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추석에 송편을 먹는다면, 중국인들은 한국의 추석에 해당하는 중추지에(中秋節)에 위에빙, 즉 월병(月餠)을 먹는다. 중국 명나라와 청나라 때 중국 각지로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진 월병은 초코파이 정도의 크기에 갖가지 앙금이 들어간 중국 전통의 명절 음식이다.
월병이란 이름이 붙은 이유는 둥근 모양이 중추지에의 보름달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월병은 중추지에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을 상징한다. 각지로 흩어졌던 가족들은 이날 고향 집에서 둥근 식탁에 둘러앉아 월병과 각종 음식을 나눠 먹으며 정다운 대화를 나눈다.
중추지에를 앞둔 요즘 중국에서는 월병에 대한 갖가지 기사가 언론에 실리고 있다. 북경청년보는 최근 올해 달라진 월병의 풍속도에 대해 소개했다. 올해 월병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예년과는 달리 ‘엽기 월병’들이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월병 안에 앙금으로 개미나 전갈을 넣은 ‘엽기 월병’들이 판매됐다(중국에서 개미는 다른 음식의 재료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필자도 전갈로 만든 음식에 대해서는 전갈월병 외에는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놓고는 다 먹고, 네발 달린 것 중에는 책상만 빼놓고는 다 먹는다는 중국인들이기 때문에 개미나 전갈을 넣은 월병이 생산됐다는 것이 그리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는 월병 안에 대추나 달걀 노른자, 과일 등을 넣은 전통적인 월병들만이 눈에 띨 뿐, 개미나 전갈 월병은 판매되지 않는다고 북경청년보는 보도했다. 왜 그런 ‘몬도가네식’ 월병의 판매가 중단됐는지는 이 신문이 자세히 소개하지 않아 내막을 알 수 없지만, 아무래도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지 못했기 때문인 것같다.
올해 월병의 두 번째 특징은 고가의 월병들이 별로 없고, 거의 대부분 중저가의 월병들이라는 점이다. 몇 년전부터 중국에서는 한 상자에 천위안(한국돈으로 17만원 정도), 심지어는 몇천위안 하는 월병 선물셋트들이 판매되고 있다.
월병 가격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월병 선물셋트 안에 금반지나 비싼 술, 시계 등을 끼워넣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이런 고가의 월병 선물셋트들이 별로 없고, 70% 가량이 100위안(만7천원 정도) 이내의 중저가 월병들이라고 북경청년보는 보도했다.
아무래도 중국경제가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을 받아 다소 위축돼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자가 최근 한국의 이마트 같은 대량할인판매점인 베이징의 프라이스마트에 가서 본 결과, 가장 비싼 월병 선물셋트는 7백위안 가량이었다. 7백위안짜리 월병은 자개로 만든 고급 찬합에 담겨있는 것이 특징이었다.
올해 월병의 마지막 특징은 월병도 이제 ‘브랜드’가 중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 월병 제조업체에서 만든 월병들만이 팔릴 뿐 재래시장에서 판매되는 이름 없는 월병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또 월병은 대부분 백화점이나 슈퍼마켓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북경청년보는 월병이 더 이상 배고픔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명절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유명상표 월병만이 팔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지난달 CCTV의 월병 특종보도로 한참 떠들썩했다. 관생원(冠生園)이라는 난징의 월병 제조업체가 지난해 사용하다 남은 재료로 월병을 만든 것이 CCTV의 특종보도로 폭로된 것이다. 이후 중국 언론들은 관생원이 중국인들의 월병에 대한 식욕을 떨어뜨렸다며 흥분했다.
생활 속에서 먹는 것을 가장 중시하는 중국인들이기 때문에(한국에서는 음식과 의류, 주택 등 생활 필수품을 ‘의식주’의 순서로 얘기하지만, 중국에서는 ‘식의주’라고 부른다), 중국 언론들의 분개는 충분히 이해될 만하다.
한국에서도 월병이 팔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올 추석에는 반달 모양의 송편과 함께 보름달 모양의 월병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그러면 중국의 중추지에 문화를 조금은 맛볼 수 있을 것이다.
필자 여인옥은 1989년부터 2001년 2월까지 CBS 보도국 기자로 일했으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을 거쳐 현재 중국 베이징대 경제학과 고급진수과정(박사 예비과정)에 재학중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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