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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발견한 행성 모두 퇴짜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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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이 발견한 행성 모두 퇴짜 맞다

[별 이야기] IAU가 결단한 '가족의 퇴출'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원제: The New Humanists - Science at the Edge)라는 책 중에 실린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라는 글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법안과 소시지를 평가하는 사람은 그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지 말아야 한다는 옛말이 있다. 인간의 가치도 그와 같다. 과정과 결과물을 구별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가치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지식이 오해를 낳을 수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가 꼭 이기적인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이는 진화과정에서의 우연성 개입에 대한 강조가 불러일으킬지 모르는 허무주의에 대한 염려를 반박하며 스티븐 핑거 교수가 사용한 비유인데, 이것이 적절한 비유인지 좀 미심쩍어 이 '옛말'의 출전을 캐어보았다.

이 옛말을 추적해보니, '철혈재상'으로 불렸던 오토 폰 비스마르크가 남긴 어록이었다. 원문은 'Je weniger die Leute davon wissen, wie Würste und Gesetze gemacht werden, desto besser schlafen sie'인데, '소시지와 법률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를수록, 사람들은 더 편히 잠을 잘 수 있다'는 정도로 번역될 수 있을 것이다. 대단한 현실정치가로서 식욕까지 왕성했다고 알려진 비스마르크가 소시지나 법률을 비하하려는 뜻으로 이런 말을 했을 것 같지는 않다. 과정과 그 결과물을 구별해야 하는 일이 비단 이 두 가지에만 국한된 것이겠는가. 인간사에는 왕왕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들이 끼어들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 총회투표 광경 ⓒThe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Lars Holm Nielsen

대략 일주일 사이에 태양계 행성의 수가 열둘까지 늘었다가, 명왕성이 제외되며 여덟으로 정리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기서도 이러한 '과정과 결과물의 구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국제천문연맹(IAU)의 행성 정의 결의안은 이미 알려진 바대로, 명왕성을 행성의 가족에서 퇴출시켜 '왜행성' 등급으로 '강등'시키고, 세레스(혹은 케레스), 2003UB313(가칭 제나)를 왜행성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왜행성들의 명칭(행성이라는 뜻의 'Planet'에 상응하는)으로 제안된 '플루톤(Pluton)'은 총회 투표 결과 183(찬성) 대 186(반대)의 단 세 표 차이로 부결돼, 이들은 새 명칭이 결정될 때까지 그저 '왜행성(Dwarf Planet)'으로 불리게 되었다.

이번 결정은 IAU 산하 '행성 정의 위원회'의 전원합의 사항이 총회투표에서 부결된 것인데, 일련의 전개과정은 이미 보도된 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대중적으로 행성으로 공인되어 있던 명왕성의 퇴출은 부담스러운 결정이었겠지만, 행성 연구의 관점에서 보면 명왕성과 여타 행성을 구분한 이번 결정은 타당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행성 발견의 역사에 질적 변화가 오는 것일까? 이제 단순히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꽤 큰 천체를 발견했다고, 바로 행성을 발견했다고 주장할 수는 없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명왕성과 샤론(카론), 그리고 2003UB313은 모두 20세기에 미국인이 발견했는데, 이것이 이번 IAU총회에서 모두 행성 자격을 얻지 못하거나 심지어 박탈 당하는 '비운'을 겪은 셈이다. 명왕성의 조금 안쪽 궤도를 도는 천왕성은 독일태생의 영국인 허셀(Herschel)이 우연히 발견했고, 해왕성은 프랑스인의 르 베리어(Le Verrier)와 영국인 아담스(Adams)가 존재를 예측하고 독일인 갈레(Galle)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런가 하면 이번에 행성후보에서 탈락한 세레스(Ceres)는 이탈리아 천문학자 피아찌(Piazzi)가 19세기 초에 발견했으니, 반미 감정에 의한 결의로 섣불리 몰고 갈 수는 없겠지만, 어쨌거나 미국으로서는 아쉽게 된 게 사실이다. 이번 결의에 의해 미국인이 발견한 행성은 모두 퇴출되거나 퇴짜를 맞았다.
▲ 결의안에 따른 행성분류 ⓒThe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Martin Kornmesser

행성의 이름을 외워야 하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이번 결의안이 반갑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행성 찾기 시합'을 보는 재미를 놓치게 되었다는 점은 좀 아쉽다. 좀 느슨했던 IAU 행성 정의 위원회의 원안이 그대로 통과되었다면, 치열한 행성 찾기 경쟁이 벌어질 것이 예상되었는데 말이다. 19세기 중반에 있었던 해왕성 발견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가 그 공로를 놓고 극단적으로 대립했던 역사가 바로 그와 같은 경쟁의 실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http://www.kasi.re.kr/sub4_study/sub4.asp?id=D&sm_id=neptune&depth=neptune 참조).

어쨋거나 소시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아버렸으니, 이것도 부질없는 생각일까? 구글에서 프레시안을 더 자주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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