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아펙, 너 좋은 거였구나"…부산시민들 反아펙을 만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아펙, 너 좋은 거였구나"…부산시민들 反아펙을 만나다

[아펙 스케치] 전경들도 컵라면으로 식사 때우며 고생

18일 아펙 정상회의와 '아펙반대 부시반대 국민대회'가 동시에 열렸다. 아펙의 공식 행사는 살벌한 경호 속에 시민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열렸지만, 국민대회는 시민들 누구나 지켜볼 수 있는 거리에서 진행됐다.

***늦잠도 자고, 좋은 구경도 하고…"아펙, 너 좋은 거였구나!"**

○…18일 반아펙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수영구 일대. 삼삼오오 나와 시위를 구경하던 부산 시민들은 반감보다는 호기심을 내비쳤다.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의 문예공연을 보던 망미동의 한 주민은 "아펙인지 에이펙인지 한다 캐도 불꽃놀이나 봤지 머가 우째 돌아가는 일인지 몰랐는데 오늘 좋은 구경 하네예"라는 소감을 말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아펙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교통통제와 검문검색에 시달렸던 부산 시민들은 18일 임시공휴일을 맞아 모처럼 늦잠을 잘 수 있게 되자 "아펙 너 좋은 거였구나!"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다만, 아펙반대 국민대회에 참가한 여성들은 어린이집이 쉬는 바람에 아이를 맡길 곳을 찾아야 했다.

○…부산 명물 중 하나는 특유의 사투리. '부시 죽이러 가자"는 살벌한 구호가 "우리가 단결해가 부시 쥑이삐자!"로 바뀌자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전국에서 온 사람들이 쏟아내는 다양한 타지 사투리가 재미있는 것은 부산 시민들도 마찬가지. "아줌마, 밥 조금만 주세요." 한 여성의 '서울 사투리'를 간파한 식당 주인은 "부산 아가씨들은 억수로 마이 먹는데예"라고 받아쳤다.

***"자이툰 파병연장은 미국 반전여론 잠재우려는 부시의 의도"**

○…아펙 정상회의와 아펙반대 국민대회로 전 국민의 시선이 부산에 집중된 18일 오후 서울에서 국방부는 자이툰 부대를 1000명 감축하는 대신 파병연장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한 국민대회 참가자는 "부시가 이라크에 파병된 타국 군대의 주둔 연장을 통해 미국 내 반전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라며 " 파병연장 동의안을 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민대회 행사장의 한쪽 구석에서는 한국, 미국, 호주가 주축이 된 '청정 개발 및 기후에 관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십'의 해체를 촉구하는 환경운동연합의 이색적인 퍼포먼스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미국이 중심이 돼 지난 7월 구성된 이 파트너십은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 할당하는 교토의정서와는 달리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을 강조하고 있어서 논란이 돼 왔다. 환경연합 이성근 사무처장은 "이 협약은 미국과 호주의 교토의정서 탈퇴를 정당화하고 온실가스 감축을 피하려는 '꼼수'일 뿐"이라며 한국의 탈퇴를 촉구했다.

***머리 희끗희끗한 일본 참가단 이채**

○…아펙 정상회의나 마찬가지로 반아펙 행사도 국제적인 면모를 보였다. 특히 중노년층이 대다수인 일본 참가단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18일 오후 모두가 미리 준비해 온 동시통역기를 들고 노동자대회에 참가해 다른 나라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68년 전공투 세대'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일본 참가자는 "최근 우리(일본) 사회가 심하게 우경화된 탓에 자꾸 다른 나라의 활동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고 자조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경찰, 컵라면 먹고 물대포 쏘고***

○…각지에서 모여든 시위대만큼이나 경찰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전국에서 집결한 3만5000명의 경찰들은 추운 날씨에 열악한 음식을 먹으며 고생해야 했다. 차갑게 식은 도시락이나 컵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전경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각국 정상들이 묵는 호텔이 늘어선 해운대에서 만난 한 경찰은 "서울에서 우리를 여기로 보내면서 달랑 10만 원씩 주고 그 돈으로 KTX 요금이랑 식사까지 해결하라고 했다"며 "이게 말이 되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18일 오후 4시 경 벡스코와 가까운 수영2교 입구. 컨테이너 박스에 살수차까지 준비한 경찰이 도로를 막고 서 있었다.

갑자기 한 여경의 친절한 목소리가 마이크로 흘러나왔다. "앞의 질서유지선을 침범할 경우 살수차량으로 살수하겠습니다." 그녀는 "여러분들은 현재 얼굴 하나하나 자세히 촬영되고 있습니다. 불법행위 시 추후 처벌이 가능합니다. 이 점을 미리 알려드리는 바입니다"라고 상냥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같은 경고가 두세 번 반복되었을까, 갑자기 경찰이 물대포를 쐈다. 그러나 그곳에는 기자들만 서 있다가 찬물에 흠뻑 젖었고, 정작 시위대는 400여 미터 뒤에 멀찌감치 서 있어 물대포의 사정권을 훨씬 벗어나 있었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