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왜 문제인가? 군사력이 아니라 '독자적 행보' 때문
워싱턴이 중국에 대해 전략적인 염려를 하는 기본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워싱턴이 염려하는 것은 중국이 군사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독립적인 행보에 나서는 것이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쿠바나 베트남과 같은 작은 나라는 독립적인 행보에 나선다 해도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지만, 중국은 다르다. 중국은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지역의 중심이고, 외환보유액에서 일본을 제쳤고,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나라다. 중국 경제의 규모는 정확하게 재면 이미 미국 경제의 3분의 2에 이르렀고, 지금과 같은 성장속도가 유지된다면 대략 10년 안에 중국과 미국의 경제규모 격차는 해소될 것이다(물론 이는 1인당 GDP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GDP 총액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다).
중국은 아시아 에너지안보망과 상하이 협력기구의 중심국이기도 하다. 상하이 협력기구에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고 인도, 이란, 파키스탄도 옵서버 자격으로 이 기구에 가담했는데, 이들 세 나라도 아마 곧 정식 회원국이 될 것이다. 인도는 중국과 함께 공동의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시작했고, 아시아 에너지안보망에도 참여하게 될 수 있다. 만약 유럽이 미국의 위협에 겁을 집어먹어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 됐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이란도 역시 아시아 에너지안보망에 참여하게 될지 모른다. 이란이 동양 쪽으로 눈길을 돌린다면 거기서 기꺼이 손을 맞잡고자 하는 파트너 국가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 9월 테헤란에서 열린 에너지 문제에 관한 국제회의는 이란, 중국, 파키스탄, 인도, 러시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그루지야, 베네수엘라, 독일 등의 정부 관리들과 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광역 송유관 체제를 계획하고 보다 광범위한 에너지 자원 개발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부시가 인도를 방문하고 인도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승인한 것도 이런 지구적인 움직임들이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경합의 한 부분이다. 주권을 회복하고 부분적으로 민주화된 이라크는 미국의 지구적 헤게모니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상황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 그러니 워싱턴이 '팍스 아메리카나의 조연 배우'(국제문제에 관한 영국의 주요 전문지에 게재된 글에서 마이클 맥과이어(Michael MccGwire)가 블레어 체제의 영국을 묘사한 표현임)와 함께 그러한 결과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온 것도 결코 놀랄 일이 아니다.
만약 미국이 이라크에 어느 정도의 주권을 허용할 수밖에 없게 되어 위에서 거론된 결과들 가운데 어떤 것이라도 뒤따라 일어난다면, 워싱턴의 계획가들은 미국이 영국을 대신해 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으로 떠오른 시기였던 2차 세계대전 이래 그들의 최고 외교정책 중 하나, 즉 '세계에서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정책이 붕괴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의 계획에 중심적인 것은 통제였지 접근이 아니었다. 이것은 중요한 구분이다. 미국은 중동의 석유에 의존하게 되기보다 훨씬 전부터도 이와 똑같은 정책을 추구했고, 설사 태양에너지에 의존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이와 똑같은 정책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한 통제력은 산업적 경쟁국들에 대해 '비토권을 행사할 힘'을 미국에 부여했다.
이 점은 2차대전 직후에 영향력 있었던 계획가들에 의해 설명된 바 있고, 최근에는 이라크 문제와 관련해 다시 강조됐다. 워싱턴의 계획가 집단에서 중요한 인물인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성공적인 이라크 정복은 유럽과 아시아의 산업적 경쟁국들에 대한 '긴요한 레버리지'를 미국에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딕 체니 부통령도 석유공급에 대한 통제력을 "협박과 공갈의 도구"라고 묘사하면서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물론 딕 체니의 말은 석유공급에 대한 통제력이 다른 나라나 세력에 의해 이용될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어 워싱턴의 민주주의 모델인 중앙아시아의 독재정권들에 대해 바로 그 도구가 워싱턴의 수중에 남아있도록 보장하는 송유관의 건설에 동의할 것을 촉구했다.
그와 같은 생각은 결코 독창적인 것이 아니다. 석유시대가 동틀 무렵인 거의 90년 전에 영국의 월터 흄 롱(Walter Hume Long) 해군장관은 "지금 전 세계에서 이용가능한 석유의 공급을 다 확보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도 이런 중요한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 윌슨은 베네수엘라에서 영국인들을 몰아내고, 대신 미국 기업들을 진출시켜 이 나라의 석유부문을 맡도록 했다. 1928년에 이르면 베네수엘라는 세계의 주요 석유수출국이 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윌슨과 그의 후임자들은 베네수엘라의 사악하고 부패한 독재자를 지원하고, 그 독재자로 하여금 영국의 채굴권 행사를 중지시키도록 했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고 있던 지역인 중동에서도 석유에 대한 자국의 권리를 요구하고 확보해나가는 작업을 계속했다.
이런 일들은 서구의 지적 문화에 의해 칭송되는 '윌슨적 이상주의'의 실제 의미는 물론 '자유무역'과 '문호개방'의 진정한 의미도 보여준다는 점에 주목해볼 수도 있다. 때때로 이런 측면이 공식적으로 인정되기도 한다. 워싱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질서의 틀이 잡히고 있을 때 작성된, 미국의 석유정책에 관한 국무부의 한 비망록은 서반구의 자원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인 통제력을 보존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와 동시에 "새로운 지역에서 미국기업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하는 문호개방 원칙도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자유무역론'을 예시해주는 좋은 예다. 우리 미국인들이 가진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지키면서 다른 나라들에게는 우리의 문호를 닫는다. 우리가 아직 갖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문호개방의 원칙 아래 그것을 손에 넣는다. 이 모든 것은 국제관계에 대한 진정으로 의미심장한 이론인 투키디데스의 금언이 옳음을 보여준다. 투키디데스는 "강한 자들은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대로 하고 약한 자들은 당해야만 하는 대로 당한다"고 말했다.
자주·민주로 나아가고 있는 남미
오늘날의 이라크에 대해 퇴출전략을 이야기하는 것도 이런 현실이 도전에 직면하지 않는 한 거의 아무런 의미도 없다. 워싱턴의 계획가들이 이런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는 전혀 분명하지 않다. 그런데 그들은 도처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새천년에 대한 첩보기관의 전망에 따르면 미국은 당연히 중동의 석유를 계속 통제하겠지만 보다 안정적인 대서양 해저유전에도 의존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서부 아프리카의 독재국가들과 서반구 지역의 해저유전에도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아르헨티나에 이르는 남미에 대해 워싱턴이 행사해온 통제력은 심각하게 잠식되고 있다. 남미에 대한 워싱턴의 두 가지 주된 수단은 폭력과 경제적 목조르기였지만, 이 두 가지 무기가 다 그 효력을 상실하고 있다. 남미에서 미국이 가장 최근에 군사쿠데타를 지원한 사례는 2002년 베네수엘라의 경우였다. 그러나 미국의 도움으로 수립된 정부가 곧바로 대중적 저항에 의해 전복되고 중남미에 소요가 일어나자 미국은 발을 뒤로 뺄 수밖에 없었다. 중남미에서는 서구에서보다 민주주의가 훨씬 더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의 전복은 이제 더 이상 조용히 수용되지만은 않는다.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통제력도 역시 잠식되고 있다. 남미 국가들은 근본적으로 미국 재무부의 지부인 국제통화기금(IMF)에 진 빚을 갚아나가고 있다. 워싱턴에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남미 국가들이 베네수엘라의 원조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르헨티나의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아르헨티나는 국제통화기금의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한 탓에 경제적 재앙을 겪었고, 그 규칙을 철저하게 위반하는 것을 통해 경제적 재앙에서 회복됐다. 브라질도 이미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벗어났고, 볼리비아도 역시 베네수엘라의 원조를 받아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벗어날 것이다. 남미에 대한 미국의 경제적 통제력은 심각하게 약화되고 있다.
워싱턴의 주된 걱정거리는 중남미의 주요 석유생산국인 베네수엘라다. 미국 에너지부의 추정에 따르면, 정유비용이 많이 드는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정도로 국제유가가 충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베네수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석유 매장량이 많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해 극단적으로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고 정권전복을 꾀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베네수엘라는 수출과 투자를 다변화하는 데 부쩍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중국이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으며, 사실 중국은 이미 자원이 풍부한 다른 남미 국가들의 수출을 받아주는 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남미 최대의 가스전을 갖고 있는 볼리비아도 이제 베네수엘라와 거의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이 두 나라는 다른 측면에서도 워싱턴에 문제가 되고 있다. 두 나라는 국민에 의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갖고 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대한 베네수엘라 국민의 지지도는 남미에서 가장 높으며, 특히 차베스가 집권한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베네수엘라 국민의 이런 지지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차베스는 독립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동시에 엄청난 대중적 지지를 누리고 있는 탓에 미국에서 극심한 증오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볼리비아는 서구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도 없는 종류의 민주적 선거를 치렀다. 국민 모두가 매우 잘 이해하는 진지한 쟁점들이 선거과정에서 논의됐고, 일반 대중이 선거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바로 그 대중이 그들 자신 속에서, 즉 국민 가운데 다수인 토착 원주민들 속에서 대통령을 선출했다. 민주주의란 힘의 중심에 있는 자들에게는 언제나 두려운 것이며, 민주주의가 그저 형식인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내용을 담게 될 경우에는 특히 더 그렇다.
이런 두려움이 어떤 성격의 것인지는 남미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논평들에서 드러난다. 런던에서 발행되는 <파이낸셜 타임스>는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으로 되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가 사실이라면 전 세계에 걸쳐 자유와 민주주의의 실현을 추구한다고 하는 서구의 강대국들로서는 심각한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이 권위주의적인 자세를 취하고 민주주의 원칙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은 그가 국민 중 95%의 의사를 따르고, 볼리비아의 가스 자원을 국유화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공무원 봉급을 삭감하고 부패를 제거하는 것을 통해 국민의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모랄레스의 정책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베네수엘라의 지도자가 실시해온 정책과 비슷해졌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차베스의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도가 높다는 것만으로는 그가 반민주적인 독재자라는 데 대한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듯이 <파이낸셜 타임스>는 그가 베네수엘라에서 실시한 것과 똑같은 정책을 볼리비아에서도 실시되게 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시사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개탄한 부분을 그대로 인용하면, "볼리비아의 문맹퇴치 정책과 거기에 파견돼 일하고 있는 쿠바 의사 수백 명에 대한 임금지급"을 차베스가 돕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언급된 쿠바 의사들은 볼리비아의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그들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2006년 3월에 발표된 부시 행정부의 최근 국가안보전략은 중국이 미국의 지구적 지배에 장기적으로 최대의 위협이 될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 중국의 위협은 군사적인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것이다. 이 국가안보전략 문서는 중국의 지도자들이 "무역을 확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에너지 공급을 어느 정도 '차단'하거나 시장을 개방하기보다는 시장에 대한 지도를 추구할 수도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 간 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에게 세계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부시는 중국이 수단, 버마, 이란의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중국이 자유무역과 인권보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이 인권을 숭상하는 순수한 민주주의 국가들로부터만 석유를 수입하는 미국과는 다른 행동을 하고 있다는 투였다. 그러나 미국에 석유를 수출하는 나라들 가운데 적도기니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사악한 독재정권이 집권하고 있는 나라들 가운데 하나이고, 콜롬비아는 인권의 측면에서 남미 최악의 나라다. 미국은 또한 중앙아시아 국가들, 그리고 미덕의 모범이 되는 다른 나라들로부터도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는 듯이 부시는 말했다. 사실 미국이 '협박과 공갈의 도구'를 손에 꽉 쥔 채 자국의 전통적인 '문호개방 정책'과 세계적인 에너지 조달을 확실히 하기 위한 노골적인 공격을 추구할 때에 그 어떤 품위 있는 인사가 나서서 워싱턴이 세계의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고 있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일들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서구 사회에서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는 주목되지도 않는다는 점은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이다.
<뉴욕 타임스>는 부시와 후진타오의 회담에 관한 기사에서 "석유에 대한 중국의 욕구가 이란에 대한 중국의 자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 이란을 놓고 '이 문제'가 특별히 부각될 것 같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이 문제'란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을 '차단'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지칭한 것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중국의 대규모 국영 석유회사가 이란의 거대한 야다바란 유전을 개발하기 위한 7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이란과 체결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게다가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도 관여하기 시작했기에 더욱 그렇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차대전 때 영국이 물러난 이래 줄곧 미국의 예속국가였다. 그런데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경제적 관계, 더 나아가 군사적 관계까지도 확대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예속돼있었던 기존의 양국 간 관계가 위협받고 있다. 이제 사우디아라비아는 서부 아시아와 북부 아프리카 전체에서 중국의 최대 무역상대국이 돼있다. 이런 사실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음을 입증해주는 추가적인 증거가 되지 않을까?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미국 정부는 그를 위해 대통령이 주최하는 국빈만찬을 베풀기를 거부했다. 이는 계산된 모욕이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 것으로 통쾌하게 보복했다. 이런 후 주석의 행보는 워싱턴의 뺨을 한 대 때리는 것이나 다름없었고, 워싱턴도 이런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