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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재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기고> 교육부의 수월성 교육 종합대책을 보고

지난 22일 교육인적자원부는 '수월성 교육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상위 5% 안에 드는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영재교육 정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미국에서 <미주교육신문>을 발행하면서 5% Club이라는 영재클럽을 운영해 온 필자로서는 이번 발표를 기본적으로 환영하면서도, 그 목표의 설정과 방법 등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게 있다.

첫째, 국가 전략 차원에서 영재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기를 당부한다.

소위 세계화의 진전과 중국의 부상으 '재벌 중심의 수출 주도에 기초한 조국근대화'라는 한국의 이전 국가 전략은 의미를 잃었다. 재벌은 망하고, 중산층은 몰락했다. 그 정치적 반영으로 한국을 수십 년간 지배해온 보수 집단의 아성 한나라당도 '마이너리티'로 전락했다. 이제 한국은 '새로운 국가 경제 전략의 수립'을 모색할 때이다. '소득수준 2만 불' 혹은 '한국형 뉴딜'같은 아이디어는 졸속 혹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국가 전략에 대해 특별한 아이디어가 없기는 한국의 진보진영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한국인의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열정'과 '두뇌'를 결합한 비즈니스, 즉, '지적산업' 육성을 국가 전략의 핵심으로 설정할 때라고 본다. 지적산업 부분이라면 한국인의 적성에도 맞고, 경쟁력도 있고, 세계적인 추세에도 맞는다. 하지만 우수한 인력이 없다면 지적산업 육성도 공염불이 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번 '수월성 교육 종합 대책'의 배경으로 '평준화 보완책' 등의 이유를 들었다. 무언가 소극적인 접근이라는 인상을 피할 수가 없다. 오히려 필자는 한국의 영재교육은 '지적산업 육성을 위한 인력 양성'이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본다. 이렇게 목표를 뚜렷이 하면 학생, 학부모, 정책 집행자에게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고, 또 새로운 국가 전략에도 봉사할 수 있다.

둘째, 한국의 영재교육이 리더쉽 교육을 중시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한국에 리더쉽 문화가 부재하다고 생각한다. 그 단적인 증거는 리더쉽이라는 말의 정확한 한국 번역말조차 없다는 것이다. 거꾸로 예를 들어보자. 한국인에게 '효'라는 전통적인 개념이 있다. 하지만 이를 영어로 번역하면 'To respect parents' - 그 의미가 크게 탈색된다. 이런 영문 표현으로는 눈먼 아버지를 위해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청의 절실한 정서를 표현할 길이 없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두 나라의 문화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즉, 미국에는 한국식 '효'라는 문화가 없기 때문에, 그에 근접한 번역이 있을 뿐, 정확한 번역이 불가능한 것이다. 마찬가지다. 리더쉽이란 말을 한국말로 번역하면 '지도자 성품'? 무언가 어색하다. 이런 번역으로는 서구 사회에서 '리더쉽'이라는 말이 갖는 의미나 중요성을 도저히 표현하지 못한다. 한국에 리더쉽 문화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인 것이다. 이런 문화적 한계가 교육에 적용되면, '문제풀이 기계', '저만 아는 영재'를 양성하는 식의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기능올림픽에서 숱한 금메달을 따내는 나라, 수학 올림피아드에서는 국가 규모에 맞지 않게 좋은 성적을 내는 나라가 정작 '커뮤니티 리더쉽'이 유달리 취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필자는 금번 '수월성 교육 종합 대책'에도 역시 리더쉽 양성항목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장차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많은 학생일수록 리더쉽 교육이 필수다. 비판적 사고 능력, 전략적 사고, 설득력 있는 비젼의 제시, 커뮤니티에 대한 봉사, 여러 사람과 함께 일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자세 등이 '미래 지도자'에게 확실히 교육되어야 한다. 미래의 지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에게 지도자 훈련을 시키자.

셋째, 영재로 판정된 아이들에 대한 교육에 머무르지 말고, 보다 많은 학생들의 영재성을 찾아내어 길러주는 교육이 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누구나 영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개발가능성은 무궁무진이라는 말과도 통한다. 하지만 획일적인 기준으로 능력을 평가하는 '교조적인 시스템'에 들어가면 이런 가능성이 점차 사라진다. 특히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그렇다. 멀리 미국에서 한국의 교육 관련 기사를 읽으면 안쓰러울 지경이다. '한국의 학생들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저렇게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당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필자가 볼 때 한국인들의 교육열은 전세계 최고다. 그 증거 중의 하나는 기러기 가족의 존재다. 부부가 생이별하는 고통을 감수하고 수만 명이 단지 교육을 이유로 해외로 떠난다. 이런 교육열을 억제하려 하지 말자. 오히려 한민족의 좋은 자산이라 생각하자. 교육 정책 담당자들이 해야할 일은 이런 교육열을 시대적 추세에 맞게 제대로 유도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시스템이 자기 자녀들의 영재성을 발견하고 개발해준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면, 오히려 교포들도 한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우리의 경쟁 상대 유대인들은 전세계 인구에서 0.2%만을 차지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사람들 중 유대인들의 비율은 20%에 달한다. 다른 민족 평균보다 1백배 이상의 효과를 내는 것이다. 물론 그 비밀은 유대인들의 교육에 있다. 우리가 제대로 된 영재교육을 통해 한국인의 그 놀라운 교육열을 제대로 유도하고 담아낼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유대인들도 상대해볼 만하다고 본다.

넷째, 영재교육을 리드할 정책 결정자/집행자에 대한 특별한 훈련에 힘쓰기 바란다.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영재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가르치는 사람 자체가 영재가 되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영재교육이 힘든 것은 가르치는 사람이 영재가 아니기 때문'일수도 있다. 한때 한국의 신문지상을 장식하던 수많은 천재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면서 영재성을 상실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부모나 선생님이 아이의 천부적인 재능을 제대로 키워주지 못한 것이다.

영재교육에서는 한 학생이 가진 잠재적인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도록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학년보다 어려운 교재나 과정을 제시해 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남보다 일찍 대학에 보낸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 졸업 후 남들과 별다를 것이 없는 직장인이 된다면, 남들보다 몇 년쯤 일찍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영재들의 잠재적인 재능을 Critical 하게 자극하고 끊임없이 개발하려면 교사진 스스로가 이를 지도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영재교육을 담당할 교육진을 충분히 트레이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보자.

다섯째, 학생들의 안목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넓힐 수 있는 계기를 자주 마련하기를 권한다.

도전의식이 높은 사람이 보다 많은 것을 이루어낸다. 글로벌 시대에서는 '한국 제일'이라는 것이 별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거의 모든 시장이 세계를 향해 열려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학생들이 겨뤄야하는 대상은 세계의 학생들이다. 여기서 이겨내려면 경쟁의 대상을 세계로 넓혀야한다. 세계 수준의 각종 경시대회, 또 세계의 주요 대학, 연구소 등을 적극적으로 한국 학생들에게 소개해서, 학생들의 도전을 유도하고 격려해야한다.

여기서 잠깐 LPGA에서 한국의 낭자들이 거두는 그 놀라운 성과를 기억해보자. 만약 한국 여성 골퍼들의 경쟁 대상이 한국에 머물렀다면 이상과 같은 결과가 가능했을까? 세계 수준으로 경쟁을 넓히고, 또 그에 걸맞는 보상을 약속하자 여성 골퍼들의 잠재력이 폭발한 것이다.

한국의 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의 경시대회, 세계 최고의 대학, 세계 최고의 연구소 등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한다면 한국 학생들은 LPGA에서의 성과만큼이나 놀라운 결과를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 학생들의 성적 자체를 글로벌한 기준에서 메기는 것은 어떨까? 미국의 전국 규모 테스트를 한국에서 시행하여 그 석차를 공개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것이다.

필자는 금번 교육인적자원부의 발표가 결과적으로 사교육업자들에게 또 다른 '과외 챈스'를 마련해주는 것으로 귀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또, 이미 과도한 학습에 지쳐있는 한국의 학생들에게 더 무거운 짐을 올려놓는 것으로 귀결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오히려 이번 조치를 통해 전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교육열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유도하여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적 자원을 양성하고, 또 이를 기반으로 한국 특유의 '지적산업'을 육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옥의 티를 지적하고 싶다. 이번에 교육인적자원부는 '수월성'이란 말을 키워드로 썼다. 빼어날 수(秀)에 뛰어넘을 월(越)을 썼으니 무엇인가 '대단하다'는 뜻임을 짐작하겠으나,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단어였다. 궁금해서 찾아본 '새우리말 큰사전'에도, 인터넷으로 찾아본 사전 두 군데에도 없는 단어였다. 사전에 나와있지 않는 단어로 교육인적자원부가 정책을 만들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말을 듣자마자 그 내용을 알아챌 사람이 한국 사람 중 몇 %나 될까? 어떠한 정의가 새로 생기기 위해서는 그 정의를 뒷받침하는 독특한 내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대책의 본문 어디에도 그다지 새롭고 독특한 내용은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별다른 내용도 없는데, 사전에도 없는 단어를 동원하여 정책을 발표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영재교육에서 선생님이 이런 식으로 모호한 개념으로 설명하면, 똑똑한 학생들도 어리둥절해진다.

***필자 소개**

미국명: 케빈 리
1965년생,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20대 후반기 약 20여권의 각종 책을 집필하는 전업 저술가로 활동.
기자 생활(문화일보)을 잠깐 거쳐 중국의 북경대 정치학과 석사과정 수학.
2002년 9월부터 미국 LA에서 교육전문 주간지 <미주교육신문>을 발행하고 있으며 2003년 9월에는 미국의 한인 학생들 중 상위 5% 안에 드는 학생들을 위한 리더쉽 교육 클럽 5% Club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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