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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을 말한다! - 서울대

창의적인 논술의 기초는 자유로운 사고, 정답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기

서울대학교의 논술에서는 교과서를 기초로 하여 학생들에게 친숙하지만 다각도의 깊이 있는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를 출제하고 있다.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이라는 2006학년도 정시모집 논술 주제 역시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그리 낯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공유지의 비극, 시장 경제와 국가의 개입, 국제 경쟁과 신자유주의, 공동체, 사회복지, 생태와 환경 등 이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영역을 사회 교과를 비롯한 여러 교과에서 다루고 있기도 하거니와 논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충분히 생각해 볼만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2006학년도 정시모집의 논술 문항은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경쟁자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경쟁 양상에 대한 세 가지 사례와, 경쟁과 자유에 관하여 다양한 입장을 보여주는 일곱 개의 제시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은 1) 세 가지 사례는 경쟁상황을 어떻게 유형화하는가, 2) 제시문에 나타난 자유와 경쟁의 의미, 자유와 경쟁의 제한이 정당화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염두에 두고 논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파악한 뒤,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논증하여야 한다.

채점의 주안점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사고력이다. 주장 자체의 옳고 그름이나, 참고자료로 제시되었던 여러 원전을 사전에 읽었는지 여부는 채점에 별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런데 답안을 채점한 결과 서울, 광역시, 시, 군의 지역별로 점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무시할만한 차이지만 시·군 지역 학생들의 점수가 서울이나 광역시 학생보다 높았다. 이는 사교육의 혜택을 많이 받았을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이나 대도시 학생들이 지방 학생에 비해 논술 점수가 더 높을 것이라는 기존의 관념을 뒤집는 것이기에 더욱 주목할만한 결과였다.

지역 차이가 없다는 점이 긍정적인 측면이라면, 우려할 만한 부정적인 측면은 논술고사가 사지선다형처럼 정답을 찾는 시험으로 학생들에게 받아들여짐에 따라 획일적인 답안이 양산된다는 데 있다. 대부분의 답안은 '경쟁의 기회가 누구에게나 주어지고 그 과정이 공정해야 결과의 정당성을 갖는다'라는 기계적인 '정답'을 찾아내면서 끝을 맺는다.

그렇다면 서울대학교는 이 정답을 묻기 위해 학생들에게 2,500자나 쓰라고 요구했을까. 학생들의 정답은 마치 '범죄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법을 준수하며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고 답하는 것과 유사하다. '경쟁의 공정성과 경쟁 결과의 정당성'이란 논제에는 학생들이 찾아낸 정답이 이미 함축되어 있다.

결국 논제의 핵심은 이 정답이 과연 정당한지 반성적으로 성찰하는 것, 다시 말하면 이 정답을 정당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와 조건은 무엇인지, 그리고 현실에서는 어떤 문제점을 안고 있는지 등 다양하게 파생될 수 있는 질문에 대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생들에게 기대하는 창의적 사고는 정답을 찾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흔히 생각할 수 있는 정답에 대한 비판적 사고에서 발현된다. 서울대학교가 익숙한 논제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많은 답안이 '현대 사회는 무한경쟁 사회'라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국가의 역할과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면서 거의 같은 결론으로 끝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입학시험으로서의 논술을 준비하는 현재의 방식이 획일적인 답안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요인일 것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이 끝난 뒤 서너 주 동안 사교육을 통해 논술 교육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고등학교에서 논술 교육을 받지 않아서 학생 스스로 배경 지식도 없고 글쓰기에 대한 경험도 부족하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기출문제를 보면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어 결국 사교육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학원에서는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고전 요약본이나 주요 개념 혹은 문구에 대한 강의를 통해 배경 지식을 급조한 뒤, 주어진 주제에 대해 글을 쓰게 하고 첨삭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더구나 첨삭의 기본이 학생의 자유로운 사고를 존중하면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첨삭 과정을 거치면서 자유로운 사고는 제한되고 개성적인 답안은 미리 만들어진 모범답안으로 수렴된다.

이렇게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력을 일정한 유형으로 획일화시키고 수십 개의 모범답안을 암기하는 주입식 교육을 받다 보면, 논술은 어느새 사고력이 아닌 암기력에 의존하는 시험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결과 최하위 점수를 간신히 벗어난 점수를 받는다. 논술은 결코 단기간에 완성되는 암기 과목이 아니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도 정형화된 틀에 따라 구성된 획일적인 내용의 답안으로는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대학이 논술을 실시하는 이유는 단순히 학생을 변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과 지식의 단순 반복학습과 암기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탐구하는 자기주도적 학습능력과 독서·토론을 통한 사고력을 배양하기 위함이다.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지만, 고등학교 교과서를 기본 교재로 하여 내용을 단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교과서가 다루는 주제와 관련된 독서가 병행하면 다양한 시각과 깊이 있는 사고력을 배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윤리 교과서에서 인간의 본성이 선한가 혹은 악한가에 대해 배웠다면 교과서의 내용에 기초하여 각각의 주장에 대해 비판해 볼 수도 있고, 본성과 행위는 무엇 때문에 괴리될 수도 있는지, 인간이 모인 사회와 동물의 세계에서는 선악이 어떻게 나타나는지, 선악의 판단 기준은 절대적인지, 분쟁은 어떻게 해결하고 그 모순은 무엇인지 등, 교과서에서 배운 하나의 주제를 출발점으로 하여 꼬리를 문 질문들을 함으로써 사고의 폭과 깊이를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버스나 지하철에서 경로석을 보았다면 왜 경로석이 필요한지, 현대에도 전통적인 윤리는 가치가 있는지 등,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당연한 현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여러 방향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쳐보는 것도 사고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고력은 타인이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키워가는 것이다.

논술에서 평가하는 창의적 사고력의 중요성은 대학에 들어올 때보다 대학 생활과 그 이후에 훨씬 커진다. 창의적인 논술은 자유로운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그렇기 때문에 논술의 기본은 자유로운 생각이다. 서울대학교는 학생들에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니?'가 아니라 '너 자신은 어떻게 생각하니?'를 묻고 있다.
김경범 연구교수
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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