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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는 모조리 미국에서 짐 싸야 하나?"

개인의 죄가 소수민족 전체의 것이 되는 미국 사회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의 범인이 한국 교포로 밝혀짐에 따라 미국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들이 보복표적이 될까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2001년 9.11 테러 직후 아랍계에게 표출됐던 반감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 내 한인사회로 번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불안이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그러나 개인적인 동기에 따른 한 사람의 범행으로 인해 그가 속한 집단 전체가 범죄인 취급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범인이 백인일 경우에는 '개인적인 일'로 여겨지는 반면 소수 민족 출신일 경우에는 그 민족 전체가 오명을 뒤집어 쓰는 미국의 분위기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베트남계 미국인 앤드류 램은 미국 내 소수인종뉴스 웹사이트인 <뉴 아메리카 미디어>에 미국 사회의 이같은 문제점을 꼬집으며 "한국인이 아닌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램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인 한국인 친구의 이야기를 전해 눈길을 끈다. 그 변호사는 "(한국인들이 미국사회의) 모범적인 소수자 집단이 될 수 있다는 목표는 이제 조용히 사라지게 됐다"고 체념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는 것이다. <편집자>

▲ 추모식에 참석한 버지니아 공대 학생들. 여러 국가와 지역·민족 출신들의 학생들이 섞여 있다. 범인의 신원이 밝혀지기 전까지 소수민족 출신 학생들은 자국 출신이 아닐까 걱정해야만 했다. ⓒ버지니아 공대 홈페이지

미국 전역에서 한국인이 아닌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현재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 '아시아계'는 33명의 목숨을 앗아간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고가 난 후 하루 종일 들려 온 단어였다. 언론들은 범인이 '아시아계'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아시아계'라는 건 정확히 누굴 말하는 것인가?

범인이 영문학을 전공하는 23세의 조승희라는 보도가 나오기 전 모든 아시아계 사람들은 긴장했었다. 동부지구의 작은 도시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한 중국인 친구는 "제발, 제발 다른 아시아 국가 출신이었으면 좋겠다. 만약 범인이 중국인이라면 우리는 난처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베트남 유학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채팅룸에서도 추측이 난무했다. 한 유학생은 "예감이 이상하다. 아마 베트남 출신일 것 같다"고 썼다. 다른 학생들은 그렇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 도움말을 주고 받았다.

인터넷 공간은 범인의 신원에 대한 추측으로 소란스러웠다. 범인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는 것은 마치 (전 미국인의 우상이 될 가수를 선발하는 인기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최종 우승자 발표를 기다리는 것만큼이나 긴장되는 일이었다. '데비슐루셀 닷컴(debbieschlussel.com)이라는 블로그에서는 범인이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파키스탄 출신 무슬림인 한 엔지니어 친구는 필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만약 범인이 파키스탄 사람이고 무슬림이라면 우리는 가방을 싸서 집에 가야 한다. 나는 다른 아시아국 출신이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제발 다른 아시아국 출신이기를! 이것이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회에서 나오는 기도였다. 물론 아시아계만의 기도만도 아니였다.

아프리카계 동료인 칼릴 압둘라는 "이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모든 소수 종족들은 바늘방석에 앉게 된다"고 말했다. 범인이 만약 백인이라면 그는 개인적인 동기로 사건을 저지른 외톨이로 그려지겠지만 유색인들에게는 그것이 용납되지 않는다. 범인과 같은 혈통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사건에 휩쓸린다. 압둘라는 "나는 아직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당했던 때 보였던 우리 숙모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들은 범인이 흑인이 아니기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많은 소수 인종 집단들은 그들이 미국 사회의 핵심에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압둘라는 덧붙였다. "한 개인의 행동이 전체 집단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적절한 사례가 있다. 사건이 난 직후 버지니아 공대의 한 학생이자 중국계 미국인 블로거가 많은 네티즌들에게 범인으로 지목됐었다. 그는 '총 애호가'로 유명하고 그의 블로그에는 자신의 총을 맨 사진을 게재했었다. 그러자 총격 사건이 난 후 2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의 사이트를 방문했고 그에게 인종주의적 편견을 드러내는 욕설을 남기고 갔다. 그는 <ABC> 방송에 "현재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범인으로 알고 있다. 나에게 남겨진 오명을 지우는 일에 열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계로서 필자는 '아시아계'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정체성을 나타내는 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아시아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 최대의 대륙이다. 아시아인들은 자신의 국가나 민족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분하지 '아시아인'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버지니아 참사 후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은 그 '아시아계'라는 말을 스스로를 제외한 다른 '아시아계'를 일컬을 때 썼다.

그러나 결국 그런 방식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미국에서 소수자라는 것은 21세기에도 언제나 문제가 될 것이다. 한 사람에 의한 하나의 악행은 (소수자) 공동체 전체를 비난받게 한다. 9.11 테러 사태 이후 무슬림과 남아시아계에 대한 증오에 찬 범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사건이 있고 나서 필자의 가장 절친한 친구이자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는 범인이 한국인이 아닐까 하는 직감을 가졌다고 한다. 그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는 자신도 모른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한 가지는 분명해 졌다"며 "(한국인들이 미국사회의) 모범적인 소수자 집단이 될 수 있다는 목표는 이제 조용히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번역=황준호 기자)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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