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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송유관 확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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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송유관 확보전

"미 아프간정책 핵심은 석유이익 확보"

조지 부시는 테러 근절을 위해 아프간을 공격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미국의 석유 이익 확보이다.

9.11사태 수일 전, 미국의 에너지홍보청은 아프간의 전략적 중요성은 “중앙아시아로부터 아라비아해에 이르는 석유 및 천연가스 수출의 잠재적 경유로라는 지리적 위치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아프간 경유 송유관이 포함된다.

9.11 이전 미국의 대(對)탈레반 정책은 대체로 석유에 의해 좌지우지되어 왔다. 최근 파리에서 발간된 ‘빈 라덴, 감춰진 진실’의 저자인 전 프랑스 정보요원 장-샤를 브리샤르와 언론인 기욤 다스키는 조지 부시와 탈레반간의 밀월관계를 자세히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 인용된 미 FBI의 전 대테러담당 국장 존 오닐에 따르면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하려는 FBI의 노력은 미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석유기업들의 사주를 받은 미 국무부의 방해를 받았다.

현 부통령 딕 체니는 부시 행정부에 참여하기 전까지 세계 최대의 석유관련 서비스업체인 핼리버튼의 CEO였다. 그는 1998년 카토연구소에서의 연설을 통해 “주님께서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미국에 우호적인 민주적 정부가 있는 곳에만 주시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우리는 정상적 상태라면 절대로 가지 않을 곳에 가서 일을 벌여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사업 기회가 있는 곳이라면 우리는 간다”고 말했다.

걸프지역의 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체니는 또 다른 주요 석유 산지인 카스피해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시사 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에 따르면 이 지역의 석유는 약 4조 달러 상당인 것으로 평가된다. 체니는 지난 98년 석유업계 대표들에게 “카스피해처럼 어느날 갑자기 주요 전략 지역으로 떠오른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 이란, 구 소련에서 독립한 신생 공화국 등 사방이 육지로 둘러싸여 있는 카스피해의 석유를 어떻게 소비시장으로 운반하느냐가 최대의 난제이다. 아프간은 전략적으로 카스피해 인근에 위치해 있다. 1994년 미 국무부와 파키스탄의 정보기관 ISI는 서방측 송유관 사업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아프간에 안정적 정권을 세우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그들은 북부동맹측과 내전을 벌이고 있는 탈레반들에게 자금을 대고, 무기를 지원했으며, 군사훈련을 시켰다.

1995년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석유기업 우노칼(UNOCAL)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남쪽으로 아프간, 파키스탄을 거쳐 아라비아해로 이르는 송유관 건설 계획을 제안했다. 1997년 당시 유엔 인도지원 담당 사무총장을 맡고 있었던 아카시 야스시는 “아프간에 대한 외세의 개입은 모두가 석유 및 가스관 건설 싸움과 관련이 있다. 이들 석유기업과 지역 열강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탈레반을 이용하고 있는 사태가 우려스럽다”고 개탄했다.

한편 미국의 여성운동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은 탈레반 정권의 여성억압정책을 이유로 우노칼의 송유관 건설사업 및 미 정부의 탈레반에 대한 비밀 지원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다. 1998년 아프리카 주재 미 대사관들이 테러공격을 당하고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미국이 아프간의 알-카에다 훈련캠프를 공습한 이후 우노칼은 송유관 건설 협상을 중단했다.

탈레반 정권이 축출되고 미국에 의해 친서방 정권이 세워지고 나면, 아프간에는 엄청난 이익을 보장하는 투자기회가 열리게 될 것이다. 워싱턴 소재 ‘카스피안 에너지 컨설팅’의 대표인 롭 소바니는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아프간 경제를 소생시킬 이번 거래에서 커다란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송유관은 최고 1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미국의 중동 석유-앞으로는 카스피해 석유까지-에의 의존은 미국 정부로 하여금 고압적이며 치명적인 대외 개입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외국을 지배해야 한다는 미국의 현실적 필요를 사라지게 하려면 미국은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는 송유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양국은 서로 다른 경로의 송유관 건설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미 국가안보회의의 한 에너지 전문가는 지난 1997년 미국의 반러시아 정책을 다음과 같이 분명히 밝혔다.

“카스피해 에너지자원의 조속한 개발을 촉진하는 것이 미국의 정책 목표이다...이를 위해 우리는 이들 석유 부국들의 독립을 촉진하며, 이 지역으로부터의 석유 수송에 대한 러시아의 독점을 해체하고, 또 솔직히 말해서 공급선의 다변화를 통해 서방의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려 한다”

전 러시아 대통령 보리스 옐친도 1998년 이같은 점을 인정했다. “우리는 카스피해 에너지 자원에 대해 일부 서방 국가들이 야단법석을 떠는 모습을 주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부 국가들은 이 게임에서 러시아를 배제시키고 우리의 국가 이익을 잠식하려 든다. 이른바 송유관 전쟁은 이 게임의 일부이다”

송유관 전쟁은 9.11 사태를 계기로 기묘한 반전을 맞고 있다. 지난 10월 뉴욕 타임스는 이 지역 석유 개발에 관한 미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강조했다.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소(CERA)의 로렌 루세카스는 “카스피해 석유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가 싸운다는 생각은 완전히 구시대적 발상이다. 서방은 러시아와 카스피해의 석유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개발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북부동맹을 지원해 왔던 러시아는 9.11 이후 북부동맹측에 중무기를 제공한 것은 물론, 부시의 요구에 반해 북부동맹의 카불 입성을 부추겼다. ‘세계 정상에서의 전쟁-아프간, 카슈미르, 티베트를 위한 투쟁’의 저자인 에릭 마골리스는 “러시아는 이제 우리의 친구”라는 부시의 생각이 얼마나 나이브한가를 비웃는다. 그는 “지정학과 석유에 관한 한, 친구란 있을 수 없으며 오직 경쟁자와 적들뿐이란 사실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로서는 미.러관계의 앞날이나 송유관 전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수십만의 아프간인들이 굶고,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스피해의 검은 황금(석유)이 어떤 경로의 송유관을 통해 운송될 것이냐에 관계없이 미국은 폭탄으로 가득찬 현재의 송유관을, 아프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으로 가득찬 송유관으로 바꾸어야 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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