비할 수 있는 인력이 모자라는 것이 아닌지?
▲ 홍석현 : 서구와 달리 동질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시아의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서구에는 고급지와 대중지가 양립해서 존재한다. 미국도 유럽처럼 분명히 나누어지지는 않지만 어느정도는 고급지와 대중지로 구분된다. 아시아의 경우는 그것이 양분이 안돼서 고급대중지라는 것이 생겼다. 일본의 경우도 독자들이 고급지를 읽지 않아도 고급지를 읽는 체하는 면이 있다. 한 줌의 독자를 향한 제작이라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방송은 중졸에 맞추어서, 신문의 경우는 고졸에 맞춰서 제작된다. 고졸 평균의 200만 독자라는 것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고급대중지를 지향하다 보니까 고급독자를 초점으로 하는 고급기사를 쓰지 못 한다는 한계가 있다.
▲ 최정호 : 판매문제와 기자들의 윤리문제가 있는데, 반드시 어려운 기사를 쓰라는 것이 아니다. 중앙일보의 ‘박정희 실록’을 자주 보는데 기본적인 사실에 대한 오보도 많다. 창작기사, 정부의 출입처 발표기사를 그대로 베낀다든지 하는 식의 문제가 많다. 선진국 흉내라도 내려고 한다면 적당주의 풍토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기자들의 재교육을 비롯해 언론인 자질향상에 대해서 어떠한 복안이 있는지?
▲ 홍석현 : 전문주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요즘 기자들은 언론고시라고 해서 객관적으로 우수한 기자들이 들어온다. 그런 기자들을 제대로 훈련시켜서 제대로 된 신문을 만드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기자교육에 대해서는 내가 돈이나 시간을 투자하는 부분에서는 가장 많이 신경을 쓰고 있는 셈이다. 신입기자가 현장에 투입되기 전까지 4,000만원정도가 투자된다. 신입기자 교육, 10년차, 20년차 기자들의 교육을 제대로 할 생각이다.
정정과 반론의 문제가 있는데 외국의 유수한 뉴욕타임스에 정정기사가 매일 8건 정도씩 나는데, 우리의 경우는 정정을 요구해도 편집진이 인색하다. 자신있는 신문일수록 정정을 잘한다. 정정․ 반론의 경우 발행인은 하라고 하는데 편집진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 김정기 : 아까 미처 답변을 듣지 못한 부분으로, 요즘 중앙일보가 북한문제에 대한 의견이 상당히 자유롭게 개진되고 있는 것 같은데...
▲ 홍석현 : 지난해 2월에 내가 제안을 해서 난상토론을 거쳐 북한 문제에 대한 원칙을 정했다. 북한문제에 대해서는 조선일보가 가장 오른쪽이라면 한겨레신문은 가장 왼쪽이라고 할 수 있다. 중앙일보는 북한문제에 있어서는 한겨레신문과 근접하게 왼쪽으로 가자고 결정했다. 남북회담은 남쪽의 승리가 확정되었으므로 승자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아량을 보여주고, 다른 문제에서는 북한을 외국으로 보고, 경제문제에서는 하나의 민족 관점에서 보는 식으로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하는 원칙을 정했다. 쓸데없는 자극은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북한을 자극하지 않고자 한다. 내 나름대로는 이론과 철학을 가지고 원칙을 정했다.
▲ 이상옥 : 언론을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중앙일보에 일반 이미지는 재벌신문이라는 것인데 재벌언론 문제에 대한 소신이 있다면...
▲ 홍석현 : 재벌언론이라는 것이 엄청난 핸디캡이라고 생각한다. 재벌언론이라는 그 자체를 부정할 수 없지만, 재벌언론이 1등 신문이 되는데 장애물이 되기 때문에 사주와의 협약을 통해서 재벌언론에서 벗어나도록 결정했다. 지금 내가 24%의 주식을 가지고 있어서 최대 주주다. 가족과의 연관 없이 나 개인적으로 중앙일보를 인수한다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멀지 않은 장래에 정리가 될 것이다.
내가 취임한 이후 삼성을 통해 압력을 가한 정치인들에게는 확실한 태도를 보여서 회장이나 나한테 부탁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것 외에는 외부 압력이 제일 적을 것이다.
▲ 최정호 : 중앙일보에 광고와 신문지가 비율이 어느정도 되는지?
▲ 홍석현 : 한국 신문의 경우 대개 8:2 정도 된다.
▲ 최정호 : 정치가 어려운 시기에 생활정보를 반영하는 식으로 해서 중앙일보가 급성장했다. 21세기가 다가오고 정치적 이슈가 사라졌는데 다른 신문과 어떤 차별화 정책을 취할 것인지?
▲ 홍석현 : 나의 목표는 중앙일보를 한국의 1등 신문으로 만들어서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21세기에도 할일이 많다. 남과 북이 함께 번영하는 통일국가를 지향하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리매김하는 문제와 같이 여러 가지 사안이 있으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아젠다 셋팅(agenda setting)을 해나가면서 퀄리티 페이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통일 전에 300만 독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 소포트한 기사발굴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가 유신시대 때 가지고 있었던 원초적 원죄, 즉 독재투쟁에서 밀려났던 것을 앞으로 커버해 나갈 것이다.
▲ 최창봉 : 방송에 대한 정책은 어떻게 세우고 있는지?
▲ 홍석현 : 물론 방송에 집착을 가지고 있고, 기술발전으로 멀티미디어 시대로 나아가고 있으므로 우리 회사를 비롯한 큰 신문이 방송을 안 하고 간다는 것은 어렵고 어떻게 타결할 것인지가 문제다. 방송에 재벌언론이 참여 못한다는 것은 소가 웃을 일인데, 그것은 어떻게든 해결될 것으로 본다.
▲ 권영성 : 재벌언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기업공개를 통하여 국민언론이라는 이미지 쪽으로 나아갈 의지는 없는지?
▲ 홍석현 : 한국사회나 경영학에서 실증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통용되는 명제가 전문경영인으로 가는 것이 좋다. 공개된 기업이 좋다는 명제다. 그렇지 않다는 근거를 얼마든지 제시할 수도 있지만 이 자리에서는 생략하고, 또한 과연 정보화 사회로 가는 21세기에 전문경영인제도가 알맞은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중앙일보가 재벌언론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업을 공개한다는 식으로 화장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발행인이냐 아니냐하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사주나 회사의 사장이 훌륭한 신문을 만들려는 진실성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그런 점에서 자신있다.
▲ 정범모 :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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