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 협약)이 지난 17일(프랑스 파리 현지시간) 33차 유네스코 총회 문화분과위원회를 통과한 데 이어 20일 유네스코 총회 본회의에 상정되어 회원국의 압도적인 지지로 공식 채택되었다.
***"각국의 문화정책 수립 권리를 국제법으로 보장"**
협약은 154개국이 참가한 투표에서 찬성 148개국, 반대 2개국(미국, 이스라엘), 기권 4개국(호주, 라이베리아, 온두라스, 니카라과)의 결과로 통과되었다. 이로써 인류 문화사의 일대 전기점이 마련된 것이다. 협약의 채택은 크게 세 가지 의의를 갖는다.
첫째, 각국의 문화정책 수립 권리를 국제법으로 보장한 것이다. 문화정책 수립의 권리는 분명한 주권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어온 세계무역기구(WTO), 자유무역협정(FTA) 등 국제통상협정들로 인해 주권국의 권리를 포기할 것을 강요받아왔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문화정책 수립의 주권을 국제법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데서 가장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둘째, 일반 상품과 구별되는 문화상품과 문화서비스의 독특한 성격을 인정한 것이다. 국제통상협정들은 문화상품과 문화서비스를 일반 상품과 똑같은 범주에서 다루어왔다. 이로 인해 시장방임의 논리만이 강요되어 심각한 독점과 문화획일화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일반 상품과 구별되는 문화상품의 독특한 특성, 즉 각 공동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창작물이라는 특성을 국제법으로 확인하고 있다.
셋째, 문화교류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쟁의 해결절차를 명시한 것이다. 지금까지 문화분야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된 원칙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분쟁이 국제법적인 원칙과 절차에 의하지 않고 일방적인 힘의 논리에 좌우되어 온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협약의 채택으로 인해 시장의 논리가 아닌 문화의 논리로 이 분야의 분쟁을 해결할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협약, 발효될 때까지의 과정 더 남았다"**
이번 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채택된 문화다양성 협약은 향후 최소 30개국 이상의 비준을 거치면 국제법적인 효력을 가지게 된다. 우리나라의 문화단체들이 소속되어 있는 국제문화 NGO그룹들은 34차 유네스코 총회가 열리는 2007년 10월 이전에 30개국 이상의 비준을 마치고 '국가간 위원회'등 협약 발효에 따른 기구를 구성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이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문화다양성 협약 저지를 위해 지난 2003년, 탈퇴 19년만에 유네스코에 재가입한 미국이 향후 협약이 자리 잡아가는 과정에서 어떤 공세를 펼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유네스코 총회에서의 압도적 표결 결과는 지금까지 국제통상협정들의 무차별적인 시장논리가 얼마나 개별 공동체의 문화정체성과 인류의 문화다양성을 위협해왔고, 이로 인해 국제사회가 얼마나 문화다양성 협약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껴왔는지를 웅변한다.
***스크린쿼터 지켜온 영화인으로서 소망**
지금까지 스크린쿼터라는 문화정책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우리 영화인의 입장에서도 미국의 일방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해 국제사회가 엄중한 경종을 울린 듯한 이번의 표결 결과가 한편에서는 후련함을, 다른 한편에서는 우리나라가 혼자만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게 한다.
부디 문화다양성 협약이 하나의 문화가 다른 모든 문화를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평화롭게 공존하며 교류하는 세상을 만드는 초석이 되기를 바래본다. 그런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문화다양성 협약'을 대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이다.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우리 정부가 협약에 대해서는 지지를 했지만 표결 후에 협약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한다.
아무리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되었다고 해도 우리가 이 협약이 강력한 국제법으로 자리잡는 데 동참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협약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제라도 태도를 달리해 문화다양성 협약의 완성을 국제사회에서 주도해나가며 '문화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