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게시판에 ‘제노믹스 칼럼’등 진지하고도 개성있는 글들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김원환씨(제노믹스코리아 원장.www.zenomics.co.kr)가 최근 ‘제노믹스’란 책을 냈다(현암사). ‘세상의 속마음을 움직인다’는 부제와 함께 ‘천년 비전의 선(禪)을 경영철학에 도입한 세계 최초의 실전 인간 관계학’이란 야심찬 설명도 붙어있다. 저자는 책을 출간하면서 책 내용과 관련된 칼럼을 기고했다. 관심있는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편집자
***지금 세상은?**
지금 세상은 불안하고 세계는 불확실하다. 선진국은 선진국대로 중,후진국은 후진국대로 문제의 크기와 종류만 다를 뿐 어느 나라나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과학기술과 경제발전 정도에 상관없이 최고 지도자에서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리더십과 도덕성에 심각한 균열현상이 일어나는 점은 매우 우려된다. 바야흐로 시대를 초월하는 솔로몬적 리더십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치열한 국제 경쟁시대에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서 리더십의 주체는 비단 정치,경제,사회적 지도자는 물론 일반 개인도 아우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한 조직을 이끄는 '조직경영'이나 한 사람의 인생을 영위하는 '인간경영'이나 그 속에 지도력이라는 공통분모가 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주의 아름다운 별 중의 별 지구상에 사는 글로벌(global) 시대를 맞은 오늘, 인류에게 번영과 평화와 행복을 안겨다 주는 그런 축복의 리더십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흔들리는 세계의 리더십**
지금 세계의 지도자들은 리더십에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리더십 이론의 권위자인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는 미국 남가주대학 마셜 경영대학원 리더십 연구소의 설림자인데, 최근의 리더십 위기를 헌신도의 결여(Commitment gap), 복잡성(Complexity), 신뢰성의 부족(credibility gap)의 3가지를 꼽았다. 즉, 지도자들이 그들이 대표하고 있는 조직원(member)이나 사회 공동체에게 희망, 의미, 그리고 신뢰를 불어넣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여론은 지도자들을 믿지 못하고 국민들은 불안과 함께 정치,사회적 불신감에 젖어 들게 되는 것이다.
리더십은 그 따르는 사람에게 희망의 지팡이면서 신뢰의 징검다리여야 한다. 국민이나 구성원들은 지도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통해 비전을 제시하고 변화와 혁신에 앞장설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리더가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할 때 그 추종자들은 실망과 함께 때로는 분노를 느끼기까지 한다. 그래서 자칫 세상이 무질서하고 생활이 고통스러워지면 사람들은 개인의 불행을 지도자의 무능 탓으로 돌리기까지 한다. 왜냐하면 리더쉽은 집단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사람들을 동원하고 조직하는 능력으로, 추종자로 하여금 특정 목표를 성취하도록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리더십이 지도자를 따르는 추종자들에게 자기성취감과 만족감을 줄 수 있어야 하는 소이연인 것이다.
그러면, 지금 대한민국의 시대상황은 어떠한가? 워렌 베니스의 지적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령 한국 정치사를 지배한 '권위주의'가 바로 그것인데, 군부, 민간 권위주의 3-40 년이면 '권능 없는 권위'에 관한 한 이제 우리 국민들은 짜증이 나고 신물이 날 정도로 겪었다. 심지어 전에 어떤 기업인은 '한국 기업인의 수준은 2류, 공무원은 3류, 그리고 정치인은 4류'라고 까지 자조적인 진단을 내리기까지 했었다. 한 마디로 지금 우리나라는 '지도자는 있는데 리더십은 없는' 리더십 부재의 카오스 상태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부끄러운 수준에서 우리는 지도자들에게 과연 어떤 종류의 새로운 리더십을 주문해야 할 것인가?
***지혜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
필자는 21세기의 오늘, 세계는 물론 한국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지혜(wisdom)로운 리더십' 이라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는 서양 정치학의 고전인 플라톤의 '국가'에서 '지혜'를 첫 번째 덕목으로 꼽았다는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 주의할 것은 '지혜롭다(wise)'는 것과 '지식이 많고 머리가 좋다(intelligent)'는 것은 서로 다르다는 것이며, 리더십에서 요구되는 것은 지혜로운 지도자이지 영리한 지도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 도대체 리더에게 있어 지혜의 덕목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멤버와 함께 하는 토론(discussion with member)'을 할 줄 아는 지혜를 말한다. 고대 그리이스 철인 소크라테스도 지혜로운 것과 머리 좋은 것이 서로 다르다고 말했는데, '대화(dialogue)' 또는 현대적 협상과 타협의 고전 논리인 '변증법(dialectic)'이 그것이다. 이런 아카데믹한 풍토가 활발하고 투명하게 전개되어야 창조적 아이디어의 창출은 물론 리더십 효과로서의 진취적인 국민화합과 노사화합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집단적 팀웍에 의한 중의(衆意)와 여론 및 아이디어가 모두 함께 하는 리더십 지혜의 소산인데, 현대 민주주의에서 필요로 하는 이상적 지도자상의 개념이 이 속에 있다. 즉, 멤버라는 최대 다수로부터 지혜라는 최대 공약수를 도출해 낼 수 있는 지도자야말로 우리가 찾는 이른바 '영웅적 지도자'이다. 다시 말해서 인재(人才)를 모으고 육성하고 리드할 줄 아는 용인법(用人法)의 달인이 지도자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결국 새로운 리더십은 골리앗과 같은 카리스마적 거인이 아니라 다윗 같은 '작은 영웅들의 시대'라는 것이다.
***제노믹스(zenomics) 리더십,뭘까**
리더십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사람의 사고방식을 엿보는 우화(寓話)같은 얘기를 아실 것이다. 이른바 '물컵 테스트'라는 것이다. 면접 시험장에서 면접관이 반 컵의 물을 탁자에 올려놓고 수험생들에게 한마디씩 해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대답이 나온다고 한다. "물이 반이나 채워져 있습니다." "물이 딱 반 채워져 있습니다." "물이 반밖에 채워져 있지 않습니다." 면접관은 이를 근거로 '긍정적인 사람', '합리적인 사람', '부정적인 사람'으로 수험생을 평가한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웃기지도 않는' 관인법(觀人法)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제노믹스(zenomics)의 리더십 솔루션은 어떤 식인가?
예로써 여기 마음의 주인을 못 만나 시대의 방랑자가 된 한 '작은 영웅'이 있다. 옛날 인도에 어리석고 지혜가 없는 '목표 공포증(目標恐怖症) 사나이'가 살았다. 여행 도중 몹시 목이 말라 물을 찾다가 쨍쨍 내리쬐는 땡볕 아래서 아지랑이를 물인 줄 착각하고 달려간 끝에 갠지스강까지 왔다. 그런데 물가까지 달려간 그 사람은 강물을 들여다보기만 할 뿐 물을 마시려 들지 않았다. 마침 곁에 있던 성지 순례객이 그에게 물었다. "여보시오. 당신은 목이 말라 물을 찾아오지 않았소. 물가에 왔으면서 다시 물을 마시지 않으니 무슨 까닭이오?” 어리석은 사나이가 대답했다. "마시고 싶으면 당신이나 마셔요. 나는 마시고 싶어도 물이 너무 많아 도저히 마실 수 없단 말이오. 아시겠소?" 순례객은 그의 어리석음을 비웃었다.
오늘 당신더러 위의 '목표 공포증 사나이' 유형의 인재를 동기유발 시켜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필자는 이처럼 미묘한 용인법(用人法)의 문제에 처한 CEO나 지도자는 물론, 장차 리더가 되기를 꿈꾸는 엘리트 인재들에게 제노믹스 리더십(zenomics leadership)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젠 선지식인(禪知識人)일 때**
요즘은 지식이 조직의 풍요와 경쟁력 창출의 핵심원천이 되는 지식경영의 시대라 한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후반에 지식경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최고지식경영자 내지는 지도자가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지식경영이란 조직원들을 신지식인(新知識人) 및 신지식근로자로 양성하고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일들을 개선, 개발, 혁신을 통해 지식을 창출, 공유 및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영이나 관리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개인이나 조직의 지식경영과 지식관리를 책임지는 최고지식경영자의 주요 역할은 지식경영과 관리에 대한 학습을 장려하여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제 현대의 인재들에게 신지식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노미스트(zenomist)라는 선지식인(禪知識人)을 새로운 21세기형 리더십 패러다임(paradigm)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선지식인이란 일테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의 이치를 깨우쳐 일체의 범부적 어리석음에서 벗어난 대자유인의 상징이다. 제노미스트의 이상은 누애처럼 지식의 실타래에서 자승자박하여 고치가 된 중생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식인들에게 자신이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는 독수리임을 일깨워 주는 것이며, 그 실천적 원리는 제노믹스 심이요법(心餌療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선지식인이란 마음의 창조성과 위대성을 깨달은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강의와 '제노믹스' 저서에 담았다.
그리고 제노믹스(zenomics;zen+economics) 리더십은 선가(禪家)의 고승대덕(高僧大德)이나 성현(聖賢)의 리더십을 온고지신하고 벤치마킹(benchmarking)한 것으로, 작금의 지도자들에게 자기 역량이나 기량을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선(zen)의 전통에는 오늘의 신식인이나 지도자에 해당하는 존재로 선지식(善知識)이 있는데, 본래 박학다식(博學多識)하면서도 덕이 높은 현자를 이르지만 선종(禪宗)에서는 승단 조직의 리더이자 수행자들의 스승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래서 경전에서는 선지식을 일컬어 '사람들을 인도하여 일체지(一切知)로 가게 하는 문(門)이며 수레이며 배이며 횃불이며 길이며 다리다'라고 하였다. 공자, 예수, 석가, 달마 같은 성현이 모두 이를테면 선지식인 것이다.
***제노미스트(zenomist)를 그려본다**
미국에서는 매년 6백 권이 넘는 리더십에 관한 책이 출판된다고 하는데, 그 가운데 번역된 것을 포함해서 한국에도 '리더십' 이란 말이 들어가는 제목 책만도 2백여 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간 서점에 넘쳐났던 갖가지 리더십 관련 서적 대부분은 서구인의 심리와 '먼 그곳'의 경영 경험에 근거한 것이었고, 어쩌다 동양의 명상과 철학에 근거했다고 하는 것도 그 바탕은 서구 리더십 마인드였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현실에 그 이론들이 정확히 들어맞았을 리 없다. 한마디로 말만 그럴듯한 공염불에 그쳐있기 일쑤였던 것이다. '제노믹스'는 우리 심성과 근기, 관습과 현실을 반영하며 일거에 기존 리더십 서적의 맹점을 뛰어넘는 토종 인간관계학이자 인간경영학이다. 일정 경지에 이른 선의 모습과 닮아있다는 면에서는 세계 최초의 이론이라 감히 자부하는 바이다.
저명한 역사학자 토인비는 “20세기의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불교, 특히 선(zen)을 유럽에 전한 것이다.”고 했다.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인재평가와 인재양성, 그리고 리더십을 제노믹스 이론에 담아 새로운 인간이해의 패러다임(paradigm)으로 창시한 것이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인류 정신문화의 굵은 줄기 중 하나가 선이라면 전인적인 선지식인(禪知識人)이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인간을 DNA로 파악하고 해부하는 것이 서양의 게놈(genome) 프로젝트라면 우리나라의 선은 인간 세상의 속마음 갈래갈래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통일장 이론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 이규태 논설위원은 ‘동양적 리더’란 칼럼(2001.12.11)에서 "경영에서 세계 공통의 절대적 기법은 없으며 나라나 민족에 따라 상대적임을 말해주는 것으로 구미 지향의 우리 경영 마인드를 뒤돌아봐야 한다"며 "한국적 리더십으로 튀는 것을 억제시키는 지혜"를 예로 들었다. 변화와 도전의 21세기를 맞은 오늘 지도자를 꿈꾸는 세계의 인재들에게 제노믹스(zenomics)가 마음(心)을 일깨우는 창조적 리더십의 지팡이가 되어 전인적(全人的) 리더로서의 제노미스트가 많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김원환/제노믹스 코리아 원장
*저자는 연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0여 년간 외국회사에 재직 후 20여 년째 선(禪)수행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제노믹스코리아 원장으로 인재 감정·평가 및 창조성 교육 컨설팅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마인드 다이어트 ‘팔자타령에는 음치가 없네’ 오도송 해설집 ‘저마다 깨친 인연이 있었네’ 열반송 해설집 ‘열반의 노래’ 선문답 동시통역집 ‘동냥도 못하는 스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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