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초청 연구간담회
주제 : 신문 및 방송제작의 현황과 문제
일시 : 1997년 4월 12일(토) 오전 9시 30분-12시
장소 : 한국 프레스센터 20층 무궁화실
초청인사 : 김충식(동아일보 문화부장), 방민준(한국일보 전국부장), 이수근(중앙일보 부국장), 이혁주(조선일보 사회부장)
▲ 최정호 : 언론사의 가장 핵심 부서를 맡고 있는 분들이 나와 주신데 대해 감사드린다. 여러분들이 가지고 있는 한국 언론의 문제에 대한 인식, 소유경영, 취재보도, 언론과 정부, 광고주와의 관계 등에 관한 문제점을 각자 5분씩 말씀해주시기 바란다.
▲ 방민준(한국일보) : 구체적인 문제점을 경험한 것을 털어놓는 자리인데, 광범위하게 제시할 만큼 준비는 안됐다. 직책은 전국부장인데 2년 3개월간 경제부장을 했으므로 국민이익과 국가이익에 배치되는 보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한다. 최근 경제상황이나 통상마찰 등의 내용을 보도할 때 결과적으로 한국에 역효과를 주는 기사가 많았다. 결국 신문이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속성에서 국가이익이 뒤로 미뤄지고, 특종경쟁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자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반도체 경우도 가격이 워낙 떨어지니까 가전 3사가 담합은 아니지만 사전에 서로 감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를 했다가, 그 뒤 가격이 조금 정상화됐는데 우리 언론은 그것을 참고 보지 못하고 가격이 올랐다고 다시 보도하였다. 미국업체들은 한국 메이커들이 담합해서 소비자 가격을 조정했다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지금은 괜찮지만 가격이 더 오르면 문제될 수 있다. 이렇게 보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플러스되면 괜찮은데 어느모로 보나 그렇지 않다. 언론이 철학을 가지고 보조를 맞춰주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경쟁에 같이 참여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느낀다.
소비자들의 과소비 추방운동도 정부가 필요성에 의해 원인을 제공해주겠지만 결국 국민과 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어 추진해야할 운동인데, 재경원이나 통상부 같은 데서 각 기업에 압력을 가하고, 소비재 수입 못하게 한다고 언론이 밝히기 때문에 WTO나 미국 같은 데서 우리의 과소비 추방 캠페인을 통상문제화해서 앞으로 심상치 않을 듯하다.
판매가 봉쇄당한다고 하면 가만 놔두지 않을 텐데, 언론이 미국에 그런 소스를 너무 제공한다. 이런 문제도 언론이 공동보조, 국가이익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문제로 부각되지 않도록 보도할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의 경우 기업과 정부부처가 사전에 협의, 조율하여 캠페인이나 조치를 취하는데, 공식적으로 언론이 서로 짜고 한다고 절대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공식회의에 가서도 언론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지 정부는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실은 이렇다’하고 언론이 너무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경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반영되어야 할 부분이다.
최근에 경쟁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연구를 세계 각국이 연구보고서를 내놓고 있는데, 그것을 팩트 자체로 담담하게 보도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언론은 그것을 오히려 확대보도한다. 그쪽에서는 자료로 제시한 것을 우리는 나라 전체가 좌초한 것으로 그 자료를 인용한다. 한보부도 사태도 그 사건 자체로 보지 않고, 이것을 국가경쟁력과 결부시켜 한국 경제 전체의 난맥상, 경쟁력 상실의 현황으로 보도하니까 외국 언론들이 당장 그 보도를 보고 금리를 조정한다. 0.1%만 금리를 조정해도 하루아침에 수천만 달러의 손실을 보는 경우가 생긴다. 부정적인 것을 은폐하려고 해서는 안 되겠지만 국민생활에 폐해되는 것을 보도하는 경우에는 언론이 심사숙고해야 한다.
▲ 최정호 : 그동안 우리가 별로 다루지 못한 매우 중요한 지적이다.
▲ 이수근(중앙일보) : 금년에 숨 돌릴 틈이 없어서 정리되지 않은 것을 말씀드리겠다. 현역 일선기자로서 가장 고통스럽고 부끄럽게 느끼는 것은 언론인 스스로도 언론을 비판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 정치인, 경제인, 문화인, 각계에서 언론에 대한 비판이 청와대에 대한 비판 못지않게 쏟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한국 언론이 언론으로서의 본연의 자세를 가지고 해왔다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30여년 이상 때로는 권력과 유착하고 때로는 권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 때문에 언론의 기능이 일탈되었다고 생각한다. 6공 이후부터는 언론이 상당히 정체성을 회복했는데, 그래도 6공이나 문민정부에서도 한계 상황은 있었다. 최근 정태수 사건에서 언론이 시체를 뜯어먹는 하이에나 같다는 비판이 언론계 내부에서도 제기될 정도이니 밖에서 언론에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와 관련되어 나온 것이 선정주의, 국익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는 것, 무조건 터뜨리는 것 등이다. 언론이 보도대상이 됨으로써 본인의 잘잘못은 뒤로 돌리는 것이 큰 문제다. 정태수 사건이나 김현철씨 문제는 왜 이제, 문민정부 4년이 지난 이 시점에 문제되나. 너희는 그동안 뭐했나, 그에 대해 할말 없다. 그렇다면 왜 할말이 없는가.
첫째는 지나간 세월동안 언론이 해왔던 잘못 때문이다. 둘째는 문민정부 초기에 정부가 개혁할 때 언론이 그것에 대해서 시비를 걸었을 때 권력 쪽에서의 반응이 참 아픈 것이었다. 그렇다면 너희들은 뭐 했느냐, 우리는 민주화 투쟁했는데 너희들은 우리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 비판을 정당하게 할 만큼 정당하냐고 옆으로 치고 들어오는 데 대해 많은 언론인들이 방향자체가 거역할 수 없는 명분이었기 때문에 터치하지 못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김현철 문제도 간간이 문제가 됐지만 뚜렷한 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 김현철은 사인이면서 공인과 비슷한 위치였기 때문에 물적, 정황적 증거를 잡기가 어려웠고, 일부 신문이 보도했지만 흐지부지됐고, 그것이 쌓여서 오늘날 이렇게 됐다고 우리들은 반성하고 있다.
정태수 사건 났을 때, 900억원의 자금을 가진 회사가 5조원대의 대출을 받았는데 이것이 어떻게 돌발사건으로 터질 수 있었을까 자문해보고, 외부에도 물어보았다. 그 기간동안 여러 체크기관이 있었을 텐데 어느 한 군데서도 제대로 체크되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것이 우리의 일반적인 수준의 문제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95년도 말 신문을 보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었다. 각 기업이 최대 승진인사라고 하고 남는 돈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고, 신문, 대학교수, 기업이 다 그랬는데 불과 몇 달 뒤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전혀 예측을 못하고 있는 현실은 우리 수준이 그 정도이기 때문이다.
신문사 내부로 들어오면 질적, 인적 문제가 있다. 우선 질적으로 대학 졸업 후 고시합격하든, 대학원에 가든, 신문기자가 되든 출발선에서는 실력 면에서 차이가 없다. 그런데 신문기자 10년쯤 되면 대학에서 배웠던 것 다 쏟아붓고 남는 것이 없다. 다른 분야는 다 전문가가 되어 있는데, 신문기자는 자기가 배웠던 대학 수준에서 더 나아질 것이 없는 상태가 된다. 내 경험 비춰서 하는 얘기이다. 다른 동료들은 앞으로 나가는데 신문기자들은 뒤로 나간다.
현재 정치부장을 겸임하고 있는데, 중앙일보 정치부는 기자가 21명으로 다른 신문사보다 2-3명 더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일 허덕인다. 한․일 정치부장간 교류가 있었는데, 일본은 정치부장이 기사를 보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기사 봐야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다. 일본 언론은 50명을 갖고 지면을 만드는데 우리는 20명 안팎으로 만드는 지면은 더 많으니 질적으로 그 사람들을 능가하기 힘들고, 오보나 내용부실이 나올 수밖에 없다.
▲ 이혁주(조선일보) : 한국 언론의 문제라고 말씀드리기가 대선배 앞에서 송구스러운데,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언론이 엄청나게 불신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정치상황이 많이 바뀌면서 언론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기 때문에 생긴 결과라고 해석한다. 그 이유는 정치권력과의 관계에서 언론이 감시비판 기능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정치공작의 도구가 되어 왔기 때문이다. 대국민 관계로 돌아가면 언론이 정치권력에는 유연하게 대하면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에는 무자비하다는 비판이다. 내 분야가 그런 분야에서 많이 부딪치는 사회부이기 때문에 많이 느낀다. 사적인 자리에서 많이 듣는 이야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건보도를 함에 있어서 언론이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들 스스로가 윤리강령, 취재보도 준칙 등을 회사별로 가지고 있고, 선배들로부터 도제시스템에 의해 듣는 것이 그런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그런 것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언론계 현실이라고 솔직히 말씀드린다. 거기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권력의 입장, 정보를 생산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쪽이 그런 정보를 감추고 공개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있다. 다시 말하면 언론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거나 활용하는 것이 아니고 일방적인 이용의 대상으로 삼아왔기 때문이다.
취재원의 문제도 일선기자나 그들을 책임지는 부장 입장에서 볼 때 심층보도, 객관적인 보도,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라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미국 언론과 비교하지만, 우리는 취재원들이 자기 생각이나 사안에 대해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습성이 있다. 이런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것을 언론이 항변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 괜찮은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그러면 왜 그런 일이 생기게 되는가. 신문이 지나치게 속보경쟁에 집착해서 구체적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을 때도 취재경쟁해서 다음날 지면에서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서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선정주의로서 객관적 사실에 접근하려는 지속적 노력이 부족했다.
또 하나는 언론인 스스로가 전문성을 결여한 상태에서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다보면 의도했든 안 했든 부정확한 보도가 나온다. 지금처럼 사회가 다원화 전문화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보도내용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매체의 다양성이 생기면서 그런 경향은 더욱 심각해지는 듯 하다. 언론에 대한 지적이 즉각적으로 공개된다.
또 하나 제도적인 것과 관계없지만 이런 상황변화를 의식하지 못하고 언론이 과거부터 누려온 일종의 권력의 오만함에 젖어 있는 것도 같다. 이런 점은 바깥 분들로부터 지적받고 반성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이수근 : 박권상 선생께 여쭙겠는데, 고민이 있다. 18일날 황장엽이 들어오는데 이걸 어떻게 보도해야 하나. 평양을 출발해서 서울에 들어오기까지 1년 정도 과정을 보도해야 하는데 그것을 쓰다 보면 불가피하게 거기에 관계된 사람들의 인적 사항이 노출된다. 국내에 있는 사람은 이미 조사 대상이 됐을 것이다. 북한 이외의 사람들은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 국민의 알권리와 당사자들의 문제에 대해 한달동안 고민하고 있다.
▲ 박권상 : 그저께 통일원에서 모임이 있었다. 황장엽을 데리고 오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았는데, 김영삼 대통령이 가게 되면 100만 군중을 동원해야 하고, 그것을 김정일이 반발하고, 그러다가 김일성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더라는 말이 일본발로 나왔는데 그 결과 황장엽을 순조롭게 끌어오는데 외교적으로 막대한 지장이 있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거기에 있던 일제 때 동아일보에 있던 사람이 언론이 이럴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참 어려운 문제다. 또 두서너 달 전에는 국방부 차관과 점심때 박사급 몇 명이 동석했는데 잠수함 공비사태 때 전쟁을 스포츠 중계하듯이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영국의 방어 인지 시스템(defence notice system)을 알아보니 언론계 대표와 국방부 대표들이 조정해서 군 이동이나 작전 진행에 대한 보도는 일절 못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론상 언론사가 깨면 되는데, 군기밀법(offcial secret act)이라고 하는 굉장히 강력한 법, 1세기 전에 만들어진 시대착오적인 법인데 그것이 동원될 수 있다. 그래서 언론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복종한다고 한다. 황장엽 사건도 우리끼리 한계를 지워야지, 그렇지 않으면 신문사 입장에서는 경쟁에 나서 터뜨리게 되고, 국가이익이나 개인명예를 훼손하게 된다. 편협 같은 데서 외교 국방문제니까 보도를 제한시켜야 한다.
예컨대 고어 부통령이 24시간 체류했을 때 구평회 무역협회장이 고어와 맞서 우리가 적자상태니까 이해해달라고 프리젠테이션했는데, 고어도 자유무역의 원리원칙을 논리있게 제시했다. 한국이 노임을 조절해서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 것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고어가 한국일보 장명수씨를 지목하여 한마디 하라고 하자 바로 그 점을 거꾸로 지적했다. 우리가 필요해서 하는 에너지 절약 운동을 미국 미디어가 마치 정부의 조정에 의해 하는 것처럼 보도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우리끼리의 자율적인 규제가 없으면 상업, 속보경쟁에서 보도가 터져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 지금 정태수가 통치자인데, 이제는 황장엽이 통치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의 룰을 정해야 한다. 그것이 언론탄압이나 통제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익에 위배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보도해서는 안된다.
▲ 김충식(동아일보) : 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아시는 것처럼 당면하고 있는 사회적 상황 혹은 경제적 문제들에 대한 전문성에 언론이 대응하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전문화와 보도화에 대한 끝없는 상향조정이 이뤄져야만 한다. 20년째 신문기자 하면서 느낀 과제이고, 21세기를 앞두고 더욱 큰 과제가 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신문의 문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언론의 상업지향화와 그것을 통한 맹목적인 선정적 경향, 저널리즘을 상업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것은 두 갈래로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지면이나 화면에 나타나는 소위 선정적 경향, 상업화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사의 경영측면에서 내부적으로 나타나는 즉 광고주를 의식하거나, 신문 경영에 문제될 수 있는 세무서를 의식하거나, 방송경영에 문제될 수 있는 권력층을 의식하는 것이다. 수용자에게 영향을 주는 지면이나 화면을 통한 상업화, 선정화의 경향은 문제시할만한 수준에 와있다. 예를 들면 케이블 TV 등 미디어 다양화로 시청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선정적인 내용이 경쟁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이 TV에서 지속하고 문란한 성판매를 매개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언론이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있다. 한국에서도 그런 양상이 답습될 가능성이 있다.
또 하나는 언론을 하나의 기업으로 보는 시각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일찍이 없었던 신문판촉, 광고수주 관계에 있어서 기자 직종이 일선에 나서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당히 우려할만한 현상이다.
▲ 최정호 : 세 분이 표현은 다르지만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지나친 상업화와 각사의 경쟁 때문에 언론보도가 국민이익이나 국가이익을 저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현업에 계신 분들에게 오프더 레코드가 가능한가. 각사마다 자랑스런 특종을 하는데 그것이 때에 따라서는 언론의 신사협정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프 더 레코드를 위반함으로써 가능했던 것은 아닌지...
이와 관련해서 참고로 말씀드리면 1970년대 말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된 프레스 클럽을 가져보자는 논의가 있어서 세계 각국을 시찰했다. 나는 독일 본에 갔는데 프레스 클럽 멤버가 된다는 것이 굉장한 명예이다. 독일은 세계에서 인구 대비 신문이 가장 많은 나라로서, 신문이 수천개 있는데 그중에서 멤버가 된다는 것이 명예이다. 프레스 클럽 간담회 초청연사로 나온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불문율은 초청 연사들은 모든 문제를 얘기하지만 거기서 한 얘기는 절대 보도하지 않는다는 오프 더 레코드가 있다. 나라의 위상이 커질수록 그런 문제가 많아진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문제의 배경 설명을 해주고 기자들의 질문에 다 대답해주는데 거기서 논의되는 것은 오프 더 레코드를 지켜준다. 지키지 않으면 제명되고, 그것은 불명예다.
우리나라도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이런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편집인 협회든 무엇이든 언론인 내부에서 자율적인 움직임이 있지 않고서는 어렵다. 앞으로도 대미통상 문제나 대북관계에서 그런 문제가 많을 것이다. 편집인 협회 같은 기구뿐만 아니라 사회부장, 정치부장 회의에서 그런 것을 제도화할 수 없을까. 오프 더 레코드를 깸으로써 특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내부적으로 해결하고 조정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 이혁주 : 사석에서 그런 얘기를 하고 간혹 그럴 필요성을 느끼는데, 보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공익과 관련되는 것은 적다. 그래도 안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 언론이 외국 언론에 비해 완벽하게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취재원의 문제도 있다. 특히 지금 검찰기자들에게 불만이 많다. 지나치게 오프 더 레코드와 엠바고가 많은 현실인데, 그런 상황에서는 그것을 깨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드시 지킬 필요가 있다면 모르지만 취재원에 의해 뉴스가 일시에 공급되는 현실에서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 최정호 : 과거에 김현철 비리를 검찰 현장에서 일선기자가 내보내려고 했는데 어느 신문사 데스크가 끝까지 내보낼 필요 없다고 했다는데 그런 의미에서의 관제는 되는데, 국가 이익에 위배되는 보도는 일선 기자가 특종의식에서 취재했다고 하더라도 부장단 연석회의에서 보도 안할 수는 없는가. 재작년 한일 언론학 교수 세미나에서 일본 고베신문사 총무부장이 주제발표를 했는데, 고베 신문 기자가 지진 보도를 참사 속에서 하루도 빼지 않고 보도했다고 자랑하자 일본 언론학회장도 주제발표시간보다 더 길게 자랑했다. 그런데 사실 고베지진 났을 때 일본도 불난 집에 도둑 든 것처럼 좀도둑이 많았는데 그런 것을 전혀 보도 안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런 일 있으면 서로 경쟁하며 서로의 치부를 보여준다.
▲ 이혁주 : 삼풍 사건 때 그런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는데 일시에 그런 문제가 어느 기준만큼 해결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단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백화점이 무너졌으니까 물건을 가지려고 왔던 사람이 많았고 작업에 지장을 초래했다는 보도가 많았다. 고베 지진 때 일본 언론의 태도는 현장에서 노력하는 애절한 모습들을 비추는 쪽으로 해서 국민통합을 이뤄가도록 강조했다. 한국 신문은 삼풍 사건에서도 경쟁이 있었다. 그런 외부로부터의 지적이 자극이 되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 박권상 : 오프 더 레코드 문제는 밝은 측면과 어두운 측면이 있는데, 우리는 뉴스를 조작하고 조정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측면이 더 많다. 재작년 조선일보 서석재 비자금 보도는 말은 오프 더 레코드인데, 총무처 장관이 전직 대통령 관리하는 자리인데, 구체적으로 얘기해 놓고 오프 더 레코드라고 하면 이건 언론조작이고, 이런 소리가 들어가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이것을 보도한 언론은) 상을 줘야한다고 해서 상을 줬는데, 조선일보에 대해 섭섭한 것은 오프 더 레코드를 깬 것에 대해 상 받았는데 나중에 없던 일로 한 것은 좋지 않다. 우리나라는 85%의 톱뉴스가 관변발표 핸드아웃 자료라고 하는데, 진짜 발표해야 할 것을 오프 더 레코드로 오용하는 경우가 흔하다.
▲ 최정호 : 사실 우리 위원회는 언론이 문제 있다 하더라도 언론의 자유를 희생하면서 외부에 맡기지 않고 언론 내부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철학이다. 정부가 언론 조작용으로 내세운 오프더레코드는 언론이 자율적 판단에 의해 깨야 한다. 국익에 저촉된 문제는 언론인이 정한 오프더 레코드는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관례가 축적되어야 한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석간에서 조간으로 돌렸는데, 그 장점이 살려졌는지. 얼마든지 확인해서 보도할 수 있는데 고통스럽지만 유리한 면이 살려졌는지. 중앙일보의 세계적 특종이라고 하는 등소평 사망 같은 것도 그 정도 특종했으면 중앙일보의 윤전기 돌자마자 빼와서 그것을 냈을 텐데 다른 신문엔 실리지 않았다. 조간신문끼리 대특종이 빠질 수 있을까.
옛날에는 외국처럼 두툼한 신문 가지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지금 일본보다 두꺼운 신문이 나오고 있는데 증면 후 한국 신문의 편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나 더 문제를 제기하면 기자의 자질을 문제 삼았는데, 기자는 10년 뒤 대학 수준된다고 한 것은 겸손한 말씀이라고 생각하는데, 객관적 사실은 대학교수보다 언론인의 해외연수 기회가 많고 여건도 좋다. 또 언론인이 사회적으로 불신 받는다고 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고시합격한 사람이 포기하고 다시 들어오고, 미국 저명대학의 학위 가진 사람이 들어와 충원되고, 각 기업이 언론재단을 만들어 언론인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인 자질에 문제가 있다면 언론인 연수가 잘못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이혁주 : 조간신문화된 이후 취재경쟁 노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말하겠다. 입사 이래 조간신문에만 있었는데 전과 후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간화한 동아일보 중앙일보도 우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최근처럼 밤새 취재경쟁이 치열했던 것은 처음이고 근무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사람 숫자도 적은데 최근 일어난 사건 때문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밤샘하고 있다. 금년 들어 더욱 심각하다. 시작과 동시에 노동계 문제가 터지고 한보로 이어지고, 탈북자 문제, 황장엽 문제까지 겹쳐서 모든 부서가 한꺼번에 통합취재, 매일 밤샘 취재하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등소평 사망의 경우 어느 한 신문이 완벽하게 보도하고 나머지는 빠뜨리는 결과가 됐지만 그 이틀 전부터 국제부는 전원대기하면서 취재했다.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이 아니고 새벽 4시까지 AP로부터 전달될 때까지 피말리는 경쟁을 했다.
▲ 이상옥 : 잠수함 침투사건은 누가 봐도 간첩 소탕작전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는데, 당시 국방부나 공보처에서 이런 보도는 자제해 달라는 협조요청을 받지 않았나. 아니면 정부에서 방치했나. 아니면 국방부에서 협조요청이 있었는데 안 지켜졌는지...
▲ 이혁주 : 초기에는 주문이 전혀 없었다. 그 결과 언론계 스스로나 정부 쪽에서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작전의 문제, 군병력 이동상황이 방송에서 리얼타임으로 그대로 나가면 북의 지령이 그대로 전달되는 상황도 예상할 수 있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현실적 작전 수행 문제가 제기됐다. 기자들이 총격전 현장에 뛰어들어 가니까 생명의 위협, 민간인과 구별되지 않는 것에 대한 것 등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요청했었는데, 나중에 적정선에서 지켜졌으나 상당부분 지켜지지 못했다.
▲ 이상옥 : 황장엽 귀국 시기에 대해 정부에서 사전에 알려준 것 같은데, 정부 어느기관에 사전에 알려주면서 귀국 이후에 대해 협조 요청한 것 없었나?
▲ 이혁주 : 내가 받은 바로는 없었다.
▲ 이상옥 : 그렇다면 이상하다. 정상적으로 봐서는 황장엽 귀국 일자를 언론에 알리면서 보도상황 관련해서 협조 요청하는 것이 과거 관례였다. 그런 것이 전혀 없었다면 정부에서 제대로 일하고 있는가 걱정이 된다. 과거의 보도지침은 없어졌겠지만 국가이익과 관련한 중요한 문제는 정부당국에서 꼭 언론에 협조요청하고, 언론과 협의 교감하는 것이 당연한데 전혀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 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 권영성 : 네 분 말씀 듣고 의외인 것은 지금까지 우리 언론의 보도 경위를 볼 때 보도와 국익과의 조화문제에는 관심이 없고, 사실이면 보도한다는 생각만 가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의외다. 네 분이 한결같이 사실보도와 국익과의 조화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상식선에서 볼 때 타율적 규제나 요청이 없다 해도 스스로 사실보도함에 있어서 자제하는 노력을 했을 텐데 결과는 자제한 흔적이 안 보인다. 그렇다면 신문사 내에서 국익과 사실보도와의 조화 문제에 관심 가지면서 막상 신문사에 들어가서는 잊는 것인지 궁금하다.
▲ 김충식 : 엠바고나 오프 더 레코드의 문제는 실제 우리 신문이 문란하지 않다. 상당히 잘 지키는 편이고 그러한 약속의 틀이 분명한 전제가 있다면 대체로 지켜지고 있다. 아시는 것처럼 군소 신문매체가 문제를 일으킨다. 자기존재를 과시하기 위해 문제를 일으켜 사소한 데서 구멍이 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깨지는 경향이 있다. 물론 잠수함사건 경우는 예외적이다. 그 사건은 정확하게 진상을 정돈해서 말씀 못 드리지만 초창기에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가 상당히 당황했다. 내가 느끼기로는 그 책임 소재가 내부적 감시체제 문제인가, 통수권자의 책임인가를 먼저 고려하면서 문제의 대응이 시작돼서 현장 컨트롤도 안 되고 언론에 대한 자료제공도 잘못된 측면이 있어서 출발부터 특이한 상황이었다. 언론에서도 정부로부터 정보가 나오는 것이 없어서 헤매고 일이 더 복잡해졌다. 엠바고나 오프 더 레코드에 관해서 한국의 신문들은 반드시 정파의 이익이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군사정부의 30년 전통이라는 것이 대체로 여당의 이익을 도모하면서 국익을 갖다 붙이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지 이것을 묵인하는 것은 문제라는 전통이 있었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신문사 내부에서 오프 더 레코드나 엠바고가 제기되면 이것을 지켜내는 것을 생각하기보다 깨질 가능성이 있겠다는 것을 먼저 보게 되어 있다. 그것은 한국적 특징인지 미디어를 다루는 세계 기자들의 특징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지키다가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깨지기 쉬운 유리창처럼 처음부터 존재하게 되는 것으로서, 이게 깨질 가능성이 있다는 전화만 오면 쓸 준비부터 먼저 하게 된다. 그러나 큰 테두리에서 나름대로는 지켜지고 있고 이러한 틀이 언론인의 자질이나 기본 전제가 잘못된 것으로 보기엔 현재 많이 성숙된 단계라고 생각한다.
▲ 이세중 : 그 문제와 관련해서 조선일보가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을 사전 검토하는 시스템을 변호사 참여하에 하고 있는데, 그것보다 한 차원 높은 국익과 관련해서는 자체 내 사전검토 장치가 있는가?
▲ 이혁주 : 사건보도 기준의 실무 작업을 내가 했다. 다른 신문사도 그런 기준이 있는데, 우리는 좀더 정교하게 하고 외부적으로 공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스스로의 책임을 독자에게 강조한 것이다. 그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 그 이후 한번도 제소가 없었다. 물론 반론 청구는 있었다. 대체로 소송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없다는 것이 작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크게 의미가 없는 사건들이 지면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후 추적보도를 통해 시간적 속보경쟁을 지양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익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선 무엇이 국익인가에 대해 정부와 언론의 생각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보는 국익은 사실을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 국익일 수 있다. 미국 언론도 행정부와 늘 그 문제로 갈등이 있다고 알고 있다. 미국도 국익과 관련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제도적 장치 기준은 없다고 본다. 사안별로 생각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를 놓고 어떤 고민을 거쳤는가가 중요한데, 기사 한 건을 놓고 데스크에서 그 기능을 하는 것이다. 공식적 회의든, 비공식적 회의든 모든 문제가 거기에 귀결된다.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황장엽 망명보도도 순간적으로 정부가 발표해서 넘어갔지만 단독 보도했을 때는 이 문제가 어떤 영향을 미칠까에 고민했을 것이다. 그것 자체가 장치 아닌가.
▲ 이수근 : 권교수가 언론인이 국익 보도는 생각 안한다고 생각하셨다는 것에 놀랐다. 언론인 모두가 끊임없이 사안별로 생각하고 있다. 작전보도는 정부와 언론이 앞으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다. 무장공비, 병력이동이 생중계되는 것은 문명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진행됐다. 이는 군사정부로부터 민주체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서 서로 주파수가 안 맞은 것이다. 박권상 선생이 말씀하신 대로 편집인협회나 국방부에서 보도준칙을 만들어야 한다. 확립된 관행으로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국익이 무엇인가. 입장에 따라 다르다. 정부는 정부대로, 언론은 언론대로 내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보는 국익, 언론이 보는 국익이 서로 진지한 토론의 장에서 어떤 것이 수용할 수 있는 국익의 개념인지 일치할 수는 없지만 공감대를 형성하는 작업은 필요하다. 그리고 신문사 각사마다 대부분의 경우 국익을 생각할 만큼 관련있는 보도사안은 많지 않다. 그래도 부장, 국장, 편집회의 등에서 보도해서 일어날 파장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한다. 간혹 거기서 일탈되는 것이 있다.
▲ 이혁주 : 국익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연스런 논의의 장이 없었다. 오프 더 레코드로 제공된 것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국익문제에서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 사건 보도에서는 가급적 오프 더 레코드가 없어야 한다. 정권적 차원의 문제라면 당연히 없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적 목표수행과 관련된 것, 대외적으로 한국에 영향 주는 것이라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이것도 대전제는 정부와 언론사 간의 신뢰가 충분히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과거에 그런 것 때문에 언론이 불신 받아 왔고 제기능을 못해왔다는 지적이 있어 왔기 때문에 그런 것을 깨나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어렵다. 앞으로는 훨씬 자연스럽게 그런 노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페루 주재 일본 대사관 인질 사건 때 어느 미국 방송사가 현장 잠입취재한 후 그 방송사가 국민으로부터 매도당한 것을 본적이 있다. 갇혀 있는 인질의 생명문제 때문에 지탄받은 것이다. 정부의 통제 없이 신뢰가 형성될 때만 가능한 자연스런 움직임일 것이다.
▲ 권영성 : 자율규제장치나 내부의 보도 기준이 없기 때문에 막연하고 고민스럽다고 했는데, 국가이익, 국가기밀의 뜻이 많기 때문에 인위적 규정은 어렵다. 그러나 최근 모 신문이 황장엽 망명 직후 그가 “내 뒤를 이어 20위 내에 드는 고위층 7명이 망명하기로 되어 있다”는 보도나, 성혜림 망명 경위를 며칠간 1면 보도한 것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인권에 대한 결정적 침해이고, 동시에 국익과 관련된 것이다. 이런 것을 보도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최소한도의 신문윤리강령이 있기 때문에 잠정적으로 기준을 마련할 때까지 신문윤리강령이라도 잘 지켜주면 문제가 없을 듯하다. 신문윤리강령에 다 저촉이 된다. 신문윤리위원회의 공개경고, 비공개경고를 두 신문사가 받았는데, 강령 읽어본 언론인이 없는 듯하다. 이것을 읽어보면 신중하게 보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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