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이오대학에서 언론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홍천입니다. 저는 일본에 오기 전,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의 기자로 수년간 일한 바 있습니다.
일본에 있는 사람으로서 독도문제에 대한 한국의 언론보도를 접하면서 복잡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이번 사태로 인해서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현실적 상황에 어떤 변화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또 향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이번 시태를 두고, 다양한 음모설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만, 상대방 즉 일본의 행동을 그 행동의 연속선상에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인터넷과 일본 언론을 통해서 접한 한국의 독도관련 뉴스에 대한 몇가지 느낌을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일본의 정치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불분명한 것을 지적할 수 있습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지방분권의 나라입니다. 명실상부한 중앙집권제가 확립된 것은 메이지유신(1868년) 이후 입니다. 특히 중앙정치는 내각제라는 간접민주주의 제도에 의해서 행해지는 데 반해 지방정치는 직접 선거에 의해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영향력, 특히 지방의회에 대한 중앙정부의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력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여론은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 것은 일본 정부가 이를 사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는 한국 국민의 폭발적 감정분출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적절할지 몰라도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두번째는 이번 조례 책정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나, 영향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는 독도가 한국땅이라고 인정한 적이 없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합니다. 물론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다카노 주한 일본대사의 발언이 있긴 했습니다만, 이번 사태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특히 고이즈미 수상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기자들의 유도성 질문에도 냉정하게 지켜보겠다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즉 사태가 더 커지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일이 일본 우익의 사주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정부내 강경론자들에 의해서 이뤄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무리이며, 국가 법률로써 독도의 날(일본 입장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이 정해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일본 정부의 사주나 개입이 증명되거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근거가 명백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정부와 여당, 언론 등이 일본정부 및 일본을 싸잡아서 비난의 톤을 높이는 것은 비난의 대상을 잘못 선정한 것입니다. 비난의 1차적 대상은 독도조례를 통과시킨 시마네현 의회이지 일본 정부는 아닙니다. 물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주한 일본 대사의 발언도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태를 현미경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네번째는 왜 이 시점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가에 대한 분석이 철저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결과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시마네현은 독도 부근 영해를 둘러싼 조업문제로 이전부터 한국과 많은 마찰을 빚었던 지역입니다. 독도 부근이 양국의 공동수역이 된 뒤에도 시마네현 어부들의 불만은 계속해서 누적되어 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된 일본내 기사들을 살펴 보면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어협을 비롯한 어업관련 이익단체들의 움직임이 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또 시마네현 내의 반응은 어떠한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합니다. 독도의 날 제정은 현지에서도 관심을 끌지 못했던 문제를 한국 언론들이 이를 집중적으로 보도함으로써 국제적인 문제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다섯번째는 한국이 독도를 실제적으로 점유하고 있고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일본 정부도 국내용의 구실이 필요해서 간혹 정치가들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펼칩니다만, 한국에 의한 독도 점유는 사실상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독도 문제는 상대가 인정하느냐 아니냐, 표현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상관없이 현실적으로 이미 한국의 영토이고 사실상 한국의 통치가 지난 50년간 미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점유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독도 영유를 역사적인 기정사실로 인식되게 하는 것이 제일의 상책입니다.
여섯번째는 한국정부가 독도문제에 대한 강경입장을 취함으로써 시마네현 의회의 입장을 전국적으로 부각시킨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의도한 부분에 맞게 한국 정부가 제대로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저는 국민들의 반응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이들에 대해서 강경한 목소리를 내면 낼수록 오히려 일본내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조례를 통과시킨 시마네현 의원들의 목소리를 전국적으로 방송되게 만든 것은 한국 정부의 강경 반응의 여파라고 하겠습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한 한국측의 노력은 오히려 이들이 전국적으로 자기 주장을 퍼트리는 기회를 제공한 것입니다. 또 한국 정부가 일본의 지방자치제(우리의 도의회)의 조례 제정에 대해서 외교적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격이 맞지 않는 일이라도 하겠습니다.
일곱번째 이번 사태를 통해서 오히려 한일 정부간의 우호관계를 더욱 돈독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 내에서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안정시킨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며 이 같은 이념을 공유하고 있는 국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이념의 공유가 있었기 때문에 월드컵 공동 개최도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런 공통된 이념 위에서 양국의 우호관계를 지금보다 더욱더 진전시키는 것이야 말로 한일간 역사문제를 해결하는 절대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 한일 관계가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정보와 인식이 일본인들에게는 부족한 편입니다. 이런 사태로 인해 이들의 눈과 귀를 우리에게서 멀리 하기보다도 더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우리를 이해하고 알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이들의 머리까지도 우리를 향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서 양국관계를 해치는 사람들보다 양국관계의 발전을 바라고 이를 위해서 노력하려는 일본인들의 수를 더욱 늘려야 합니다. 시마네현에서는 두 사람이 반대표를 던졌지만, 다른 곳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는 더 많은 반대표가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면 일본의 극우세력도 다른 곳에서 이번과 같은 일들을 벌일 생각을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에 우호적인 주민들의 반발을 우려해서 이번 같은 생각을 입밖에 내지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여덟번째는 언론 보도에 함께 반응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언론으로서는 여러가지 보도를 하고 자신들의 보도와 주장에 맞는 정부의 대응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또 특정 문제를 핑퐁식으로 보도하면서 문제를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자기들의 주장에 맞게 정부나 정치가들이 행동하거나 동조해 주기를 요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비난을 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언론의 신뢰를 높이고 주장의 신빙성을 확보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같은 언론의 보도 메커니즘이 한일 양국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독자들은 언론이 전하는 일본이 일본의 전체가 아니며, 특파원들이 보는 일본이 일본의 본심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양국의 언론은 양국관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문제로서 작용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화합이나 우호보다는 갈등과 분쟁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언론의 특성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한일 양국이 가지는 지리적 특수성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가 밉다고 이사를 갈 수 있는 이웃이 아닙니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상처와 피해의식이 우리들의 잠재의식 속에 침전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상대방을 몰아 낼 수 있거나, 상대가 싫다고 우리가 이사를 갈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이웃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를 생각해야 될 때가 왔다고 봅니다.
우익인사들의 언동에만 주목하는 것보다는 한일 우호관계를 발전시키려는 사람들의 숫자를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이야 말로, 우익들의 책동을 막는 길이며 한일간 갈등의 재발을 막는 유일하고도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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