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이라크 망명시인 사이난 안툰(Sinan Antoon)이 미군의 이라크 함락을 보면서 쓴 '(반)해방<(De)liberation>의 전문이다. 안툰은 이 글에서 미군에 의한 이른바 이라크 해방은 후세인의 독재가 미국의 식민통치로 바뀐 것뿐이라면서 앞으로 미국의 이라크 국부 착취가 조직적으로 자행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원문은 이집트 영자 주간지 <알 아람 위클리>에 실려 있다. 편집자
***(반)해방**
이미지가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 하나의 이미지는 이러저러한 극적인 순간을 상징하는 영구적 지위를 얻을 때까지 지겹도록 반복된다. 며칠 전 내 고향 바그다드의 알파두스 광장에서 사담 후세인의 동상이 철거되는 장면도 그러한 사례에 속한다. 지구상의 대다수 사람들에게 그 이미지는 이른바 이라크의 '해방'과 후세인 독재정권의 종말을 결정짓는 장면이 될 것이다.
수백만의 이라크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오랫동안 후세인 정권의 종말을 기다려왔다. 나는 과거 사방에 널린 후세인 초상화를 경멸해 왔으며, 후세인이 축출되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후세인 초상화로 달려가 그에 대한 나의 복수를 시작할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의 머리에 뿔을 두 개 그리고 긴 꼬리를 붙여 넣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1991년 걸프전 이후 나는 이라크에서 추방됐고 후세인은 여전히 권력을 유지했다. 미국 덕택에 이라크는 산업화 이전 시대로 회귀한 반면 후세인은 그 자리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내가 요르단 국경을 버스로 넘으며 본 이라크의 마지막 장면은 군복을 입은 후세인의 초상화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세인의 동상이 철거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느낀 안도감과 기쁨은 단지 몇 초 동안에 불과했다. 그 장면 속에는 미군과 그들의 탱크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수의 이라크인들이 동상을 철거하는 것을 돕기 이전에는 수많은 이라크 민간인들을 학살하고 살육과 파괴의 흔적을 이라크 땅에 남겼다.
***독재의 다음은 식민지배**
안타깝게도 독재정치는 식민지배로 대체되고 있다. 해방의 이미지에 속아 넘어가지 말자. 지금의 '해방' 권력이 바로 1980년대 후세인이 수백만의 이라크 국민들을 학살하고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할 때 그를 지원했던 공범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당시 이라크는 군사력을 증강해 이란의 호메이니 정권을 견제하는 또 다른 기능을 담당해야 했기에 이라크 국민들은 해방될 가치가 없었다.
나는 1980년대 초, 럼즈펠드가 이라크 TV에서 이라크 독재자와 악수를 하는 장면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나는 후세인이 쿠루드족을 독가스로 학살하는 동안 아버지 부시와 레이건이 그에게 군사정보와 무기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있다. 최초 후세인을 지원했던 후원자들 없이 후세인 동상이 철거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라크 정부 부처 중 석유부만 약탈을 모면한 이유는?**
지금 환호성을 올리고 있는 이라크 국민들이 없지 않다. 그러나 그것이 미군 탱크 앞에 붉은 융단을 깔아준 것으로 잘못 해석돼선 안된다. 4백50만명에 달하는 바그다드 인구 중 그날 알파두스 광장에 모인 군중들은 몇백명에 불과했다. 이라크 시민들 중 일부가 미군에 대해 호의를 보일지는 몰라도, 바그다드와 이라크 시민의 압도적 다수는 폐허가 된 자신의 생활터전을 지켜보고 있으며 전쟁 때문에 죽었거나 부상당한 사람들의 수를 헤아리고 있다.
후세인 동상이 무너지고 후세인 시대의 종말이 전세계에 고해진 이후에도, 해방자들은 여전히 이라크가 무법천지 속으로 빠져드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다. 권력 공백은 지난 30년간의 독재의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게 했고, 12년간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제재조치로 인한 이라크 사회체계 전반에 걸친 피폐를 드러냈다. 아무런 의심도 않고 미국을 좋게 생각해줬던 이라크 국민들조차도 지금쯤은 마음을 고쳐먹었을 것이다. 이라크 정부 부처 중 시민들에게 약탈되지 않도록 보호받는 유일한 부처가 석유부라는 사실은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전쟁을 시작한 날 부시의 일성은 "유정에 불을 지르지 말라"는 것이었다.
점령권력은 피점령 국가의 국민에 대한 책임을 노골적으로 경시하고 있다. 미국이 현재 묵인하고 있는 혼란과 무정부 상태는 미군의 이라크 장기주둔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 이는 전적으로 미국의 이익에 충실한 새로운 이라크 정부의 출현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라크 잡아먹기**
이것 말고도 또 다른 중요한 사실 하나가 해방의 이미지로 인해 깡그리 지워졌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고 먹이감이 마지막 숨을 멈추기만을 군침을 흘리며 기다리는 하이에나 같은 미국 기업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절대로 잊지 말자. 파괴되고 약탈된 모든 것들은 미국 기업들의 차지가 될 것이며 그 비용은 이라크의 석유로 지불될 것이라는 사실을. 파괴된 것이 많을수록 미국 기업들의 배는 더욱 부르게 된다. 이 전쟁을 "이라크 취득"이라고 칭한 레바논계 미국인 학자 파우드 아자미의 말이 정확했다.
이른바 '해방'의 극적인 장면이 연출된 광장의 이름인 '일피두스(Al-Firdaws)'는 아랍어로 '낙원'이란 뜻이다. 미국의 매파들은 후세인이 축출된 이후의 이라크는 이라크 국민들에게 낙원이 될 것이라고 약속한다. 그러나 미래의 낙원은 이미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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