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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은 세계적 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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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은 세계적 추세

<전문가 기고> 청소년 흡연 방지에도 효과

최근 보건복지부 장관이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 다녀온 뒤, 국산 담배의 가격을 3천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전세계 190여개 국가와 함께 ‘담배규제기본협약(Framework Convention on Tobacco Control)’에 가입한 후 내려진 첫번 째 조치로서, 앞으로 담배에 대한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해 준다.

담배가 인체에서 폐암 등을 유발하는 발암물질이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다. 발암물질에도 유해성의 정도에 따라 등급이 있는데, 미국 국립환경보건연구소(NIEHS)의 분류에 의하면 담배는 벤젠, 석면 등과 함께 그리 많지 않은 ‘확인된(known)’ 인체 발암물질에 속한다.

‘확인된’이란 말의 의미는 발암성을 입증할 만한 충분한 증거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감자 튀김에서 검출된 ‘아크릴아마이드’, 자동차 등에서 배출되는 ‘PAHs’, 목재 등의 방부제로 쓰이는 ‘포름알데히드’, 다이옥신의 일종인 ‘퓨란’, 농약 등에 포함된 ‘PCB’ 등은 모두 발암물질로 분류되긴 하지만, 담배보다 한 수 아래의 발암물질 군에 속한다. 동물실험에서는 명백한 발암성을 보였지만, 인간에서는 아직 확실히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님비(not in my back yard, NIMBY)’ 현상의 대표적 타겟인 소각로 건설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도 소각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다이옥신’이라는 발암물질 때문이다. 그러나, 폭로 수준면에서 볼 때 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흡연자가 들이마시는 다이옥신의 양은 소각로 인근주민이 일상 생활을 통해 대기 중에서 흡입하는 양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다.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대상은 청소년 층일 것이다. 아무래도 빠듯한 호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가격인상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바로 이러한 일이 일어나기를 고대(苦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가 단순히 ‘희망사항’ 만은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있어 이를 여기에 소개한다.

미국의 질병관리센터(CDC)는 올해 초에 발행한 ‘질병 및 사망 보고서’에서 담뱃값이 인상된 후 미국 청소년의 흡연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1995년 36%에 이르던 고교생 흡연률이 2001년에는 25%로 줄었다고 한다. 동 기간 동안 담배 가격은 한 갑 당 평균 1.77달러에서 3.53달러로 인상되었다.

흡연률 감소에 기여한 것은 지속적인 금연 캠페인 등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가격 인상이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법적 흡연 연령을 높이는 조치보다 담배 가격 인상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또 다른 연구도 CDC의 연구결과에 힘을 실어준다.

흡연은 흡연자 자신만의 건강을 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의 건강까지도 앗아간다. 간접흡연으로 인해 미국 텍사스 한 주에서만 3천명의 조기(早期)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한다. 흡연 부모를 둔 집안의 어린이가 감기 및 천식에 더 많이 걸린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임산부가 흡연하면 태아의 성장호르몬 생산이 감소해, 작은 뇌를 가진 아기를 출산할 위험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태어날 아기의 '지능'이 저하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간접흡연의 피해는 우리가 흔히 예상하는 것처럼 호흡기 질환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다. 흡연환경에 자주 노출된 어린이의 충치 발생률이 20% 이상 높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쯤 되면 담배를 개인의 ‘기호품’이라기보다 ‘공공의 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듯 싶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선진국에서는 법으로 흡연을 금지하는 장소의 범위를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술집이나 레스토랑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 분야에까지도 이른다. 흡연은 질병 발생과 생명 단축을 초래하여 막대한 의료비 지출과 노동 생산성 감소의 주범으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1999년에 미국에서 흡연과 관련되어 지출된 비용은 담배 한 갑당 의료비용 3.45달러, 노동 생산성 손실 3.73달러로, 3~5달러 하는 담배 한 값을 피움으로 인해서 7.18달러의 직ㆍ간접 비용이 유발되었다고 한다.

이번 담뱃값 인상 발표가 단순히 세수입 증대를 위해 흡연자의 호주머니를 털어가는 불합리한 결정이라는 볼멘소리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물론 흡연자 입장에서는 당장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부담에 직면하게 될 터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항이 하나 있다. 이번에 우리나라가 가입한 ‘담배규제기본협약’은 선언적 성격이 짙던 기존의 건강관련 협약과는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번 협약은 일단 가입을 했으면 목적 달성을 위해 회원국은 협약의 의무사항을 준수해야 하는 구속력(binding agreement)을 지니고 있다. 물론 이 협약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40개국 이상으로부터 비준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남아 있기는 하다.

준수사항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담배에 대한 광고 및 판촉활동에 대해 광범위한 규제를 실시하고, 담배에 부과되는 세율을 높게 책정하여 흡연에 입문하려는 청소년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정책을 펴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한, 담뱃갑에 새겨진 경고문구의 크기를 더 크게 하여 겉 표지의 30% 이상을 차지하도록 하고,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할 우려가 있는 ‘라이트(light)’나 ‘마일드(mild)’란 용어를 담배 이름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가 전례에 없던 강한 협약을 만들어낸 이유는 더 이상 흡연으로 인한 피해를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담배회사의 압력에 굴복하여 담배판매 규제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취하던 미국 정부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단 가입에 동참했다. 이 협약이 발효되면 자국 내에서의 판매부진을 후진국과 개발도상국가에서의 무차별적 살포로 손실을 만회해 나가던 미국 담배회사의 앞날에도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산 담배의 인상으로 국내 담배 재배 농가도 경제적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국산 담뱃값만 인상하면 양담배 점유율이 증가하는 원치 않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지방세 수입의 감소와 물가인상에 대한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 하기 위한 대책을 사전에 강구해야 한다.

흡연자 중 상당수는 언젠가는 담배를 끊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흡연자 그 누구도 우리 미래의 희망인 청소년 들이 담배 연기 속에서 뿌연 학창시절을 보내길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흡연권’과 ‘혐연권’, 그리고, ‘건강권’과 같은 서로 다른 행복추구권이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가는 정세를 볼 때 승부의 행방을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최근에 우리 나라의 이종욱 박사가 국내 최초로 ‘WHO’라는 거대 국제기구의 차기 사무총장에 당선되었다. 이번 담뱃값 인상방안이 우리나라를 흡연률 선두 국가의 불명예에서 구출하고, WHO를 이끌어 갈 수장을 배출한 건강한 국가로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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