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홍준표, 민주당 추미애, 열린우리당 이부영. 각 당의 간판급 중진들이 지역수성에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전국적 지명도를 강점으로 '인물론'을 내세우는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상대들은 하나같이 참신함을 무기로 '계급장 뗀' 승부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 유권자들은 '이 지역에서 큰 인물 한 번 키워보라'는 거물들의 호소에 다시 한 번 힘을 실어줄 것인가. 각 당의 자존심이 걸린 승부를 가를 표심의 향배에 정가가 주목하고 있다.
*** 동대문을: 한나라당 대표 저격수와 운동권 출신 386 세대의 대결 **
동대문을에서는 한나라당 '대표 저격수' 홍준표 의원이 3선 도전 선상에서 386세대 운동권 출신 열린우리당 허인회 후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허 후보는 2000년 15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에게 3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데 이어 2001년 10월 재보궐 선거에서도 홍 의원에게 3천7백여표 차이로 진 바 있다.
천추의 설욕전에 나선 허 후보 캠프에서는 "탄핵안 가결 후 25%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었다가 지금은 통과 이전과 비슷한 상황으로 돌아왔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허 후보 측 권영태 비서팀장은 "탄핵 이전에도 허 후보가 우세했으니 대세에는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허 후보에게 전폭적 지지를 보이고 있는 20~30대 젊은층의 투표율 높이기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권 팀장은 "조직정치로 대변되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 기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젊은층이 투표하지 않으면 무조건 홍 의원에게 유리하게 된다"며 "허 후보도 유권자를 만나 허인회를 찍어달라기보단 투표장에 가서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의원 측 나경범 비서관은 "홍 의원은 완만하지만 계속 치고 올라가고 있는 국면이고 허 후보는 정체해 있다가 하락하는 국면에 있는 것으로 본다"며 역전승을 주장했다. 나 비서관은 "투표장으로 가는 마지막 순간에 유권자들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후보의 자질문제, 도덕성 문제, 전문성 정책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믿는다"며 전국적 지명도에 기반한 '인물론'에 기대를 걸었다.
같은 맥락에서 홍 의원 측은 선거전략에서도 '인물론'을 적극 부각, "동대문은 이승만, 민관식 등 나라를 위해 헌신한 인물을 키워온 자랑스러운 고장이었다"며 "동대문과 나라를 위해 제대로 일할 큰 인물을 동대문에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허 후보는 동대문이 지난 24년 동안 한나라당에서 국회의원을 내리 한 유일한 지역임을 강조하며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니 새 인물을 뽑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16대 임기막판에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원에 힘입어 전농동,답십리에 뉴타운 유치를 성공한 홍 의원이 "동대문의 대개벽이 시작되고 있다"며 지역 개발을 총선 화두로 삼자, 허 후보측에서는 다시 "뉴타운 지정 내용이 발로 뛰어 마련한 계획이 아니라 지도 위에 자로 죽죽 그어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서는 등 동대문을 선거전은 종반으로 갈수록 접전으로 치닫고 있다.
*** 광진을: 호남에 '올인'한 애당충정, 지역 표심이 알아줄까? **
3선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의 광진을에는 한국청년연합회 초대회장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청년위원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김형주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광진을은 당초 추 의원의 낙승이 예상됐던 지역이었지만, 탄핵역풍이 불자 한때 김 후보가 20%포인트 가까이 앞서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선거 종반에 접어들자 탄핵역풍이 잦아드는 데다가, 추 의원이 3보1배로 재차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는 두 후보간의 접전양상으로 승부를 함부로 예단할 수 없는 상태다.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맡은 추 의원은 광주 3보 1배와 지원유세일정으로 지금까지 정작 자신의 지역구를 두어번 밖에 방문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래서 광진을의 선거전은 주로 '중앙 정치인 추미애'에 대한 평가와 맞물려 있다.
지난 11일 추 의원의 '부재(不在)'와 한나라당 후보의 반대로 민노당 후보와 둘이서 지역 TV 토론회를 해야 했던 김 후보는 "추 의원이 탄핵에 앞장서더니 이젠 지역주의에 몰입하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추 의원을 강도높게 비난했다.
김 후보는 "지역의 대표는 지금 어디에 가 있나. TV에 나오면 찍어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탄핵안을 가결시킨 잘못에 대한 반성도 없이 다른 지역의 유권자를 더 받들어도 광진에서 찍어줘야 하냐"고 반문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할 힘있는 여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김 후보측 허완 팀장은 "추 의원이 전국적인 정치인이니 만큼 탄핵철회는 않고 사과 이벤트만 하는 본질에서 호도된 행태에 대한 광진 주민들의 비판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추미애 의원 캠프 손용우 비서관은 "일부 유권자들의 불만은 어쩔 수 없지만 대부분 선대위원장이기 때문에 지역을 비울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심정을 이해하고 있다"며 중앙 정치에만 매진한다는 김 후보측의 공세를 반박했다. 손 비서관은 또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비난에도 "3보 1배의 중심 메세지는 과거 민주당의 행태를 반성하고 새로운 민주당으로 출발하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행동에는 비난과 반대가 따르기 마련이니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다.
손 비서관은 이어 "선거전 중반이 지나면서 각종 보도에서 추 의원이 우세한 지역으로 분류하고 있고 운동원들도 분위기를 체감하고 있다"며 '3보 1배' 이후 고무적인 캠프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강동갑: 어제의 동지 간 치열한 혈전 **
강동갑에서는 4선에 도전하는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원과 강동구청장을 세번이나 지낸 한나라당 김충환 후보의 맞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이 의원과 김 후보는 서울대 정치학과 동문으로 통합민주당과 한나라당을 함께 거치며 정치행보를 같이 했으나 이 의원이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기면서 경쟁관계로 돌아섰다. 오랜 정치적 동지간의 격돌로 관심을 모았던 이 지역에서 선거전 직전까지는 이 의원이 김 후보를 20%포인트 남짓 여유있게 앞서고 있었지만, 선관위가 양 측 모두를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등 막판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부영 의원측 박덕수 보좌관은 "강동은 전통적으로 개혁성향 지지자 비율이 높았다"며 우세승을 확신했다. 이에 반해, 김 후보 캠프 명현철 부장은 "추격하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추월하고 있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강동이 키운 큰 인물'이라는 이 의원 캠프의 슬로건처럼 이 의원은 "전국적 지명도와 정치적 무게를 갖는 인물만이 우리 앞에 놓인 방대한 사업을 체계적으로 힘있게 수행해낼 수 있다"며 다시 한번 선택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3선하면서 지역 발전에 대해 내걸만한 게 없지 않냐"며 상대의 높은 선수를 역공하고 풍부한 행정경험과 참신함을 무기로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제의 동지에서 오늘의 라이벌로 변한 두 후보 간에는 신경전도 치열하다. 이 의원은 지난 2월말 강동구 주민에게 '야당후보 친형이 10여년전 보안사의 기밀을 누출해 수배된 상태'라는 내용이 담긴 의정보고서를 배포한 혐의로 강동구 선관위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이에 김 후보 측도 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 서울동부지검에 수사가 의뢰된 상태라 양측의 혐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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