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이 될 것이라던 아프간 전쟁은 지난 11월 중순, 탈레반 군대가 아프간 북부의 주요 거점 도시에서 급속하게 퇴각하면서 예기치 않은 전환점을 맞았다. 이러한 탈레반의 급속한 붕괴에 대해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그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쟁 국면의 극적인 전환은 부시정부에게는 최적의 시점에 찾아왔다. 늘어나는 민간인들의 희생과 공습의 군사적 효율성에 대한 유럽 동맹국들의 비판과 일부 미국 언론인들이 회의가 점증하는 시점에서 전황이 극적으로 호전됐기 때문이다.
탈레반의 퇴각은 아프간에서 알 카에다 조직을 ‘근절’하겠다는 미 정부의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첫 걸음에 불과하다는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미 언론의 화이트칼라 전사들은 훨씬 더 낙관적인 분위기에 젖어 있다. 뉴욕타임스의 에릭 슈미트는 자신의 분석기사에 “놀라워라. 결국 전쟁은 통하는구만”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워싱턴 포스트의 마이클 켈리는 미국 내 평화운동을 전쟁수행의 적법성과 효과에 대해 대책없는 의문을 던진 행위라고 비꼬면서 전쟁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보스턴 글로브의 칼럼니스트 제임스 캐롤을 비판했다. 찰스 크라우새머는 반탈레반 전쟁의 잠정적 성공은 미국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을 타도할 수 있음(또 타도해야 함)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의 군사 개입이 거둔 놀라운 성공에 대해 도취하기 전에, 우리가 아프간에서 실제로 성취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알 카에다는 살아남을 것인가?**
존 클라우드는 시사 주간지 타임의 11월 26일자 “지도자 없는 알 카에다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이번 전쟁으로 빈 라덴과 그의 핵심 참모들이 제거된다 하더라도 알 카에다의 활동은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반테러국의 전 국장 이레네 스톨러도 “이 운동, 이 조직은 너무나 넓게 퍼져 있고 또 유동적이기 때문에 단 한번의 작전으로 일망타진할 수 없다”고 말한다. 빈 라덴과 그의 측근들이 국제 테러의 총지도부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인 계획과 실행은 그보다 낮은 수준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클라우드에 따르면 핵심적인 문제는 알 카에다의 재정 조달 능력이다. 이들은 이슬람권의 각종 자선기금은 물론 ‘아르헨티나, 브라질, 파라과이 등의 접경 지점에서 밀수품을 중개하는 무슬림을 포함, 탄자니아의 보석 밀매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1월 16일자 1면을 통해 킬리만자로 산 인근의 몇몇 지역에서만 산출되는 것으로 알려진 희귀보석 탄자나이트가 어떻게 빈 라덴 조직의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 왔는지를 보도했다.(로버트 블록, 다니엘 펄, “탄자나이트로 불리우는 밀수 보석이 빈 라덴 조직을 지탱했다”) 이른바 ‘전쟁 비즈니스’의 최근 사례이다. 부시행정부는 테러 조직이 ‘국가적 후원’을 받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들은 이와는 별도로 전 세계 금융, 무역, 운송 체계를 활용해 독자적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 ‘타이타닉’에서 주연 배우 케이트 윈슬렛이 착용한 목걸이가 탄자나이트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푸른색 보석은 미국에서 매년 3억8천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할 만큼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1998년 탄자니아와 케냐 주재 미국 대사관 폭격의 용의자 재판기록에 따르면 이슬람 근본주의자 출신의 중개상들이 이 보석의 상당량을 통제하고 있다. 이들은 두바이와 홍콩 등 자유무역지대를 통해 탄자나이트 거래를 유통시키고 있으며 이익금의 상당 부분을 알 카에다 및 여타 근본주의 조직들에 보내고 있다.
반테러리즘 전문가 롤랜드 잭커드는 빈 라덴 조직이 앞에서 언급한 경로를 통해 적어도 매년 3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잭커드는 또한 빈 라덴이 제거된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이 자금을 조달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한 단계 아래 사람들이 자금을 운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잭커드는 빈 라덴 조직의 원동력인 자금 출처를 차단하는 것은 매우 어럽고 오랜 시일이 걸리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클라우드는 타임 기사의 말미에서 단 한번의 군사적, 경제적, 혹은 법적 조치로는 테러를 근절할 수 없다고 결론을 맺었다. 궁극적으로는 테러리즘의 뿌리인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 요구, 수많은 아랍 정권에 만연한 타락과 빈곤, 그리고 미국의 중동 정책에 대한 불만 등이 이러한 근본적 문제들에 해당된다. 클라우드는 “빈 라덴과 그의 참모들이 이슬람 테러리즘의 물결을 처음 일으킨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은 잠시 그 물결을 탄 것뿐이다. 그들이 완벽하게 척결될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과연 전쟁은 효과가 있는가?**
그렇다면 미국의 아프간의 전쟁은 “효과가 있었는가”? 탈레반과 알 카에다의 제거라는, 좁은 의미에서의 목적에서 보자면 미국의 개입은 명백히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알 카에다를 비롯, 현재 활동 중인 다른 국제 테러조직을 척결하겠다는 장기적인 목적의 성취 여부는 그다지 분명치 않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알 카에다 같은 조직은 권한이 분산돼 있고 정부의 ‘후원’ 없이도 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아프간 전쟁은 전 세계 테러 조직의 활동 능력에 아주 미약한 타격만을 주었을 뿐이다.
지난 11일 남부의 한 군 사관학교에서 행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미국의 이번 전쟁 수행은 미래의 갈등에 대처하는 모범이 되기에는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미 국방부가 일관되게 민간인 희생에 대한 책임을 거부한 것은 전쟁 윤리를 침식하고 군사 행동의 결과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회피한다는 점에서 몹쓸 선례를 남긴 것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워치가 집속탄 사용 금지를 요구했음에도 부시 행정부는 군사전략을 인도주의 및 인권 관련 기준에 맞게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또 앞으로 국제적 위기가 닥쳤을 때, 올바른 국제협력의 모델이 될 수 없는 일방주의적 접근을 했다.
정부의 전쟁수행은 미국 내의 민주주의도 무너뜨렸다. 외국인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비밀 군사재판 신설의 강행, 아무런 범죄 혐의도 없는 1천명의 개인을 체포, 수감한 애쉬크로프트 법무장관의 결정 등, 시민의 자유는 테러에 대한 전쟁을 수행한 최근 몇 달 사이에 완전히 파괴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전례없는 규모로 언론과 여론의 정보 소통을 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방부 관료들은 럼스펠드의 분명한 허락 없이는 언론에 발언을 하지 못하도록 금지됐다. 행정부 출입 기자들에게는 전쟁의 구체적인 묘사를 하지 않도록 경고했다. 미 공습의 결과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을 막기 위해 모든 아프간 관련 상업위성 사진을 사들였다. 럼스펠드는 이처럼 민간인 희생과 인권 침해와 관련, 미국과 동맹국들이 아프간에서 자행한 행위에 대한 모든 정보를 통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요구에 역행하는 것이다. 오로지 정부의 주된 사업인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동의만을 요구할 뿐이다.
따라서 최근의 미국 언론 보도에서 표현된 전쟁 찬양적인 분위기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다. 1)아프간에 있는 알 카에다 조직의 파괴가 추후 미국을 목표로 공격을 감행할 다른 테러 집단에 충격을 줄 것인가? 2) 아프간 전쟁이 테러리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는가? 아니면 테러리스트 집단과 그들의 후원국가로 지목된 나라에 대한 “끝없는 전쟁”으로 결국 미국은 이번에 급조된 반테러 국제동맹으로부터 고립되는 첫 걸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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