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융합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융합

[기고] 서울시장 후보 경선, 가능성을 보았다

"제1야당 후보가 시민후보에게 졌다."
"정당정치가 시민정치에 패했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결과를 놓고 이런 분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일면 타당한 해석입니다. 또 정당책임정치를 내세우며 '정당과 무소속 간의 대결'로 몰아간 기성 정치권이 이런 비난을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경선을 '정당정치와 시민정치의 충돌과 대립'으로 보는 시각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특히 한나라당과 가까운 측에서 이런 시각을 의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1야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패배감을 자극해 시민사회와의 갈등을 부추겨서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의도라면 더욱 경계해야 합니다.

3일에 막을 내린 야권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정당정치의 한계와 저력을 동시에 보여주었고, 시민정치의 가능성을 맛보게 했습니다. 또 서로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이 두 가지가 하나로 융합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고, 야권과 시민사회에 숙제도 남겼습니다.

먼저 시민사회와 야권은 이번 경선 과정을 통해 기존 정당들과 시민사회, 무당층 유권자들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시킬 수 있을까를 모색해 그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 경쟁하며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고, 여기에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힘으로 상대방을 배척하거나 흡수하려 하지 않고 서로를 인정했습니다. 각 정당과 시민사회는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대승적으로 타협했고, 활발한 참여 열기 속에 단일후보를 선출하고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또 시민들이 경선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정당과 후보들 간의 대립과 갈등을 용광로처럼 녹여냈습니다. 60%에 육박한 경이적인 선거인단 투표율은 정당과 후보를 승리자와 패배자로 나누지 않았고, 야권과 시민사회 모두를 축제의 주인공으로 만들었습니다.

대중들에게 인기가 높은 유명 인사들이 대회장 주변에서 팬 사인회를 열며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한 것도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네 편 내 편을 갈라 다투는 싸움판에서는 이런 풍경을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경선에 참여해 정치를 풍요롭게 만들고 변화의 싹을 틔운 점도 중요합니다. 시민들은 정당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매섭게 질타했고, 정치의 진정한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동시에 정당에 속한 당원들은 성숙한 정치의식과 책임 있는 행동으로 시민들과 소통하고 단결했습니다. 박원순 후보가 야권단일 후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이 자기 소속 정당의 이해관계보다 민심을 받들기 위해 노력한 덕도 클 것입니다.

경선 결과를 놓고 정당정치가 패배했다고 평가하거나 후퇴할 것으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합니다.

민주당은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노동당도 지지 않았습니다. 경선 후보를 낸 두 정당은 물론 국민참여당 등 다른 야당들도 이번 경선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결합해 새로운 장을 연 승리자입니다. '시민정치혁명'이라고 할 만한 새로운 흐름의 당당한 주인공입니다.

정당은 이번에 국민의 힘을 다시 한 번 확인했고, 시민정치라는 새로운 에너지를 보았습니다. 야권은 자신에게 무엇이 부족한지 알게 됐고, 자기를 혁신할 명분과 계기를 찾았을 것입니다.

'안철수 신드롬', '박원순 돌풍'이 기성 정치권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들이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경선이 정치권에 정당 개혁과 정치 혁신이란 숙제를 던졌다면 시민사회에게도 남긴 숙제가 있습니다.

당장 거대정당인 한나라당과 맞서는 서울시장 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가 박원순 후보와 야권 앞에 놓여 있습니다.

박원순 후보에게 "집권 여당과 싸우려면 무소속보다는 제1야당 옷을 입고 도전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분명 일리가 있는 주장입니다. 다만 시민후보 박원순을 단일후보로 선출한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 깊이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

또 시민정치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어떻게 시민정치세력으로 구체화하고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갈 것인가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치공학에 따라 득실을 계산하지 않고 민심을 믿고 정도를 가면 분명 길이 있을 것입니다.

위의 두 가지 민감한 사안 모두 '시민정치와 정당정치의 융합'이라는 관점에서 국민들과 함께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하면 분명 현명한 해답을 찾을 것입니다.

정당정치가 시민정치를 흡수하거나 시민정치가 정당정치를 대체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것입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이 둘이 함께 발전하며 서로 조화롭게 융합하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