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평화운동 거세진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평화운동 거세진다

미 버클리시, 공습중지 결의안 채택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운동의 물결이 갈수록 세기를 더하고 있다. 보복전쟁이 개시된 지난 7일 1만여명의 뉴욕시민들의 평화시위로 물꼬를 튼 평화운동은 지난 3주 동안 미국 각지에서 계속돼 왔다. 뉴욕시위가 있던 날 5천여명의 샌프란스코 시민들이 평화시위를 벌였으며, 뒤를 이어 버펄로, 워싱턴, 보스턴, 프린스턴, 클리블랜드, LA, 샌디에이고 등 미국 각지에서는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손을 떼라"고 외치는 시위대들이 줄을 이었다.

이 평화운동 물결에는 또 진보적인 교수들과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해 운동에 뒷심을 대주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시 시의회가 격론 끝에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중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해 반전운동가들을 고무시키기도 했다.

평화운동의 지평은 공습이 진행될수록 더욱 더 넓어지고 있다. 지난 27일 뉴욕 중심부에서는 팔레스타인 지지, 녹색당 찬성, 유고슬라비아 무정부 찬동 등을 모토로 하는 다양한 평화그룹들이 세를 이뤄 "당신들은 '폭탄'이라 말하고, 우리는 '노'라고 말한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평화시위를 벌였다. 27일은 세계 ANSWER(Act Now to Stop War and End Racism 전쟁종식과 인종주의 근절을 위한 참여연대)가 지정한 반전ㆍ반인종주의 운동을 전세계 차원으로 확산시키는 날이다.

물론 이들을 보는 시각이 곱지만은 않다. 27일 뉴욕 시위에 대비해 파견된 한 소방대원은 "저들이 과연 테러 때문에 얼마나 많은 생명이 희생당했는지 알고 있기는 한지 모르겠다"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시위를 지켜보는 시민들 중 일부는 야유를 퍼붓기도 하고, 일부는 성조기를 시위대를 향해 거칠게 성조기를 흔들기도 했다. 9월 11일 테러 때 친구와 가족을 잃었다는 한 환경미화원은 "미국에는 너무 자유가 많아 탈"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평화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러나 이러한 비판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테러참사로 인한 슬픔이 전쟁을 불러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7일 시위에 '인종적ㆍ경제적 정의를 위한 유태인들'이라는 단체의 일원으로 참가한 한 유태인은 "자살 테러 공격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구실이 돼버렸을 뿐"이라며 "미국은 석유 때문에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아프리카 등 다른 지역에서도 테러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석유가 매장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평화운동에 조직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IAC(International Action Center 세계 행동 센터)의 주장에 따르면 미국의 석유회사들은 석유가 풍부한 카스피해에서 시작해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평화운동의 중심에는 바로 이 IAC라는 단체가 서 있다. IAC는 우파정권인 부시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시작될 때부터 반전을 주장하고 평화운동 참여를 촉구해왔다. 이 단체에 따르면 미국은 '제국주의적인' 이번 전쟁을 인접국가들에까지 확산시키고 장기화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은 이를 위해 중동과 중앙 아시아 지역에 광대역으로 분포돼 있는 국방부의 조직망을 이용한 준비를 수년간 해오고 있었다. 걸프만과 인도양에 배치돼 있는 항공모함들과 인근 미 군사기지에서는 이미 '적당한 상대'가 나타나면 언제라도 전쟁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실제로 미국의 군-석유산업 복합체가 이번 테러사건을 이용해 '원유확보 경주'에서 독일, 러시아의 경쟁업체들을 따돌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 수년간 중앙 아시아 지역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해온 텍사코, 셰브론, 엑손모빌 같은 세계 최대의 원유회사들은 카스피해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석유와 가스 송유관을 건설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는 상황이다. 이 송유관이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해야 한다는게 문제다.

10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경제 제재로 인해 미국은 걸프 지역에서 주도적인 군사적 위치를 확보할 수 있었다. 항공모함과 지상기지를 포함해 3만여명의 미군이 이 지역에 주둔해 있다. 미국은 유고슬라비아에 대한 공습을 통해 발칸에서도 중동지역과 비슷한 군사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로 베트남전 이후 최대의 미군 기지가 현재 코소보에 건설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전쟁을 중앙 아시아에서 미군의 항구적 주둔을 가능하게 할 첫번째 스텝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시작해 아프가니스탄에 이르는 일련의 주둔기지 건설을 통해 군사적 우위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미국의 석유회사들의 손을 들어준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최근 수천명의 미군과 최첨단 군사장비를 아프가니스탄 인접국인 우즈베키스탄에 배치완료했다.

과거 미국이 벌인 모든 전쟁에서 미국은 언제나 군사시설만을 공격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왔지만 한번도 이 원칙을 지킨 적은 없다. 이번 보복전쟁도 예외가 아니라는 증거들이 속속 보여지고 있다. 미국은 언제나 그랬듯이 민간인 거주지역과 사회간접자본이 되는 시설들을 주목표로 삼고 있다. 오사마 빈 라덴이라는 한 인물을 사탄화시킨 인종주의적 색깔이 농후한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매일 수천명의 민간인들에게 폭탄세례를 퍼붓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이 20년동안의 내전으로 더 이상 파괴될 것도 찾기 힘든 나라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한편으로는 폭탄세례를 계속하면서 하루에 3만7천명분의 식량을 투하하는 것으로 인도주의적인 국가 행세를 하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는 최근 미국의 이같은 행위를 '대외 홍보용 스턴트'라고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외교적 '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미국내 시각은 대학캠퍼스 안팎에서 최근들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티치인(teach-in 사회적인 항의를 위한 교수와 대학생의 장시간의 토론집회)'에 의해 더욱더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LA 타임스 28일치에 따르면 중동지역 또는 테러리즘을 연구하는 교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티치인에는 참가한 대학생들로 발을 딛을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평화운동이 기존의 반전운동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전쟁에 무작정 반대하기보다는 정보를 찾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문제전문가인 샌프란시스코대 스티븐 준스 교수는 "사람들은 관심이 있고, 전쟁에 반대하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며 "사람들은 '사실'과 더 많은 정보를 원한다”고 발했다. 준스 교수 자신도 대중들에게 이번 전쟁에 대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종횡무진 강연회와 토론회를 다녀야만 했다. 79세의 보스턴대 사학과 하워드 진 교수도 보복전쟁과 테러에 대한 강의 초청장에 '포위돼' 강담할 수 없었을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중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에 대한 갈증이 곧 현실적인 행동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햄프셔대 평화 세계 안보연구소장인 마이클 클레어박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반전ㆍ평화운동은 이미 반세계화 운동의 주요 세력인 학생들에 의해 이미 진용이 갖춰진 상태"라고 말했다.

연일 이어지고 있는 평화운동은 미국내의 현실이 우파 정권과 자본에 종속된 미디어에 의해 보여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IAC에 따르면 학생들과 진보적인 지식인들은 물론 저소득층 노동자들도 이제 미국이 보복전쟁을 벌여봤자 자신들에게 이득이 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실업, 교육, 의료문제 등의 국내문제를 해결해야할 돈이 부시 행정부의 대규모 군사작전에 쓰이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의 보복전쟁이 시작됐을 때 IAC는 "이번 전쟁은 세게의 수백만의 억압받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침략행위로밖에 비쳐지지 않으며, 더욱 커다란 분노와 반미 시위만을 불러올 것"이라고 선언했다. 보복전쟁에 반대하는 평화운동이 지난 시대의 반전운동과는 달리 보통사람들의 의식에 근본적이고 깊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