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태풍〉이 드림웍스의 배급망을 타고 미 전역에 개봉된다.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배급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 영화의 국내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와 미국측 드림웍스 간에는 이미 '큰 틀'의 그림이 그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드림웍스는 현재 또 다른 메이저 배급사인 파라마운트에 인수된 상태여서 〈태풍〉이 최종적으로 드림웍스의 이름으로 배급될지 아니면 파라마운트의 이름으로 배급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그 어느 쪽으로든 우리영화가 메이저 배급사에 의해 미국에 본격 개봉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태풍〉은 지난 15일 전국 540여 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첫 주말 국내 영화사상 초유의 기록인 180만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배급사인 CJ측과 제작사인 진인사필름 측의 계산법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어쨌든 150~180억원 사이로 이것 역시 국내영화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BEP(손익분기점)는 관객 550만 정도. 영화사측에서는 일단 이 수치는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그동안 평단으로부터 좋은 반응들이 없어 속상했을 텐데 할리우드에서 좋은 소식이 있어 조금 보상이 됐겠다. 평론쪽과는 달리 일반관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으로 알고 있다. 일단 오프닝 스코어가 그걸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홍경표 촬영감독이 그러더라. 이런저런 얘기들 크게 신경쓰지 말자고. 이번 영화 같은 거, 당신이나 자기 같은 사람 아니었으면 누가 만들었겠느냐고. 대한민국 영화가 여기까지 왔다는 걸 보여주지 않았느냐고. 순수한 필름메이커 입장에서 볼 때 홍 감독의 얘기가 맞다고 느꼈다.
- 맞다. 순수 영화제작의 측면에서 이 영화는 가공할 만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고흥에 있는 항공우주연구원에 있는 비행선 실험동에서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신을 찍었다. 사람들은 할리우드 기술진이 지원을 나왔거나 아니면 그쪽 스텝들을 상당수 채용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에, 이번 일은 순수하게 국내 기술진들이 해냈다. 그걸 고집하기도 했다. 그래야만이 우리에게 매뉴얼이 남을 테니까. 자꾸 안에서 기술을 쌓아야 그게 남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이번 특수효과는 다른 영화에서 본 것, 기술에 관한 텍스트 교과서, 상상력 등등을 토대로 우리가 직접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만들어 낸 것이다. 거기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 바로 그런 점을 보고 할리우드가 배급을 생각했을 거다. 맞다. 그쪽에 50분짜리 프로모션 테이프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고, 몇몇 장면을 보고 나서 바로 결정이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 내 생각엔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영화 속 해양 신 같은 건, 자기네들만이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 영화에서 자기네와 같은 퀄리티의 블록버스터가 나왔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퀄리티는 기술적인 부분을 말하는 것이다.
- 기술적인 퀄리티는 당신 말처럼 매우 뛰어나지만 다른 부분에서는 2% 부족했다는 평가다. 알고 있다. 돌이켜 보면 전체 드라마 구성의 밸런스를 맞추는데 실패한 감이 있다. 전체 배경이 되는 이야기, 각 인물들간의 이야기의 호흡이 불균질했던 것 같다.
- 영화를 다 보고나면 전체 러닝타임인 2시간 정도보다 처음엔 훨씬 길게 편집이 됐다가 뭉텅이로 들어낸 느낌이 든다. 아닌데? 그렇게 많이 들어내지 않았다. 그런 얘기를 종종 듣는데 사람들은 주인공 씬의 개인사, 누나 최명주와 겪었던 일 등등이 더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오히려 들어낸 것은 액션 신 쪽이었다.
- 근데 오히려 바로 그 부분, 신이 누나와 재회해서 절규하는 장면이 관객들의 감정을 가장 많이 끌어 올리는 부분이었다. 신파를 조금 더 밀어붙였어야 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음 근데… 그 부분은 처음부터 그렇게까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하고싶었던 얘기는 남매간의 슬픈 얘기보다는 그런 슬픔의 이유가 어디 있었느냐,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 자체에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런 부분에서 당신의 얘기와 내 생각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 당신의 영화대사는 간결하면서도 적확하다는 평가다. 이번 영화는 너무 전형적인 대사가 많았다. 예를 들어서 어떤 거?….
- 강세종(이정재)가 작전에 투입되기 직전 국정원 간부에게 하는 말.. 조국을 위해 일하려는 사람한테 돈 얘기는 하지 마십시오라고 했던가 뭐 그런 거.. 그건 의도적으로 그랬다. 특히 강세종 캐릭터에서는 더 그랬는데, 그 부분에 대해 솔직히 얘기해도 되나?
- 얼마든지. 그거… 미국쪽 시장 겨냥한 것이었다. 전형적인 군인의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대사 역시 진부할수록 거기에 맞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베이의 〈더 록〉에서 나오는 아주 티피컬한 군인들 모습마냥.
-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천 만 관객 얘기를 했었다. 부담스러웠겠다. 음…이것도 솔직히 얘기해도 되나?
- 얼마든지라니까. 한국에서 천 만 관객은… 솔직히… 배급과 마케팅의 힘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국내에서 천 만 관객을 모으느니 마느니 하는 일은 이제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외국에 보여주는 일이다. 한국영화가 지금 어디까지 왔고,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를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이 이번 영화에 내용적으로 단점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점에서는 이 영화가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내가 결국 해냈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할리우드조차 물에서 찍는 영화라면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한다. 그만큼 기술적으로 어려우니까. 근데 우리는 그걸 해냈다. 질적인 측면에서 세계의 메인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었다고 본다.
- 미국엔 언제 가나? 내년 4월에 일본 배급이 예정돼 있는데 그 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판을 위해 편집을 조금 더 손볼 생각이다.
- 이마의 상처가 꽤 깊어 보인다. 50바늘 꿰맸다.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얻게 된 영광의 상처다. 술먹고 그런 거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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