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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승용차 배출허용기준 완화' 재고하라"

<전문가 의견> 거꾸로 가는 환경정책

최근 국내에서 일고 있는 디젤승용차 배출허용기준 완화 논란과 관련해 미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상일 박사가 글을 보내왔다. 전 박사는 디젤차량이 가솔린차량에 비해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과 인체유해물질인 미세분진의 배출량은 오히려 많다면서, 국내 자동차업계의 이익을 위해 디젤차량의 배출허용기준을 완화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 박사(eandh_gazette@yahoo.com)는 현재 하버드대에 있는 한국인 연구원들과 함께 환경과 건강에 관련된 최신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관련 문제들을 컨설팅하는 인터넷신문 'Environment & Health Gazette(www.eandh.co.kr)'를 발행하고 있다. 편집자

***거꾸로 가는 환경정책**

디젤엔진은 전 세계적으로 트럭, 버스 등의 운송부문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힘이 좋고, 연료 효율이 높으며, 엔진의 내구성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솔린엔진에 비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한다. 즉, 에너지 절약과 지구 온난화 방지 측면에서 가솔린엔진보다 환경친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디젤엔진의 사용에 대하여 조심스러운 이유는 디젤엔진에서 다량 배출되는 두 가지 오염물질,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분진(PM)의 유해성 때문이다.

질소산화물은 최근 심각한 대기오염물질로 자리잡은 광화학 스모그 '오존(O3)'의 전구물질(前驅物質)로서 오존 농도를 높이는 주범이다. 오존농도가 높아지면 천식을 비롯한 각종 호흡기 질환자가 증가하고, 노약자와 어린이는 야외 활동에 제한을 받는다. 건강한 사람도 오존 농도가 높은 날에는 가슴이 답답해지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미세분진은 호흡기계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인이며 심지어 사망률도 높이는 대표적인 대기오염 물질이다. 현재 각국의 환경부는 대기중 미세분진의 농도를 낮추는 것이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세분진은 인체 유해성 측면에서 볼 때 그 양도 중요하지만 크기는 더욱 중요하다. 그런데, 디젤엔진으로부터 배출되는 미세분진은 가솔린엔진에 비해 배출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입자의 크기도 훨씬 작다. 일반적으로 유해하다고 여겨지는 크기(직경 10μm 이하)보다도 훨씬 작은 직경 1μm 이하의 비율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입자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폐속 깊은 곳까지 침투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유해하다. 설상가상으로 이 미세분진 들은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수많은 화학물질을 인체의 폐로 운반시키는 매개체 역할까지 한다.

그래서, 미국의 환경부(2002년)는 기존의 동물실험 결과와 인체 역학(疫學) 자료를 근거로 디젤매연을 장기적 관점에서 인간에게 암(특히 폐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규정해 놓은 상태이다. 이는 일반인도 호흡기를 통해 흡입한 대기중 디젤매연에 의해 암이 발생할 수 있는 충분한 증거가 존재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에 유럽산 디젤승용차 도입을 두고 정부기관과 시민단체, 자동차 업계가 '십인십색'의 목소리를 내다가 결국은 업계의 요구를 들어주는 쪽으로 일단 결론이 난 상태이다. 그렇다면, 업계의 주장은 무엇이었는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우리 나라의 디젤승용차에 대한 배출허용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필자는 미국에서 환경과 건강에 관한 연구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외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우리 나라 정부가 디젤자동차 정책을 올바로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조언을 해 드리고자 한다.

미국 사람들은 디젤자동차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소음이 심하고, 대기를 오염시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디젤자동차의 가격도 일반적으로 가솔린자동차보다 비싸고, 우리와 달리 디젤연료의 가격도 가솔린연료와 같기 때문에 디젤자동차에 대한 유인요소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트럭이나 버스 외에는 디젤자동차가 거의 없다. 미니밴, 스포츠유틸리티(SUV) 등의 RV 차량 들도 대부분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한다.

이에 반해 디젤엔진을 발명했고 현재까지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유럽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디젤매연의 유해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이 문제를 앞으로 기술발전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각종 경제적 유인책을 제시하며 디젤자동차의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디젤연료의 가격이 가솔린보다 싸다. 그 결과 승용차에서도 디젤차량의 비율이 50% 가까이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유럽산 고급 디젤승용차가 등장하면서 미국 자동차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디젤승용차를 거들떠 보지도 않던 미국 소비자의 40%가 '앞으로 디젤승용차의 구입을 고려해 보겠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무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호시탐탐 미국시장을 넘보는 유럽의 디젤자동차 회사는 난처한 입장에 처해 있다. 현재의 최첨단 디젤승용차라고 해도 미국에서 내년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자동차에 대한 배출허용기준(Tier 2)을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발 주자인 미국의 자동차 회사들도 디젤승용차 개발계획을 늦추거나 철회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해 나가고 있고, 일본의 자동차회사는 디젤엔진과 전기자동차가 합쳐진 '디젤-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일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자동차 회사 어느 누구도 디젤승용차의 미국시장 진입을 좀더 수월하게 하기 위해 배출허용기준의 완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배경에는 손쉬운 시장 진입만을 목표로 허용기준 완화를 요구했다가 나중에 대기오염이 문제가 되면 연방기준보다 더 맞추기 힘든,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다는 캘리포니아주의 기준을 도입하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들어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미국 소비자의 환경오염에 대한 강한 의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기준완화 보다는 다각적인 측면(엔진기술, 연료품질, 후처리장치, 촉매장치 등)의 보완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기준을 통과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모습은 무엇인가? 일부 자동차 업계가 통상마찰을 이유로 유럽산 디젤승용차를 도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이 무엇이었는가? 바로 현재의 엄격한 디젤승용차의 배출허용기준을 느슨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주장도 일면 일리가 있어 보인다. 현재의 디젤승용차 배출환경기준은 환경부가 몇 년 전에 과학적 근거가 아닌 일단 외국산 디젤승용차의 수입을 막고 보자는 정치적 이유에 의해 만들어진 세계에서 최고로 엄격한 기준이었다. 그 당시에는 이 기준이 모두에게 이익이었으므로 불평하는 사람도 없었는데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디젤승용차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는 우리 나라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으로 돌변한 것이다. 이에, 일부 자동차 업계는 수출입의 걸림돌인 배출허용기준의 완화를 요구했고, 정부도 이들의 주장을 수용했다.

여기서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다른 나라의 동향을 충분히 참조했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며칠 전(2003년 3월 31일)에 일본정부는 2005년부터 적용 될 디젤승용차에 대한 새로운 배출허용기준을 발표했다. 미국도 2004년부터 적용될 연방기준(Tier 2)을 준비해 놓은 상태다. 이 두 기준은 우리 나라가 현재까지 적용해온, 업계가 허용기준 완화의 구실로 전면에 내세운 현재의 엄격한 환경기준과 대동소이하다(표 참조). 특히, 논란이 되었던 질소산화물과 미세분진의 기준은 더욱 유사하다. 즉, 다른 나라는 디젤자동차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한 기준으로 바꿔가고 있는데, 우리만 거꾸로 기준 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표> 주요 국가의 디젤 승용차 배출허용 기준 (단위 : g/km)

주) a : 디젤자동차와 가솔린자동차 모두에게 적용
b: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자동차 배출허용 기준 중 가장 느슨한 LEV II (low emission vehicle II) 기준
c: 8개 카테고리의 평균값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판매시장은 미국이다. 미국의 소비자는 디젤자동차에 대하여 우호적으로 바뀔 마음의 준비가 되어가고 있다. 만약 우리 나라의 자동차회사가 앞으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시장에도 디젤자동차의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면, 업계가 주장하는 EURO-3 혹은 EURO-4에 맞춘 기술을 가지고 미국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내수 판매용 자동차와 수출용 자동차의 오염물질 배출기준을 다르게 적용하겠다는 것인가? 혹은 그때 가서 우리 나라의 기준을 다시 고치겠다는 것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다.

환경기준은 헌법과 같은 존재이다. 타당한 근거 없이 상업적 목적달성을 위해 그리 쉽게 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러한 행위는 법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국민의 삶의 질과 건강 수준도 떨어뜨린다. 혹자는 당장의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이것은 매우 근시안적인 생각이다.

우리 나라 대도시의 대기오염 수준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에 놓여 있다. 봄철이 되면 중국의 공업화로 인해 중금속이 다량 함유된 황사가 날아와 우리 나라 전역을 뿌연 먼지 덩어리로 만들고 있다. 대기 오염을 한참 개선해도 모자를 판에 대기 오염을 가중시킬 것이 불을 보듯이 뻔한 정책으로 후퇴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정부와 업계는 얼마 안가서 곧 부작용이 드러나게 될 '법 뜯어 고치기'를 선택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기술개발로 승부하겠다는, 모두에게 박수 받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길 바란다. 우리 국민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오히려 이를 기회로 삼아 약진의 발판을 마련해온 수많은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러한 노력이 성공한다면 그 대가는 소비자로부터 과분할 정도의 수요로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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