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차 초청 연구간담회
주제 : 안에서 본 한국논설의 문제와 제언
일시 : 1997년 6월 14일 (토) 12시 - 13시 50분
장소 : 한국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
초청인사 :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 동아일보 남중구 논설위원실장
▲ 정범모 : 바쁜신데도 참석해 주신 두 분께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
▲ 김대중 : 사설에 관한 것만 주제로 하는 줄 알았는데...
▲ 정범모 : 자유롭게 말해달라. 궁극적인 관심은 언론의 올바른 방향이니까 사설에 관한 것을 화두로 시작하자.
▲ 남중구 : 별도의 준비가 없으니까 자유롭게 말씀드리겠다.
▲ 권영성 : 언론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어려운 점도 함께 말씀해 주시면 저희 연구에 참고로 삼겠다.
▲ 최정호 : 20년전만 해도 논설위원은 현직 경험이 없는 대학교수가 맡았었는데 김선생과 남선생은 현장 경험이 있으신 기자출신이므로 자유롭게 여쭤보겠다. 김주필한테 묻고 싶은 것은 조선일보가 현재 발행부수 1위인데 이러한 중흥기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 김대중 :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것을 말하지 않고 있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들은 편집국 간부를 하면서 되도록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비판과 협박을 받을지라도 어떤 문제든지 두려워하지 않고 이슈로 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신문사의 80년대의 주된 분위기였다. 그런 문제 때문에 한때는 재벌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피력하여 국민당과 싸움이 되어 피해를 보았지만, 우리는 남들이 거론하기 꺼리는 것도 말해서 중간층의 공감을 얻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 한가지는 사회의 다양한 스펙트럼, 예를 들면 학생운동, 재야의 방향 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중심을 못 잡고 있을 때 중심을 잡아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중간층의 사람들의 의견을 대변해주고자 하는 것이 신문사의 방향이다. 이제는 권력과의 싸움을 별로 중요하지 않다. 80년대는 권력과의 싸움이 중요한 문제였지만, 노태우 정권 후반기부터는 광고주로부터의 압력, 일반 시민단체의 비판으로부터 어떻게 조화해 나가느냐가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 최정호 : 신문의 발행부수는 중요한 문제인데, 70년대 선우 주필 때 조선일보의 색깔이 중요한 분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놓고 표현한 것이 조선일보였으므로 오피니언 페이퍼로서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김 주필의 글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어떤 것을 쓰느냐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테마를 잡느냐가 독자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되는 것은 김현철 문제에 대해서 일반시민들이 알게 된 것은 작년 말부터지만 언론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오랫동안 침묵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내부적 압력인지, 외부적 압력인지, 어떤 연유인지 알고 싶다. 사실 김현철 문제는 개인의 문제나 김영삼 부자의 문제가 아니라 어렵게 출범된 문민정부 전체 평가에 있어서 큰 문제이므로 오랫동안 덮여 있다가 이제 등장하게 된 배경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 김대중 : 우리가 범한 실수라고 한다면 김현철의 비정상적인 행동에 대해서 많이 듣고 있었으면서도 구체적인 과제를 주지 못한 것, 구체적인 조사를 하지 못한 것이 실수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언론이 관행처럼 건드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종교, 여성 문제처럼 그동안 대통령의 가족에 대한 것은 일절 거론하지 않았던 것이 하나의 관행이었고 그것이 걸림돌이 되어온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집권 초에 김현철을 멀리하라고 사설에 썼다가 김영삼 대통령으로부터 엄중한 항의를 받은 후부터 김현철에 대한 기사가 약간 터부시된 것 같다. 검찰도 다루기 어려운 문제를 구체적 증거 없이 함부로 다루기가 어려운 점이 있다. 실상 김대통령이 사법처리하라고 한 후에도 구속하지 못한 것은 어떤 것이 대통령의 진짜 의도인지 파악할 수 없어서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언론이 주눅 들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통령의 아들뿐 아니라 재벌 아들의 비리를 파헤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과거 군사정권은 정당성이 문제된다고 생각했는지 정권이 언론에는 잘하려고 하다가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과 불이익을 행사하는 방식이었는데, 김영삼 정권은 정당성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는지 유연성은 없어졌다. 언론인들의 문제를 증권시장에 소문을 퍼뜨리고 전화를 도청하곤 한다. 군사정부 때는 물리적인 탄압을 받았지만, 지금은 구체적인 압력은 없어졌지만 항상 감시당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나 개인적으로도 빠찡꼬의 정덕진과 연류되어 고충을 당했다. 교모하고 음흉한 수단으로 개인을 파괴하려는 것은 더 악질적이다.
▲ 최정호 : 전화도청이 현재도 있는지?
▲ 김대중 : 회사 전체는 아니지만 신문사 일부에서 행해지고 있다.
▲ 최정호 : 그런 것이 심리적인 압박으로 느껴지겠다.
▲ 김대중 : 그렇다.
▲ 남중구 : 나는 그런 점을 심각하게 느끼지는 못했다. 이 정권이 언론을 조직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할 만한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종합적이고 조직적인 통제는 못하는 것 같다.
김현철 문제의 경우 밖에서는 언론이 다 알고 있다가 마지막 판에 터뜨리고 나온다고들 한다. 그러나 언론에 떠도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확증 같은 것은 잡지 못했다. 조직적으로 파고드는 취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은 묘한 분위기의 타성 때문이기도 하다. 정권초기에 손명순 여사의 소매치기 사건을 보도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청와대로부터 고초를 당했다. 구체적인 증거가 문제다. 그런 것들이 유․무형의 압력으로 작용한 점도 있겠지만 김현철 문제에 대해서는 우선 구체적인 증거가 없었다.
▲ 최정호 : 여성문제, 종교문제, 대통령의 가족사같이 언론에 몇 개의 성역이 있다는 것은 새롭게 안 사실이다. 재벌의 가족문제도 안 다루는지?
▲ 김대중 : 안 다룬다기보다 그런 것은 유목화해서 말할 수는 없다. 어떤 특정 배려만 기사화해서 문제 삼는다는 것은 어렵다.
▲ 남중구 : 성역은 외부뿐 아니라 내부 자체에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재적 성역 관행, 의식, 이런 것은 빨리 벗어나야 한다. 재벌문제만 하더라도 자칫 잘못 다루면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다, 명예훼손 같은 골치 아픈 문제가 파생되기 때문에 깊이 파고들지 않으려 한다. 이런 것들이 무사안일주의의 원인이 아닌가 한다.
▲ 김대중 : SBS가 순복음교회 때문에 일요일 여의도 교통이 문제라고 보도했다가 혼이 났는데도 다른 언론은 이를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 약국 문제도 건드리면 모든 약사들이 들고 일어서고 한약문제를 쓰면 한약계가 불매운동을 한다. 이와 같이 여러 가지 형태의 압력이 있고 상당부분 바뀌고 있다. 내부적 압력도 있고 신문사 경영에 반하는 것도 문제다.
▲ 이세중 : 외국 언론과 비교해보면 외부와의 관계에서 스스로 성역을 인정한다든지 하는 것은 없는데, 우리 언론이 사회에 많은 부분을 공헌했음에도 신뢰받지 못하는 것은 언론이 스스로 성역을 만들기 때문이다.
▲ 김대중 : 외국의 경우도 성역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은행을 건드리지 않고, 뉴욕타임스는 할렘가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 우리도 사회적으로 더 이상 방치했을 때 안 되는 문제일 경우는 쓴다. 그러나 모든 문제를 발생초기부터 다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우리도 어떤 문제에 관해서는 강약을 조절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 남중구 : 내 생각도 김대중 주필과 비슷하다. 이상적인 면은 물론 추구해야 하고 추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신문의 상업성과 이상은 언제나 충돌된다. 우리 나름대로 기준에 부합되는 것은 쓴다. 제일 중요한 잣대는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보편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에서 벗어날 때는 신문마다 기조가 있고 그 범위 내에서 쓰게 된다. 물론 그 상식선이라는 게 높낮이는 다를 것이다.
▲ 최정호 : 김현철 사건은 권력의 핵심과 운용과 관련있는 문제인데, 현대사회에서는 정부권력 외에 재벌의 금력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 견제를 위해서는 공론사회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는 대통령 중심 사회이므로 대통령의 권력에 대한 견제를 어느정도 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미국언론에서 대통령 가족에 대한 성역은 없지 않은가. 영국언론에서도 왕가에 대한 성역이 없다. 그렇다면 김현철 사건과 관련하여 종래의 대통령 문제를 성역화하는 것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또 하나 나는 한보사건을 신문에서 보도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다.
▲ 김대중 : 그전에도 조금씩은 보도가 되었다. 은행에서 돈을 못주겠다고 하면서 문제가 된 것이다.
▲ 남중구 : 나도 경제문제는 관심이 덜해서 터지고서야 심각성을 알았다.
▲ 김정기 : 김주필의 ‘김현철 안썼나, 못썼나’를 잘 읽었다. 그전에 김현철 관련기사가 어떻게 잘려 나갔는지?
▲ 김대중 : 가판과 지방판에는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제목으로 현철이를 가까이 두지 말라는 칼럼이 나갔다. 전에 김 대통령을 만났을 때, 김 대통령은 어려울 때 고생한 자식들에게 미안해서 아들을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아들을 청와대에 데리고 들어가면 안 된다고 썼던 것이다. 기사화되고 난 후 김 대통령이 오프 더 레코드로 말한 것이라면서 그 기사를 빼달라고 사장에게 항의했다. 가판 신문을 보고 “내가 안 데리고 들어가기로 했으니까, 그러면 기사가 틀린 것”이라고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래서 시내판에는 기사가 상당부분 잘리고 ‘대통령의 친척’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나갔다.
▲ 김정기 : 언론사에 대해서 세무조사를 했다는데?
▲ 김대중 : 세무조사를 한 것은 사실이다. 간부들도 다 조사했다. 내가 들은 바로는 회사가 관행적으로 해온 부분도 있는데, 그 후 세금문제가 다 정리됐다고 들었다. 그런데 세무사찰하고 발표도 하지 않았다. 그 의도를 알 법하다. 그런 식으로 메이저 신문의 목을 죄고 있는 것이다.
▲ 남중구 : 동아일보도 그런 식으로 세무조사를 받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섰으니까 언론도 하자라는 식이었는데 왜 조사를 했는지 모르겠다. 동아일보는 그것 때문에 위협받든가 그런 일은 없었다. 소모품비 같은 것도 정리해서 세금을 냈다고 들었다. 액수는 많지 않다.
▲ 최정호 : 세무사찰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천장에 칼을 매달아 놓고 언제든지 목을 벤다는 식인데, 그런 상황에서 언론이 깨끗하기 위해서는 기업으로서의 언론이 가능한 한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
김현철 기사와 관련해 청와대 언론담당부서에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 들어간 것과는 관계가 없는가?
▲ 김대중 : 관련없다. 그런 쪽으로는.
▲ 최정호 : 방송앵커나 기자들이 하루 아침에 권력의 중심부에 들어간다는 것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
▲ 김대중 : 신문이 재정적으로 자립하지 않고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문제는 원천적으로 남아 있다. 언론계에서 있다가 관계나 정계로 나간 사람들을 말씀하셨는데 젊은 기자들이나 내가 젊은 기자였을 때는 그것을 비판했다. 그러나 정계나 관계로 나가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언론이 사회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다른 시각을 갖고 그쪽으로 진출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적으로 출세의 문제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런 데 나가더라도 언론계의 약점을 언론계에 다시 덮어씌우는 것이 문제다. 김영삼 정부가 그런 면에서 심한데 언론사 출신별로 배정해서 언론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구태의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 남중구 : 언론계에서 나간 사람들이 빨리 실적을 쌓아야 하므로 자신이 몸담고 있던 언론계의 문제를 파헤쳐서 문제시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직을 배신으로 보는데 그런 시각은 정리되어야 한다.
▲ 최정호 : 그 문제는 언론사의 복지문제와 관련될 것 같다. 미국의 경우에도 언론인 출신이 정계에 나가는 경우가 많은가?
▲ 김대중 : 백악관 대변인에 언론인 출신이 많다. 그런 문제는 기자들이 전부 연봉제, 성과급제가 되면 어느 정도는 해결될 것이다.
▲ 남중구 : 영국의 예를 보면 기자 고용은 1년씩 계약제인데 노사 어느 쪽이든 재계약 의사가 없으면 계약 만료 3개월 전에 서로 통보한다. 우리의 경우 그렇게 되면 기자들의 신분보장이 어렵고 소유주가 기자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 때문에 생각해 볼 문제다.
▲ 김대중 : 이런 봉급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문제가 계속될 것이다. 스타가 키워져야 언론이 발전한다.
▲ 이세중 : 내부의 편집권과 경영주와의 관계는 어떤가?
▲ 김대중 : 신문사마다 사례가 다르다.
▲ 남중구 : 언론사별로 소유주에 따라, 발행인에 따라, 사안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옛날보다는 상당히 좋아졌다. 대립 갈등보다는 상의 협의하는 사이가 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도 하고, 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발행인은 신문제작 원칙을 만들게 되고, 현실적으로 임명권자의 권한이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이다.
▲ 김대중 : 어떤 사설을 어떻게 쓸 것인지는 발행인과 전혀 관련이 없다. 나는 발행인에게 회사의 기본방향과 논조는 얘기하되 그것을 어떻게 기술하느냐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사주가 하고자 하는 얘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면으로 대결한 적은 없다. 만약 그런 경우가 발생한다면 내가 가는 길은 어쩔 수 없다.
▲ 남중구 : 자주 식사하고 대화하다 보면 유․무형의 압박을 받을 수도 있지만 상식적으로 판단해서 그 선을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김대중 : 나 자신도 사설 필자에게 어떤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다. 다만 필요하다면 데스크를 볼 수는 있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편집권 내부에 큰 갈등은 없다.
▲ 이세중 : 개인 기자와 문제는 어떤가?
▲ 김대중 : 개인 기자와 갈등은 있다. 지금 현역기자들은 80년대 학번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독특한 색깔이 있다. 자신들만이 민주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발행인과의 문제가 아니라 편집인과의 문제다.
▲ 김정기 : 사내 강령 같은 것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옴부즈만 통신같이 일종의 자율규제라는 것이 잘되고 있는지 알고 싶고, 구체적인 옴부즈만은 현재 없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김대중 : 옴부즈만을 빨리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금 실시하고 있다. 언론계 출신이 아닌 사람으로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외부인으로는 현실적으로 좀 문제가 있고, 객관적으로 비평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안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에는 변호사 옴부즈만은 활발히 되고 있다. 변호사 심사제도를 도입한 후 고소건수가 한 건도 없다.
▲ 남중구 : 나는 변호사 심의제도가 매우 중요하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 정범모 : 언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제안해야 할 점을 몇 가지 물어보겠다. 첫째는 언론의 외적인 여러 가지 압력이 있는데 압력을 피하는 방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둘째는 언론이 제3부(府)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다른 삼권은 체크 인 밸런스 속에 들어가 있는데 언론이 어떤 식으로 체크 인 밸런스 속에 들어가야 할지 말해달라. 셋째는 해결 방법이 궁극적으로 자율적이어야 하는데 언론이 자율적으로 한다는 것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 김대중 : 첫째는 언론이 여러 가지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재정적 자립이 중요하다. 돈하고 상관없는 신문이 너무 많다. 현재 재정적으로 자립하는 신문은 몇 개 안되는 것으로 광고주 협의회 같은데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다른 특정목적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재정적 자립이 중요한 관건이 된다면 권력에 의한 압력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는 언론이 독자들에게 신망을 못 얻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뒤에서는 언론을 욕하고 앞에서는 언론이 고생한다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심리가 있다. 적자생존의 논리에 의해서 언론의 기업적인 측면이 강조된다면 신문이 신망을 얻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원칙이 현실화돼야 한다. 그리고 어느정도 언론이 정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이 정비되어야 한다고 하면 언론탄압이라고 할 것이다.
셋째 자율적 규제란 것은 자사가 알아서 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신문사에서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서는 기자에게 구상권이 적용되어서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이것은 기자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는 것이 아니라 책임과 권리를 주자는 것이다. 자율이라는 문제는 책임의 문제와 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퀼리티 페이퍼를 내세우면서 양적인 측면까지 좋을 필요가 있는가? 신문부수와 질은 관계가 없다. 각자 신문의 차별화로 나아가서 황금분할을 해야 한다.
▲ 정범모 : 퀄리티 페이퍼는 재정적 자립과 이율배반적인 문제다.
▲ 김대중 : 그렇다. 경영자들이 그런 말을 우리에게 한다. 우리가 그 문제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
▲ 남중구 : 우리나라에서는 대중 고급지를 추구하는데 이것은 불가능하다. 질을 생각하면 양은 무시해야 하고, 양을 생각하면 질은 무시해야 한다. 더 타임스의 부수가 최근 배로 늘어났는데 이것은 질보다 양을 추구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고 다양한 신문이 나와야 독자들이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지금 같은 시스템 아래에서는 판매 전쟁이 불가피하다. 선진 외국의 예처럼 신문 에이전트를 통해서 공동 판매제를 하면 이런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언론의 자율문제는, 언론인으로서의 높은 의식수준이 중요하다. 자율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선의의 타율도 필요하다. 언론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타율적인 압력이 있어야 한다. 선진 외국의 경우는 변호사 심의제가 거의 다 있다. 미국의 경우 신문이 소송에 걸리면 엄청난 손해배상 때문에 신문사 자체가 없어지곤 한다. 앞으로 독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이런 경고와 위협이 있어야만 언론들이 정신차린다. 요즘 기사를 보면 기자들이 막 쓰는 경향이 있다. 10개를 알면 3개를 써야 하는데 요즘은 3개를 취재하면 10개로 부풀리는 거품기사를 쓴다. 신문은 정확한 기사가 생명이다.
▲ 최정호 : 증면이 된 오늘의 신문이 과거에 비해서 좋아졌는지와, 신문의 문제 중 가장 큰 것은 무엇인지 말씀해 달라.
▲ 김대중 : 옛날 것과 지금의 것을 절대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지금의 기자들은 글도 잘 쓰고 여러 가지 재능도 있지만 문제를 전체적인 시각에서 본다든가, 국가와 사회 전체에 어떤 도움이 되느냐 하는 등의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 그러나 기사가 전문화되고 구체화되었다는 면에서는 발전되었다고 본다. 한국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무책임한 것이다.
▲ 최정호 : 발표저널리즘이라든지, 기자들이 취재를 하지 않고 창작하는, 가보지도 않고 그냥 쓰는 것이 문제가 될 것 같은데...
▲ 김대중 : 그것이 바로 책임과 관련된 문제다. 그것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예전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때는 사람들이 감히 제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은 피해자들이 문제를 제기하므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기자도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들이 살아남고, 신문사도 경쟁에서 이기는 곳이 살아남는 등 완전한 자율경쟁의 논리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범모 : 자유시장의 원리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듯이 자유시장 원리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 김대중 : 기업적인 측면에서의 제재는 있을 수 있지만 다른 방법은 없다.
▲ 최정호 : 언론 상품이라는 것은 사람에 의해 좌우되므로 언론인을 어떻게 재교육하고 훈련시키는 것이 관건인 것 같다. 지금 같은 언론사 기자 채용문제와 재훈련문제와 관련해 한 말씀해달라.
▲ 김대중 : 연봉제에 의한 계약과 능력급이 되고 타신문사 기자의 스카우트가 가능해야 한다. 현재는 스카우트가 되면 반드시 보복이 뒤따른다. 채용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시험 보는 방법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다 유능한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 이세중 : 연봉제나 능력급은 내부에서 노조문제가 있지 않나?
▲ 김대중 : 그렇다 그러므로 차별화가 안된다. 그리고 재교육문제와 관련해 신문 사회는 이미 길러져 있는 열매를 따먹는 데지, 길러서 먹는 데는 아니다.
▲ 정범모 : 리쿠르트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김대중 : 기자들이 능력과 대우에 따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 남중구 : 그것은 노조도 문제가 되고 소유주도 연결되는 문제다. 기자들의 자유왕래가 이뤄지면 기자들 스스로 자기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그러면 자질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시간 안에는 불가능할 것이다. 출입처제도부터 빨리 없어져야 한다. 담당분야에 따라서 필요한 부서에 복수 출입할 수 있어야 종합적인 기사를 쓸 수 있다. 또한 최소한 신문윤리강령 정도는 반드시 읽고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 김정기 : 영국의 경우 고용협약 체결시 윤리강령을 위반하면 해고한다는 조항이 있다. 한가지 의아한 점은 조선일보가 대북문제에 관해서는 너무 격정적이지 않나 하는 것이다. 신문사 별로 물론 논조가 다르겠지만, 그러다 보면 최근 ‘남미의 식량탈취 문제’같은 오보가 발생한다.
▲ 남중구 : ‘식량탈취 문제’ 기사의 경우 동아일보는 기술적으로 처리해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북한문제에 관해서는 조선일보가 가장 강력한 우익을 대변하는 것 같다.
▲ 김대중 : 그것은 노선의 문제다. 그러나 격정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나는 오히려 사변적이라고 생각한다. 쌀을 주자는 사람들이 오히려 격정적이다. 우리는 쌀을 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십자사를 통해 주는지 그 방법을 냉정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 최정호 : 편집인과 발행인간의 갈등이 있는데, 발행인의 양적 요구에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가?
▲ 김대중 : 발행인 측에서 신문이 잘 안나가고 광고가 안 붙고 하면 어떤 식으로 책임질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것은 숙명적인 문제다. 당분간 우리 현실에서는 양적 논리가 지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다.
▲ 최창봉 : 방송언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 한가지만 말씀해 달라.
▲ 김대중 : 방송도 양과 질의 문제가 있는데 시청률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 방송에 망국적인 모습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국영방송은 질의 문제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텐데. 이 것은 KBS를 운영하는 철학의 문제다.
▲ 남중구 : 부차적으로 방송은 언어의 문제도 중요하다. 말로 하는 방송은 말에 대한 영향이 큰 만큼 우리 사회 언어의 고급화를 위해서 표준말을 정확히 써야 한다.
▲ 김대중 : 미국에서는 단위시간에 전달하는 정보량이 우리 뉴스의 2배 가량 된다고 한다.
▲ 권영성 : 의식문제와 관련하여 한총련을 폭력․ 살인 집단으로 규정했는데 한달 후면 전부 다 잊어버리게 된다. 우리 언론에는 냄비 현상이 있는데 중요한 사건일 경우는 간격을 두고 한번씩 눌러주어야 한다.
▲ 김대중 : 그렇게 하고 있다.
▲ 박성용 : 현재 자유경제제도에서 왜 망하는 신문사가 없는가?
▲ 김대중 : 돈을 대는 사람이 계속 있으니까 가능하다.
▲ 최정호 : 개인적인 견해도 좋고 사훈으로서도 좋은데, 많은 지면의 문제와 신문이 매주 한번씩 휴간하는 문제에 대해서 말해달라.
▲ 남중구 : 개인적으로는 면수가 많다고 본다. 외국의 경우에도 주말에는 대개 기자들이 쉰다. 그 대신 선데이페이퍼를 만드는 편집국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토요일 하루 정도 쉬는 것은 좋을 것 같다. 면수는 줄였으면 좋겠다.
▲ 김대중 : 신문은 독자가 관심 있는 면을 선택해서 볼 수밖에 없다. 광고가 되는 한 증면 문제는 신문사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전파매체와의 경쟁에서 신문이 쉰다면 그 세력이 너무 약해진다. 일주일에 한 번씩 휴무하는 것은 인력관리의 문제다. 휴일에 신문은 내더라도 기자들이 다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신문사의 경우도 공무원 사회처럼 부장이 나오면 밑의 기자들도 별 다른 일이 없어도 전부 다 나온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 그러고 있다. 기자들은 쉬어야 하고 신문은 365일 나와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