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새 정부 인수위원회의 정부조직 개편안에 '통일부 폐지'가 확정 된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민족적 과업이고 시대적 소임이며, 그 자체로 숭고한 목적입니다. '통일'과 '평화'가 얄팍한 정치 전략으로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가 아닌 잠정적 특수 관계인 남북관계가 국제문제에 매몰되어서도 안 됩니다. 국제정세에 대한 명확한 판단, 우방과의 긴밀한 공조도 중요하지만 남북관계를 국익과 외교문제로만 보는 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 동안 남북교류협력의 확대를 통해 남북관계의 긴밀성과 중요성은 더욱 커졌으며,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교류협력은 확대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 대북정책의 성과를 거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기존의 대북정책의 성과를 철저히 검증하고 수용하면서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대북정책은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봐야 하고, 그 속에서 변화와 연속성을 어떻게 수용하고 조화시켜 낼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통일부 폐지'는 위와 같은 통일에 대한 민족적 의무,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지속성이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마땅히 철회되어야 하며, 이명박 당선자와 인수위에 다음과 같이 전향적인 사고를 촉구합니다.
첫째, 통일정책이 외교정책에 종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남북관계와 함께 대미·대동북아 관계 속에서 한반도 평화공존체제가 확립되어야 함은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는 미·일·중·러 주변강대국의 영향과 이해가 직접적으로 맞닿는 부처입니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독자적이고 주체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남북관계가 주변 강대국의 이해에 따라 종속변수로 전락될 개연성이 큽니다. 이로 인해 정책추진의 일관성이 결여될 수 있으며, 대북정책에 대한 혼선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통일부의 폐지가 아닌 사업에 대한 부처간 이해조정과 통일부의 역할 재조정이 필요합니다.
둘째, 통일부의 폐지가 아닌 대북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 동안 프로젝트 중심의 일회성 대북사업이 주를 이루면서 우리 사회 내에서는 '퍼주기' 등 일부 문제를 드러낸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잘못은 교정하고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체계적인 대북 프로그램의 개발입니다. 그 동안의 대북 사업을 장기적 관점에서 더욱 체계화하고 제도화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독자적인 통일전담 부서로서 통일부의 기능과 역할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애써 틔운 물길을 막는 것은 한반도 평화를 역행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셋째, 지난 정부의 대북정책과의 차이에만 집착하지 말고 보다 큰 이익을 위해 용기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선악정사의 이분법적 사고나 이념적 독단에서 벗어나 한반도 평화시대에 걸 맞는 성숙한 정책추진이 필요합니다. 갈등 속에서도 해결가능성이 있고, 관리 가능한 평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다른 점이 있더라도 같은 점을 취하면서 이견을 좁혀나가는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야 말로 지금 가장 필요한 덕목일 것입니다. 감정을 버리고 냉정하게 민족 동질성을 회복해 가는 일관성이 필요합니다.
넷째, 우리는 독일의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통일 전 서독은 내독성이라는 조직을 두어 일관되고 주변상황에 흔들리지 않게 통일 노력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국 통일로 귀결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북한의 특수성과 남북관계의 복잡성을 감안해 대북 협상을 총괄하고 대북 사업을 조정하는 전담 부서는 꼭 필요합니다. 남북관계가 괄목상대할 정도로 발전하고 이제 본격적인 통일과정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남북관계를 관장하는 통일부의 위상은 더욱 강조되어야 마땅합니다.
2008년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이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도 60주년을 맞이한 해입니다. 또한 분단 60년의 해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오랜 세월 냉전적 대립과 반목의 터널을 지나 비로소 민족화해와 교류협력의 시대를 열어 나가고 있습니다. 현재 세계는 냉전체제가 해체된 이후 국익과 실리를 좇아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로 제휴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국제환경에서 남북관계는 더욱 중요하고 이를 전담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부서는 존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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