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 단행된 북한의 경제개혁 조치에 국내외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23일 남측 민간대표단의 일원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민족화해협력범민족협의회(민화협) 김창수 정책실장으로부터 북한 현지의 변화상을 들어본다. 편집자
촤근 북한이 취한 경제혁신조치가 국내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필자는 지난 7월 20일부터 23일까지 평양을 방문하였다. 평양을 방문해서 만난 북쪽 사람들은 남쪽 언론이 큰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쪽집게처럼 예측하였다.
"아마도 남쪽에서는 우리의 경제변혁조치를 '개혁개방'이라거나 '시장경제로 이행'이라고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모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주의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분명 시장경제적인 요소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사람들은 이를 '경제변혁조치', '가격정책'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의 실험'으로 여기고 있었다. 사실 북한사람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는 평소에 북한이나 사회주의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상식에 비춰 보면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들이다.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은 잘 살게 된다"**
경제조치에 대해서 말하는 북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경제변혁조치 때문에 사람들의 의욕이 생기고 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사람들은 자기 몫이 생기니까 분발해서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머리를 쓰고 일을 많이 한 사람들은 잘 살게 되고, 그렇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살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물질적인 부를 창조하기 위한 인센티브제의 도입이다. 북한 사람들도 이를 인정하였다. 그들은 인센티브제의 도입을 '정치도덕적 자극과 물질적 자극을 병행하기 위한 조치'하고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생산의욕을 높여서 물질적 부를 창조하면 그만큼 개인에게 돌아가는 물질적 혜택이 늘어날 것이므로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근로의욕 고취는 생산자 대중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해당된다. 국영매대에 근무하는 사람들도 판매량을 늘이면 성과를 주고 그러면 그만큼 의욕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평양시내에는 매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 평양시내에 매대가 등장한 것은 2000년 10월 당 창건 55돌 행사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평양을 방문한 필자는 거리의 매대가 신기해서 북한 사람들에게 물었는데, '당창건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서 국가차원에서 매대를 통해서 생활필수품을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라고 하였다.
***판매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
지금은 평양시내 곳곳에서 규모가 큰 기업형 매대(?)에서부터 마치 서울에서 솜사탕 판매하는 자전거과 같은 규모의 작은 매대까지 다양한 형태의 매대를 볼 수 있었다. 소유제도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고 하기 때문에 작은 규모의 매대가 개인소유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매대에서 일하는 의례원(판매원)들 가운데 적극적인 판매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음식점에서도 '내일 또 오세요'라는 인사를 꼬박꼬박 하였고, 기념품 매대에서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판촉에 열을 올리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여기서 물건을 하나라도 더 사면 의례원 동무의 실리가 늘어나지요?" 하고 물으면 모두들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판촉활동에 적극적이 않은 사람도 많이 있다. 앞으로는 열심히 인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생활수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북한 사람들의 말이 떠올랐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생겨난다면 아마도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기에 잘 적응하는 사람일테니까.
***평양시민들, 경제조치 내용 잘 알고 있어**
북한 사회단체의 간부들은 경제조치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었다. 서해교전사태에 대해서는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하게 언급을 피했지만 경제조치에 대해서는 친절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펼쳤다. 이는 그만큼 잘 교육이 되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북한 사회단체의 간부들은 회원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교양을 했다고 말해주었다. 경제조치는 하루아침에 취한 것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을 마치면서부터 준비를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2000년 이후 적어도 2-3년 동안 준비하고 내부교육을 거친 셈이다.
북한의 경제조치가 성공하는 데 주체사상과 같은 이데올로기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남측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북한 사람들은 주체사상이 걸림돌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북한사람들은 경제변혁조치는 주체사상의 원리와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경제변혁조치는 주체사상에 따라서 자주성과 창조성을 발양시켜서 사람의 지위와 역할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현재의 경제조치를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사회주의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시행하는 조치로서 앞으로 사회주의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도 실리 얻어야**
이런 경제조치로 평양시민들이 혼란스러워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평양시민들은 교육을 통해서 경제조치에 대해서 충분히 알고 있었고, 또 물가인상과 임금인상으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을 수 있는 조치들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이 전하는 바에 다르면 생활비(노임)는 17배에서 50배까지 올랐다고 한다. 생산자 대중을 대상으로 노임을 높였는데, 생산자 대중의 생활수준을 높여서 생활을 안착시키고 풍족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생산자 대중의 노임이 장관보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생활비가 오른 것은 개인의 소비를 증대시켜서 국가가 실리를 얻기 위한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쌀과 같은 경우 국가가 높은 가격에 도입해서 싼 가격에 공급했는데, 자원의 희소 때문에 모든 것을 국가가 다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금은 7월 성과 바탕 8월부터 인상**
북쪽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임금 인상은 7월달의 성과를 반영해서 8월분부터 인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물가는 이미 올라 있다. 지하철의 경우 20전하던 것이 7월달에 이미 2원으로 10배 올랐고, 소불고기 1인분의 가격도 361원으로 올라 있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노임은 8월에 오르는데 물가는 이미 7월부터 올라 있는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사회 전부문에서 물가가 어떻게 올랐는지, 또 어떻게 대처하는지 확인하지는 못했다. 지하철의 경우에는 이미 6월달에 쿠폰을 나눠줬기 때문에 7월달에는 노임이 오르지 않았지만 6월에 받은 쿠폰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만 확인했을 뿐이다.
***임금 인상 불구 세금은 없어**
물가와 노임의 인상, 인센티브제 도입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들이 사회주의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교육, 의료 등 30개 사회시책은 여전히 국가가 담당하고 있고, 약자에 대한 식량배급제는 여전하며,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또 노임의 인상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없다고 한다. 주택의 경우 상징적인 차원에서 관리비를 냈는데 앞으로는 주택관리비를 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주택관리비가 얼마인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금융과 화폐제도의 변화에 대해서는 별다른 조짐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외화바꿈돈표는 아리랑축전 기간에만 사용한다고 한다. 원화바꿈돈표가 없어진다는 것은 물가인상과 가격인상이 환율의 실질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공식환율은 1달러에 2.15원이었으나 비공식적으로는 1달러에 200원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함) 또 원화의 가치하락으로 전(100전이 1원)이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일상생활에도 큰 변화가**
북한의 이런 조치는 분명 경제변혁조치이다. 시간이 지나면 북한 주민들의 가정생활과 사회생활 등 일상생활도 크게 변할 것이다. 생활비로 물건을 구입하고 주택이용료도 내야 하기 때문에 벌써부터 가정경제를 어떻게 꾸려야할 것인지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있었다.
사회단체들도 독립채산제로 인해서 실리를 많이 확보한 단체와 그렇지 못한 단체로 나뉘어질 것이다. 실리를 확보하지 못한 단체들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떨어질 것이고, 실리를 많이 확보한 단체들로 회원이 몰리는 현상도 발생할 것이다. 단체들 사이에 경쟁도 늘어날 것이고, 실리를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한 개인의 창발성도 더 많이 발휘될 것이며, 그만큼 인간의 욕망의 크기도 커질 것이다. 북한은 분명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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