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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하고 신선한 반전 만화책 <전쟁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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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랄하고 신선한 반전 만화책 <전쟁중독>

<신간> 만화로 읽는 미국의 군사주의, 그 역사와 현주소

지난 2월, 기자가 재학중인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 특별한 방문자가 있었다. 미 해군 로날드 헨더슨 대령. 헨더슨 대령은 지난 해 3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당시 작전을 맡아 5천여명의 선원들로 이루어진 항공모함 존 F. 케네디 호를 지휘했던 인물로 아프간 공습의 현장 사령관이었던 동시에 산 증인이었다.

미국을 '선(善)', 테러리스트들을 '악(惡)'으로 규정하는 부시 정부의 일방주의는 헨더슨 대령의 연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헨더슨 대령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개시를 앞두고 "(테러리스트들은) 우리가 그들보다 잘 살고 자유롭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를 증오한다. 우리가 그들을 공격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는 요지의 연설을 선원들 앞에서 했다고 스스로 소개했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그의 방문이었지만 극명한 흑백논리만으로 끝난 헨더슨의 연설은 많은 사람들에게 씁쓸함만 가져다주었다.

<사진: 책표지>

***"미국은 왜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가"**

미국 내 반전 및 인종 평등 운동 등을 조직하며 정치활동가로 일해온 조엘 안드레아스의 만화책 <전쟁중독>(창해)은 건국 초기부터 피로 점철된 미국의 군사주의를 '전쟁중독(addicted to war)'이라며 아프게 꼬집은 책이다. 이 책은 미국은 호전성으로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고 있는 세계를 위해 쓰여진 반전의 메시지이다.

1776년 영국에 맞서 '독립 선언서'가 발표된 이래, 미국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쟁취했다는 긍지와 함께 다른 나라 사람들의 운명까지도 자신들이 결정하겠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고 책은 설명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의 대량 학살에서부터 시작해 멕시코와의 전쟁, 필리핀과 하와이의 합병, 1·2차 세계대전, 한국 전쟁, 베트남 전쟁, 걸프전에 이어 2001년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였던가. 곧이어 전세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힘센 나라의 폭격기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비참한 나라 중 하나를 공습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고 그 전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상을 바꿔 진행되고 있다. 테러를 전쟁으로 앙갚음하는 것은 오로지 폭력의 악순환만 확대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저자는 경고한다.

저자는 자세한 통계 자료를 인용하며 군사주의의 비싼 대가에 대해 말한다. 2003년 군사비 예산은 무려 4천억 달러에 육박, 연방정의 자유재량 예산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 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남긴 군수산업체, 석유 관련 회사, 은행 등은 계속 주전론(主戰論)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사회복지 사업은 예산에 쪼들리고 있으며 교육, 물가, 건강 등 많은 분야는 점점 소외 당하고 있다. 미국에게 공격 당하는 나라 국민만이 아니라 미국 국민에게까지 큰 희생을 강요 당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 반전 시위>

반전의 물결은 날이 갈수록 거세져만 가고 있다. 저자는 "이 전쟁중독이 미국 국민과 전세계 사람들을 도대체 어떤 지경에 빠뜨리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던지며 미국의 전쟁중독증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전쟁 중독의 해결 방안을 함께 생각해 보자고 촉구하며 마침표를 찍는다.

***얇지만 두꺼운, 만화지만 결코 쉽지 않은...**

<전쟁중독>은 1992년 1차 걸프전 직후 초판을 발간하면서 미국과 일본에서 이미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일본에 이어 한국에서 번역된 이 책은 현재 중국, 독일, 이탈리아, 덴마크 등지에서도 출간이 준비되고 있다. 한국에서의 번역은 진보적 평화운동단체인 평화네트워크가 담당했는데, 이 단체의 대표 정욱식씨는 "일반 사람들도 부담없이 미국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라는 말로 추천의 변을 시작했다. 지난달 발간된 이 책은 광고나 언론 보도보다도 입소문을 타고 점차 독자를 늘이고 있는 중이다.

<전쟁중독>은 전체가 72쪽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만화다. 그러나 <전쟁중독>은 결코 얇은 책이 아니다. 라면이나 떡볶이를 먹으며 가볍게 읽으려고 하다간 얹힐 수 정도로 무겁기까지 하다.

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군사주의를 이해하고 싶고, 앞서 언급한 헨더슨 대령 같은 사고방식에서 느낀 씁쓸함을 떨쳐버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만화니까' 가볍게 읽어볼 수 있다. 미국의 전쟁 중독 과정을 추적해 봄으로써 어쩌면 '전쟁해독제'를 찾을 수도 있겠다. 옮긴이 말대로 미국을 알아 평화를 볼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인턴기자 심혜기는 현재 미 펜실베니아주 소재 힐 고교 2학년에 재학중인 고교생으로 약 3주간 프레시안에서 인턴 수업을 받고 있다: 편집자)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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