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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기사에 이어 이화여대에 재학 중인 최윤정 씨의 기사를 게재합니다. 이 기사는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언론홍보영상학부)의 지도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20대의 시선으로 본 세상 읽기가 <프레시안> 지면을 더욱더 돋보이게 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사 보낼 곳 : bluesky@pressian.com) <편집자>
"삑~, 환승입니다"
버스를 타고 있자면 매 정류장마다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지난 2004년 새 요금 체계가 도입되던 당시 헷갈린다며 당황해하던 시민들은 이제 조금은 복잡한 환승 체계에도 제법 적응한 모습이다. 서울 시내를 달리는 초록, 빨강, 노랑, 파랑색의 4색 버스는 물론 넓게 들어선 중앙버스전용차로도 당연한 풍경이 됐다.
서울 시내버스 하루 평균 이용객 445만 명 시대.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개편이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들고 있다. 서울시의 시내버스에 도대체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버스는 무한 경쟁 중
| 버스 준공영제? 버스 운행은 민간 기업에서 맡되 운영에 대한 결정과 책임은 지방자치단체가 맡는 방식. 민간 기업이 서비스를 공급하는 민영 체계의 틀은 유지하지만 내용적으로는 행정의 적극적 개입을 통해 공영제적 역할과 기능을 발휘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시내버스 운영에 생긴 변화는 서울시의 '간섭' 이다. 준공영제의 도입으로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영 행정권과 노선권을 넘겨받았다. 민간업체인 버스 회사에는 관리권만 남게 되면서 사실상 실권을 서울시에서 쥐게 됐다.
이 과정에서 버스업체의 수익 구조가 가장 크게 달라졌다. 기존에 버스업체 스스로 관리하던 이윤을 이제는 서울시에서 분배한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행 수입과 국가의 재정 지원금을 더해 80%는 운영 자금으로 업체별 동등 지급하고 20%는 성과 이윤이라고 하여 차등지급한다. 준공영제 3년째, 버스업체 측은 경영이 많이 안정되었다며 현 체제에 대체로 만족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이 '성과 이윤' 이다. 2005년부터 서울시는 1년에 2회씩 시내버스 품질 평가를 실시 중이다. 암행 검사 식으로 진행되는 이 평가는 업체 경영 실태, 서비스, 시설 평가 등의 항목을 총 2000점 만점으로 측정한다. 기사 복장 상태 단정함, 승객문의 답변 태도, 핸드폰 사용 여부, 청결도 등 항목은 구체적이고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기타 업체별 가·감점을 합산하여 순위를 매기고 이 순위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형식이다.
서울특별시 버스 정책과의 총괄 팀장 김덕영 씨는 "업체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이러한 정책을 도입했다. 업체 규모에 따라 최대 15억 원까지 지원이 되는데 결국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버스업체 측은 서울시의 이러한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A운수의 임상선 차장은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결국 자체적 노력이 불가피하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서로 잘하자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운수는 버스기사 '팀제'를 시행 중이다. 기사들을 팀별로 나누고 1년간 평가 사항에 대하여 평점을 부여, 연말에 우수 평가팀에 포상을 하는 제도다. 승객 건의에 따라 친절사원을 선정하여 기사 게시판에 부착, 사기를 북돋는 노력도 한다.
B상운은 수시로 자체적 암행 검사를 시행하여 모니터링 결과를 기사들에게 공개한다. 달라진 업체의 노력에 대해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이러는 게 결국은 다 서울시에서 점수 잘 받자는 거지. 그래야 돈이 나오니까. 그래도 확실히 다들 이제는 버스가 이윤만 내는 게 아니라 서비스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해"라며 솔직한 내부 사정을 밝혔다.
서울시는 이런 체제가 현재 시내버스 서비스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점차 이 성과이윤 비율을 50%까지 높여갈 예정이다. 서울시의 준공영제를 본보기로 대전과 대구, 부산, 광주도 시내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동참하고 있다.
버스도 디지털 시대
밤 11시가 넘은 시각. 직장인 김성강 (29) 씨는 10여 분째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연신 시계를 보던 그는 버스 표지판으로 다가가더니 B상운 고객만족센터에 전화를 건다. 차가 끊겼냐고 묻자 버스가 방금 마포구청을 출발했으니 몇 분만 더 기다리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각 버스에 장착된 BMS. 버스 기사는 운행 중 뒤차와의 간격을 확인해 운행 속도를 조절한다. 현재 모든 서울 시내버스 내엔 버스 운영 관리 시스템인 BMS (Bus Management System) 가 장착되어 있다. 각 버스의 고유 번호를 인식하여 그 위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이 시스템으로 버스를 운행 중인 기사는 물론 회사 업체 사무실 직원까지 모니터를 통해 각 버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BMS의 도입으로 버스 업체 사무실은 언제나 분주하다. 직원들은 시시각각 걸려오는 승객들의 문의 전화에 모니터에 나타나는 버스의 위치를 전해준다. 문자 메시지 알림도 가능하다.
차 간격이 지나치게 벌어지거나 인접하면 운전 중인 기사에게 "뒤차와의 간격을 고려하라"는 메시지를 전송한다. 차가 막혀 버스 움직임이 더딜 때 '스페어(spare, 쉬고 있는 버스)'를 투입하는 것도 다 BMS를 통해서다.
이 운행 이력 데이터베이스는 실시간으로 서울시 교통 종합 차량소에도 전송된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버스 정체 구간 및 운행 상황을 집계하고 문제를 파악한다. 버스기사 김만식 씨는 "예전에는 사실 (위반 좀 해도) 별 제재 없었지만 이제 무서워서 함부로 무정차 · 부정승차 못해요. 알아서 잘해야죠. 여기저기서 다 보고 있는데…"라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확실한 민원처리는 기본
'XXXX번 운전기사님 신고합니다'
'OOO번 버스… 정말 열 받네요'
대중교통을 얘기하자면 각종 민원 문제를 빼놓을 수가 없다. 시내버스 업이 결국은 서비스이니만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도 많다. 서울특별시의 민원 게시판 및 버스 운송사업 조합 게시판에는 위와 같은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시민들의 민원은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교통민원은 인터넷 게시판이나 전화, 엽서 등을 통해 크게 서울시와 버스 업체로 나누어 접수된다. 서울시로 접수된 민원은 업체별로 나뉘어 관할 구청에 이첩된다. 관할 구청에서는 민원을 접수한 시민을 통해 그 자세한 경위를 듣고 이를 업체에 통보한다. 업체에서는 이를 해당 운전기사에게 통보, 이 후 사건에 대한 진술서 혹은 이의 신청서를 받아 다시 구청으로 보낸다. 구청에서는 이를 모아 한 달에 한 번 가량 심의 위원회를 조직하여 그 처벌 강도를 결정하고 집행한다. 민원을 접수한 시민이 처리 결과를 통보받는 데까지 한 달 가량이 소요된다.
5개 버스 업체의 민원을 담당하고 있는 강북구청 교통지도과 최지훈 씨는 "우리 구청에서만 1년에 약 1000건 정도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 건씩 민원이 접수되기 때문에 이를 모아서 일괄적으로 처리하다 보니 처리가 다소 더딜 수밖에 없다" 고 지적했다.
민원을 직접 전해 듣는 버스 업체는 승객과 운전기사 양 측의 입장을 조절하려고 노력한다. 직장인 정재환(43) 씨는 지난 달 한 버스업체에 전화를 걸어 강한 항의를 했다. 버스기사의 이름을 대며 해고시키라고 막무가내다. 항의 내용은 평소에 그렇지 않던 버스였는데 운전기사가 일부러 운행을 천천히 하여 중요한 회의에 30분이나 늦었다는 것이다.
업체는 BMS 기록 확인 및 해당 운전기사를 불러 상황 파악에 들어간다. 자칫 시말서를 쓰는 상황까지 갈 수 있는 이 때 운전기사는 의연할 수 없다. 그는 BMS를 통해 뒤차와의 배차 간격이 너무 가깝다고 판단하고 이를 맞추기 위해 운행 속도를 조금씩 늦추었을 뿐이라며 큰소리를 친다. 원칙을 지켰을 뿐이라는 기사와 그건 그쪽 사정이라며 팽팽히 맞서는 승객. 업체는 누구의 손을 들어주어야 할까.
무시당하는 버스기사, 이제는 옛말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버스기사'라고 하면 만만하게 보는 풍조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버스기사는 '아무나'하는 직업이 아니다. 버스기사가 되려면 우선 철저한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여기에는 조합은 물론 업체, 서울시까지 관여한다. 하지만 새로 버스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절차의 복잡함을 넘는 장애가 있다. 예전만큼 기사를 많이 뽑지 않는다. 이직률의 감소가 원인.
왜 이직률이 감소했을까. 돌아오는 대답은 "옮길 이유가 없다"고 한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이후 운전기사들의 연봉은 2000만 원 대에서 3200만 원 가량으로 훌쩍 뛰었다. 버스기사들 사이에서는 "우리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 성과 이윤은 운전기사에게 보너스의 형태로 돌아온다. A운수의 경우 이를 자녀를 둔 우수기사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한다고 밝혔다.
임금 뿐 아니라 인권 보호의 문제도 개선되었다. 올해 초 버스기사 폭행 금지 법 안이 통과되면서 현재 각 버스 내에는 '기사 폭행 금지. 엄벌' 이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운전기사 보호를 위한 보호벽은 물론 CCTV도 확대 설치 중에 있다.
"몇 년 전에 인사를 안했다는 이유로 술 취한 할아버지께 맞다가 멱살 잡혀 경찰서까지 끌려간 적도 있다" 는 운전기사 김양규 씨는 "아직도 나이 드신 분들은 차를 발로 차거나 욕을 하시기도 하지만 확실히 예전보단 나아졌다"고 했다.
벌써 7년째 버스기사로 일하고 있다는 박희순 씨는 "다들 이직을 안 하면서 동료들과 친분도 두텁죠. 우리는 운동이 부족하니까 쉬는 날이면 같이 산행도 가고. 이만한 직장이 없어요 "라며 직장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
버스 체제의 변화로 운전기사들의 근로 여건이 개선되었음 물론 서울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녹색 교통 운동에서 서울 시민 1970명을 대상으로 버스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결과 개편 전인 2004년 6월 22.4%이던 만족도가 개편 후인 2006년에는 45.1%로 크게 올랐다. 불만족도는 41.8%에서 13.8%로 감소하였다. 시민들은 환승 제도의 시행을 가장 큰 만족 요인으로 꼽았다. 시내버스 교통사고 건수가 감소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환경오염 방지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압축 천연가스(CNG)를 이용한 천연 가스 버스는 현재 서울 시내 4000여 대에 이른다. 매연과 소음으로 인한 대기 오염이 심각한 수준인 상황에서 버스 고급화의 일환으로 확대 도입되고 있는 천연가스 버스는 승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여전히 '돈'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시내버스 고급화로 치러야 할 '대가'이다. 서울시의 막대한 재정 지원과 함께 시민들은 환승 혜택, 운전기사들은 임금 상승의 달콤함을 맛본다. 하지만 연간 약 2000억 원에 이르고 있는 서울시의 적자액은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급기야 서울시는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내버스 요금 인상을 감행했다. 2003년 700원이던 시내버스 기본 운임은 2004년 교통체계개편과 함께 900원으로 대폭 인상되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 해 4월에는 1000원 으로 운임이 인상됐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그래도 환승 혜택으로 인해 이전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장거리를 이동하는 승객 입장에서는 그리 가혹하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서울시의 적자에 버스 업체도 자유로울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경성 여객의 271번 버스는 2004년 이전 55대 운행 하던 것이 체계 개편과 함께 38대로 감축 운행 조치 됐다. 그러던 것이 올해 다시 5대 감차 되었다. 박희순 기사는 "버스 한 대, 한 번 운행할 때마다 서울시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 결국 그거 줄이겠다는 거 아니겠느냐"며 혀끝을 찬다. 문제는 버스 감차가 비단 한 업체만의 상황이 아니라는데 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각자의 세금, 각자의 돈으로 시내버스의 고급 서비스를 산 꼴이 되었다. 공공서비스업에 해당하는 대중교통에서도 '원하는 것을 돈으로 산다'는 자본주의 논리에 만족하고만 있어도 될까?
| 담당기자의 댓글…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3년째에 접어드는 서울시 버스교통 체제를 다뤘습니다. 버스회사 경영진, 서울시 버스 교통 담당자, 버스기사 등을 찾아 인터뷰를 한 패기와 열정은 높이 살만합니다. 그러나 균형 잡힌 시각과 문제의식이 아쉽습니다. 지나치게 '서비스 공급자'를 위주로 취재를 하다보니 마치 '광고기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버스 준공영제 3년을 되돌아보는 시점에서 짚어야할 '문제'는 무엇이었을까요? 기사 마지막 부분에 예산 문제, 요금 인상, 적자 노선 폐지 등의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부분을 중심으로 취재했더라면 서울시 행정당국도 버스회사도 따끔하게 받아들이는 좋은 기사가 되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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