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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아박스-알씨씨의 허가 재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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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아박스-알씨씨의 허가 재고돼야

[기고] '세계 최초의 항암세포치료제' 발표를 보며

복지부가 차세대성장동력사업으로 지원한 크레아젠(주)의 '크레아박스-알씨씨'가 지난 5월 15일 식약청의 허가를 받았다. 항암세포치료제로는 세계 최초라며, 이례적으로 정부가 나서서 허가 사실을 자랑스레 공표했다.

하지만 허가 근거가 영 이상하다. 식약청은 고작 9 명의 환자에게서 관찰된 종양크기의 감소에 근거해 허가를 내 주었다. 그나마 종양크기가 감소한 환자는 9 명 중 단 한 명 뿐이었다. 세계 최초라면서도,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받지 않고 식약청이 자체로 허가 결정을 내렸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해명에 나섰다. 환자수가 너무 적어서 불가피했다는 게 식약청의 변이다. 계속해서 식약청은 크레아박스-알씨씨와 유사한 세포치료제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린 미FDA의 자문위원회를 예로 들었다. "미국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해" 국내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크레아젠도 가세했다. "기존 항암제에 익숙한 전문가들이 화학적 항암제를 기준으로 세포치료제 임상 과정과 결과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허가 근거에 이의를 제기한 국내 종양전문가들의 비판을 일축했다. 이들은 "신장암의 경우 예후가 불량하고 진행속도가 빨라 진행정지(stable disease)도 반응률로 포함해 평가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식약청과 크레아젠의 해명은 의약품 허가의 규제과학적 기본 원리를 무시한 '변명(식약청)' 또는 '근거가 불충분한 일방적 주장(크레아젠)'에 불과하다.

물론 암처럼 위중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면서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경우, FDA도 '신속허가'라는 제도를 통해 단계별 허가를 내 주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최소 50% 이상의 종양 감소가 관찰돼야 한다.

식약청이 미국 FDA의 자문위원회를 예로 든 것 역시 견강부회(牽强附會)식 변명일 뿐이다. 이들이 유사 항암세포치료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이유는 총 225 명 --- 9 명이 아니다 --- 의 환자를 등재한 두 개의 3상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 증가 --- 종양크기의 감소가 아니다 ----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대조군과 공정하게 비교한 결과였다. 더군다나 자문위원회가 검토한 의약품은 크레아박스-알씨씨와는 세포 처리 방법이 다르고 치료암의 종류도 다르다.

하지만, FDA는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서 허가를 보류했다. 왜냐 하면, 치료군에서 사전에 효과 판정의 근거로 명시한, '질병이 진행되기까지의 기간(time to disease progression)'이 연장됐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존기간이 증가한 것도 단 하나의 임상시험에서만 의미있는 결과였다 (FDA는 의미있는 결과가 복수의 임상시험에서 입증될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미국 전문가들의 판단을 존중했다는 식약청이 왜 더 경험 많은 FDA가 내린 결정과 그 근거에 대해서는 침묵했는지 모를 일이다.

크레아젠의 해명은 더 어이가 없다. 우선 '약이 다르면 심의 원칙도 달라진다'는 이들의 주장은 규제과학의 기본도 모르는 무지에서 나온 말일 따름이다. 의약품 허가에서 제일 중요한 고려 요건은 약(제품)이 아니라 환자이다. 2002년 FDA의 조직개편을 진두지휘했던 부청장 럼프킨 박사는 이 사실을 이렇게 강조했다. "[의약품 허가의] 진정한 쟁점은 임상적, 즉 의학적인 것이다." 요컨대, 암환자를 진료하는 종양전문의가 항암제의 전문가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를 전문가라고 할 것인가? 더욱이, 신장암의 치료제로 신속허가를 받은 의약품 중 '진행정지'를 반응률 계산에 포함시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결론을 맺자. 국민 건강을 볼모로 정부의 치적을 홍보하는 행위는 제발 그만 두자. 위중한 질병을 치료한답시고 엉성하게 2 상 임상시험만 마치면 덜컥 허가를 내 주는 제도도 이제는 좀 바꾸자. 전세계에서 유래를 찾을 수 없는 이렇게 느슨한 기준으로 허가만 받으면 무슨 소용인가? 결국 시장에서는 외면 당하고, 환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의 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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