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밤`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낭보가 중국 베이징으로부터 날아왔다. 우리로서는 남한의 중재가 아닌 중국의 중재에 의해서라는 점에서 서운한 면도 없지 않지만 북핵문제의 국제적 성격에 비추어 아쉬움은 뒤로 접어두고 환영과 함께 6자회담의 성공을 빌어야 할 것 같다.
일부 전문가 집단들은 10월 9일 북한 핵실험 직후부터 핵실험이 한반도의 위기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한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이미 내놓았다.
따라서 금번 3자회동을 통한 6자회담 재개 발표가 전혀 뜻밖의 일은 아니다. 북한은 늘상 위기를 최고조로 높인 후에 대타협을 시도하는 전술을 구사해 왔기 때문이다. 소위 `치고 껴안기(hit and clinch)` 전술이다.
북한이 부시 행정부가 11월 7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으로부터 대북 핵정책 실패라는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그리고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6자회담 복귀에 합의한 이유가 무엇인가를 분석해 본다.
첫째, 북한은 내부적으로 다음과 같은 목표가 달성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핵실험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통 큰` 지도자라는 것이 입증되었고, 각종 군중집회를 통해 위상이 충분히 제고되었다. 경제난의 원인이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때문이라는 선전효과도 일정정도 달성되었고, 흐트러진 주민통합도 다시 회복되었다. 3~4세대 중심의 대미 강경세력들의 입지도 강화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북한 당국은 대북 경제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북한 주민들이 1995~97년까지 시행된 '고난의 행군` 시기 때처럼 참고 견디기는 힘들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북한 식량난에 대해 남한,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와 NGO들이 식량지원에 앞장섰으나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인데다 주민들이 `장사의 맛`과 `돈 맛`을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제2의 고난의 행군`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둘째, 국제 환경이 북한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10월 14일 UN안보리 제재가 15개국 만장일치로 채택되었고, 여기에는 자신의 우방인 중국·러시아까지 동참했다. 이후 미국의 PSI 결행 등 대북 경제제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일관된 목소리가 점점 더 커져, `제2의 핵실험`을 통해 이를 제어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나 크다. 따라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더 심해지기 전에 상황을 반전시킬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물론 한편으로는 이제 미국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했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더욱 당당한 입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실질적인 지원세력인 남한·중국·러시아의 6자회담 복귀 압력을 마냥 무시하는 것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생명줄인 중국의 중재를 무시하기에는 북한 경제의 대중 의존도가 너무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매우 중요한 것은 미국이 '6자회담틀 내에서의 양자회담 및 금융제재 해제 논의'를 약속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관련 북한 외무성은 11월 1일 외무성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어 "우리는 6자회담 틀 안에서 조·미 사이에 금융제재 해제문제를 논의·해결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중간 선거를 앞두고 기왕이면 부시 정부를 유리하게 해줌으로써 부시 정부로 부터 보다 많은 양보를 획득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셋째, 남한과의 관계에서는 '민족공조' 차원에서나 실질적인 차원에서 더 이상 남한을 곤경에 빠뜨려서는 안된다는 판단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남한에서는 북핵실험은 물론 '간첩사건'까지 터져 대북 포용정책이 사활적 기로에 서 있는 상태이고, 이로 인해 남북관계는 6·15공동선언 이전상태로 회귀할 가능성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북한의 '통전'에 결정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아울러 지난 7월 5일 미사일 발사 이후 남한의 식량 및 비료 지원이 중지된 것은 겨울을 앞두고 식량난을 가중시켜 북한 주민들의 불만을 배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2000년 이후 어느 정도 북한경제가 회복단계에 있었고, 그 배경에는 남한의 대북 지원이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때에 남한의 대북 식량 지원 중지는 주민들의 정치적 불만까지도 야기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그렇다면 향후 6자회담은 어떻게 될 것인가? 6자회담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에는 우선 미국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시 정부는 일관되게 북핵해결을 위해서는 '김정일 정권 교체'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도 결국 제재를 통한 내부폭발(implosion) 유도를 위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핵실험 등 초강수를 통해 이를 제지하려 했던 것이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미국의 김정일 정권 안전보장이 없이는 북핵문제 해결은 요원한 일이다.
당연한 예상이지만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해제 여부를 타진할 것이고, 그 결과를 미국의 김정일 정권 인정 여부로 연결시킬 것이다. 물론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자임하면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더욱 강하게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입장이 변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북핵 폐기가 되지 않으면 6자회담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대북 제재를 지속할 것이라는 강경발언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하여 "부시 대통령 테이블 위에는 아직도 모든 옵션이 올려져 있다"는 발언도 함께 흘러 나오고 있다.
따라서 비록 6자회담을 통해 미국이 BDA에 대한 제재의 일부를 해제하더라도 '선 북핵폐기' 및 '김정일 정권 인정'이라는 양국의 근본적인 주장이 해결되거나 완화되지 않는 한 6자회담의 공전은 불가피할 것이다.
부시 정부는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통해 11월 7일 중간선거를 유리하게 이끌려 했을 것이고, 만일 북한이 미국의 강경정책을 이유로 6자회담장 밖으로 뛰쳐나간다면 UN안보리를 통해 더욱 강한 제재를 하면서 모든 책임을 북한에게 넘기면 되는 것이다. 미국으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동맹'과 '동족'을 모두 아우러야 할 우리로서는 북미 간 대타협이 이루어져 6자회담이 성공하기만을 기원해야 할 처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부터 우리는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발언이나 행동을 해야 할 것이다. 만일 금번 6자회담이 서로의 양보없이 실패로 끝날 경우 한반도에는 더욱 엄혹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 발생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본 기고문은 통일연구원 홈페이지(www.kinu.or.kr)의 논평 코너인 '온라인 시리즈'에 1일 게재된 것으로 통일연구원측과 필자 전현준 박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연구학회장)의 양해를 얻어 전재한다.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