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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FTA 추진이 부진한 3가지 이유"

미래전략연구원 '지구촌, 분석과 전망' <30> 한국 FTA정책의 정치경제

***1. 한국의 FTA정책 추진 현황**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11월 대외경제정책조정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자유무역지대(FTA)를 통상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공식 결정하였다.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다자주의 원칙만을 고수하며 지역주의나 양자주의적 통상정책은 일관되게 거부해오던 한국의 대외통상정책 기조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이다. 1998년 첫 협상국가로 칠레를 지명하고 그 후 초기 수년간은(정부의 공식 레벨에서는) 한-칠레 FTA 협상 하나에만 매달렸으나, 2003년 8월 정부 최초의 FTA 추진 로드맵이 확정된 이후로는 여러 국가들을 상대로 한 FTA 체결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소위 '동시다발적' 추진이 한국의 FTA 전략으로 정해진 것이다.

2003년 12월 한일 FTA 논의가 시작된 지 만 5년이 넘은 시점에 이르러 드디어 일본과의 정부간 협상이 개시되었고, 2004년 4월에는 칠레와의 FTA가 발효되었으며, 다음 해인 올 8월에는 싱가포르와의 FTA가 체결되었다. 2005년 9월 현재 한국 정부는 일본 외에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동남아국가연합(ASEAN), 멕시코 등 약 20개 국과 동시에 FTA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거대 경제권과의 양자간 FTA를 체결하는 한편, 한중일 FTA 혹은 동아시아 FTA(EAFTA)도 점진적으로 성사시킴으로써 지역주의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본고의 목적은 위와 같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의 FTA 정책이 누구에 의해 어떠한 과정을 통하여 결정되고 수행되는가를 밝히는 데 있다. 즉 한국의 FTA 정책 결정과정론에 해당한다. 한국의 FTA 정책 결정과정에 어떠한 참여자와 제도가 주요 결정변수로 등장하는지를 짚어봄으로써 앞으로 자세히 다루게 될 한국 FTA 정책 설명의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2. 한국 FTA 정책 결정과정상의 주요 행위자와 제도**

***1) 정부**

2004년 6월 공표된 '자유무역협정체결절차규정(대통령훈령)'에 의하면 한국 정부의 공식 FTA 추진기구는 통상교섭본부장이 위원장이 되고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농림부, 산업자원부, 해양수산부, 국무조정실, 기획예산처, 국정홍보처 등 관계부처 1급 공무원 15명이 위원인 'FTA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이다(<표1> 참조).

<표1> 한국의 FTA 정책 결정과정

추진위원회는 FTA 정책의 기본방향 및 추진전략 수립, 체결대상국 선정, 협상안 작성, FTA 관련 국내대책 등에 대한 심의를 주 업무로 하고 있으며, 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통상교섭조정관이 위원장이 되어 관계부처 국장급으로 구성된 'FTA 실무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에 FTA국이 신설된 것은 2004년 말로서, 이 FTA국은 FTA정책과, FTA지역교섭과, FTA상품교섭과, FTA서비스교섭과 등 네 과로 구성되어 추진위원회 업무의 실무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FTA 추진과정에서 관련 업계 및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청취결과를 FTA 체결과정에 반영하기 위하여 추진위원회 산하에 학계 및 업계 대표 30명으로 구성된 'FTA 민간자문회의'를 설치하였다. 추진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사안은 FTA 추진체계의 최고 의결기관인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결정되는데, 이 회의는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농림부, 산업자원부, 통상교섭본부, 국무조정실장 등의 관계 장관과 대통령 경제수석 등을 위원으로 한다. 특정 국가 또는 지역과의 FTA 협상이 종료된 후에는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의 비준 절차를 통과함으로써 해당 FTA가 발효된다.

한편, 2004년 8월에는 FTA를 비롯한 주요 대외경제정책의 종합적 기획 및 추진전략 수립에 있어서 대통령에 대한 자문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경제자문회의' 산하에 '대외경제위원회'를 설치하였다. 경제부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이 위원회에는 당연직 위원인 관계부처 장관들 외에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한국무역협회 회장,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등의 민간 위원들이 참여하여 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출범 후 지금까지 이 위원회가 한국의 FTA 정책 결정과정에 의미 있는 영향력을 행사한 예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기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최근 국민경제자문회의의 사무처가 강화되면서 이 위원회의 역할에 새로운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사무처의 민간 전문위원들을 중심으로 한국 FTA 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대안제시의 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위원회의 정책제안은 한국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통령을 통하여 바로 정책형성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제도적 이점이 있음을 고려할 때 이 위원회의 향후 역할은 상당하리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2) 이익집단: '반대는 강하나, 지지는 약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의 FTA 정책을 논하면서 사회경제적 이익집단들을 일목요연하게 찬(贊) FTA 집단과 반(反) FTA 집단으로 나눌 수는 없는 일이다. 대상국에 따라 각 이익집단들의 정책 선호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칠레와의 FTA에 대해서는 지지 의사를 밝힌 대기업들도 한일 FTA에 대해서는 대부분 심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반대로 한-칠레 FTA에 대해서는 강하게 저항하던 농민 집단들이 일본과의 FTA 체결에 대해서는 대체로 찬성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노동의 경우도 칠레와 싱가포르에 대해서는 큰 반발을 하지 않았지만 일본과의 FTA 체결에 대해서는 매우 심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결국 FTA를 둘러싼 사회경제적 이익집단들의 정책 선호 위치는, 그리고 그들의 연합과 분열의 패턴은 상대국이 어디냐에 따라 결정되어질 뿐 일반적 설명을 제공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정부의 FTA 정책 수행과 관련 지금까지 나타난 이익집단 행위자들의 뚜렷한 행동 패턴은'반대는 강하나, 지지는 약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정치경제 구조임에 틀림없다. 정부와 찬FTA 연합(pro-FTA coalition)을 맺어 정부의 FTA 추진을 적극 지원하거나 선도해줄 정치적 원군이 사회세력들 사이에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잠재적 수혜 집단이긴 하나 조직되지도 않고 정책정보도 부족한 일반시민 혹은 소비자들의 지지를 동원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결국 한국 정부는 어느 FTA 정책을 추진하든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 저항은 세나 지지는 약한 어려운 상태에 처하게 될 거라는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익집단들의 정책 선호 표출 방법이다. 대부분의 이익집단들은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에 자신들의 이익을 효율적이면서도 합법적으로 전달할 정치 기제를 갖지 못하고 있다. 특히 FTA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국내주의집단들은 대부분 노동, 농민, 중소기업, 도시빈민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인데, 이들은 대기업 등 강자들이 가지고 있는 관료나 정치가들과의 친밀한 사적 관계와 같은 비공식적 채널마저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정책결정과정에의 정치적 접근(political access)을 모색하고자 하는 이익집단들이 주로 택하는 것은 거리에서의 시위, 반정부 집회, 그리고 심지어는 삭발, 분신, 기물이나 질서 파괴 등과 같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수단인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다음 항에서 지적할 한국 정당구도의 후진성과 직접 연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사회경제적 이익집단들의 정책 의사를 체계적으로 대변해주는 것이 정당의 주 임무임은 상식에 속하는 바이나, 한국의 정당들은 그 기초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주지 못하고 있음이 현실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동시다발적 FTA가 자칫 한국의 사회통합을 위기에 몰아넣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정당: '지역이익은 대표하지만 직능이익은 대변하지 않는다'**

한국의 어느 정당이 FTA 정책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의미가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정당구도는 아직도 이념이나 정책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지 못하고 여전히 인물이나 지역에 기반을 둔 전근대적 성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에 기인하는 바 크다. 소선거구 일위대표제 중심의 국회의원 선출 방식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와 결합됨으로써 호남이나 영남 등 특정 지역을 본거지로 하는 소수 지역 정당들이 할거하는 형태의 후진적 정당구도를 창출 지속케 해왔다. 소선거구 일위대표제 하에서는 2위 이하의 득표자에게 던져진 유권자들의 표는 모두 사표가 되므로 자신들의 표가 그렇게 버려질 것을 두려워하는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적은 후보에게는 (설령 그를 선호한다 할지라도) 아예 표를 던지지 않는 소위 '전략적 투표'를 감행한다.

따라서 지역주의와 결합된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지역 내 지명도가 높은 후보자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지역의 거대정당은 매우 유리하게 되는 반면, 지역 기반이 취약하기 마련인 신생 이념 및 정책 정당들의 국회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는 지역할거주의라는 정치시장의 진입장벽을 더욱 공고히 해주는, 따라서 이념 및 정책 중심의 정당 구조화를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 선거제도인 셈이다.

이념이나 정책 기조가 불분명한 지역기반 정당들의 총합인 한국의 정당 구도 하에서 FTA정책에 대한 공식 당론을 결정하여 찬성이나 반대 입장을 일관성 있게 견지해온 정당이 없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한-칠레 FTA의 경우에서도 모든 정당들은 내부적 갈등에 휩싸여 사실상 각 의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했다. 자신들의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거의 모든 농촌 출신 의원들이 체결 반대를 주장했고, 국회비준 과정에서도 정당의 존재는 무의미했다. 여야당의 구별이나 좌우의 차이는 없었고, 즉 변수로서의 정당은 존재하지 않았고, 다만 지역구 농민들의 거센 반대를 의식한 농촌 출신 의원들과 그로부터 자유로운 비농촌 출신 의원들이 있을 뿐이었다.

농민은 그나마 이러한 정당체계 하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이 상당히 보호될 수 있는 이익집단에 속한다.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계층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못한 노동이나 중소기업 등과 같은 직능 기반형 이익집단들은 현재의 정당구도가 이념 및 정책 중심으로 구조화되지 않는 한 자신들의 이익을 체계적으로 대변해줄 정치적 대리인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2004년의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제도권에 진입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긴 하나, 지금의 비례대표의석 비중으로는 더 이상의 의미 있는 약진을 기대할 수 없고, 따라서 노동이나 영세상공인들의 이익이 효율적으로 대변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결국 선거제도의 부적합성과 그로 인한 정당구도의 후진성이 사회경제 집단들의 이익 표출 방법을 불법적이고 과격하게 몰아간다는 것이다. 위 <표1>에서 이익집단들이 정당을 통하여 자신들의 정책선호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시킨다는 도식은 사실 매우 제한된 경우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국 FTA 정책의 순조로움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대목이기도 하다.

***4) 국회: '여소야대로 행정부권력이 취약하다'**

정당의 이익 집약 기능이 부실한 만큼 한국 국회의 정책 역할 역시 그러하다고 볼 수 있다. 공익과 국익을 중심에 놓고 건전한 정책 게임이 벌어지기보다는 더 많은 경우에 지역구의 정치 고객과 정당 보스의 사적 이익 극대화를 위한 정쟁과 투쟁의 장이었음이 현실이다. 이것 역시 지역주의와 결합된 한국의 소선거구 중심 제도와 그로인한 정당의 비구조화 상태가 낳은 불행이라 할 것이다.

또 하나 우려되는 것은 한국의 현 정치제도 하에서는 국회의 권력 과다 현상, 즉 여소야대로 인한 대통령의 '정당권력(partisan power)' 부족 현상이 문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의 정당구도는 계속 다정당체계를 유지해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 예상된다.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는 양대 정당체계를 낳는다는 뒤베르제의 법칙을 깨고 한국에서는 유신정권기간 등과 같은 특수상황 하를 제외하고는 줄곧 다정당체계가 유지되어 왔는데, 이는 한국정치의 특수 변수인 지역할거주의와 인물중심주의의 영향력이 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기한 대로, 소선거구 일위대표제는 한국의 독특한 지역주의와 조우하여 지역에 기반한 정당들에게 유리하게 운영되는, 따라서 지금과 같은 지역중심 다당제의 유지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선거제도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다당제가 대통령제와 결합될 경우 전형적인 정치 제도의 부조화 문제가 일어난다. 한 마디로, 둘의 만남은 "곤란한 결합(difficult combination)"인 것이다. 이것은 이원적 민주 정통성 때문만이 아니라, 다정당체계 하에서 여소야대 현상은 오히려 정상상태이며, 따라서 행정부(대통령)가 정당권력을 확보하기란 구조적으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행정부와 입법부의 갈등과 교착상태로 인하여 정부의 정책수행능력에 제동이 걸리기 십상이다. 요는, 바로 이러한 제도의 부조화 문제로 인하여 한국 정부가 현재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FTA 확산 정책은 난항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3. 요약: 사회적 지지 확보 긴요**

현재 한국의 통상교섭본부는 FTA 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다른 어느 나라의 경우보다 과감하고 신속하게 FTA 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그러나 FTA 추진기구의 정책 수행이 순조롭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애국심과 열정 외에도 다른 여러 조건들의 충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지지와 이해, 그리고 협조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국의 현 정치제도는 그러한 일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우선 관련 이익집단들과의 원활한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도울 수 있는 정치 기제가 미흡하다. 한국의 정당들은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사회 이익 대변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부족하다. 이는 한국적 정치 풍토에 적합하지 않은 선거제도에 기인한 바 크다.

이 상황에서 한국의 이익집단들, 특히 사회경제적 약자들로 구성된 집단들이 택할 수 있는 압력 행사 수단은 불법적, 폭력적, 물리적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한국 사회의 혼란과 정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으로 상존함은 물론이다. 만일 한국 정부가 세계화 압력에 공세적으로 대응하기를 원하는 대기업과 일부 관료들로 형성된 국제주의집단의 요구에 경도되어 FTA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갈 경우, 이 잠재적 위험은 바로 현실화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물론 정치제도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겠으나, 중단기적으로는 적어도 뒤에 상세하게 논할 'FTA의 사전 조치들(pre-FTA measures)'이 충분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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