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바뀔 때마다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 경제문제와 교육문제이다. 차기 정부가 교육문제를 해결한다며 내놓는 정책안을 보면 예나 지금이나 오로지 대학입시가 중심이 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제는 정말 관점을 돌려야 할 때다.
새 정권마다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며 나름대로 획기적인 안을 내놓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낳았고, 청소년들은 여전히 행복한 삶을 포기한 채 학원가를 전전하고 있다. 더구나 이제는 영유아들도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으며 유치원을 표방하는 영어 학원 및 기타 각종 학원, 학습지 등 영유아 대상 사교육 시장은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엄청난 양적 증가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공교육에 대한 신뢰도가 얼마나 추락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나 한편 자녀 교육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망이 얼마나 거센지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교육에 열망하는가? 대부분의 우리 국민은 교육이 성공적인 삶으로 가는 필수요건이며,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잘못된 기대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토록 열망하는 교육이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 교육정책은 대학입시에 집중되어 있고 대다수 부모의 희망도 오로지 자녀의 명문대 입학이다. 심지어는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의 설문조사에서조차도 자녀를 보낼 기관을 선택할 때 대학입시를 염두에 둔다는 응답이 있었다. 이 때문에 교육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을 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 기절할 노릇인데 이것이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작년에 일어났던 버지니아공대 총기 사건을 기억해 보자. 그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낯선 사람들에게 총을 난사해 33명을 죽게 만들었다. 우리나라 한 명문대의 학생생활조사에 따르면 많은 수의 대학생이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또한 청소년건강 관련 조사에서는 청소년 2명중 1명은 행복하지 못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청소년의 행복지수 국제비교에서는 우리나라 학생의 행복지수는 미국, 중국보다 10%포인트나 낮은 72.9%였고, 학교생활만족도는 미국보다 30%나 낮은 41%였다. 부모와 국가는 모든 에너지를 청소년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쏟고 있는데 그 결과는 씁쓸하기만 하다. 결과를 위해 과정은 참아보자고 말하자니, 세계적 대학도, 창의적 인재도 사실 그렇게 많이 배출하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정책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물론 학교 환경도 개선하고 대학입시제도도 손질해야 한다. 그러나 이제는 교육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고 국가 교육정책의 우선 순위도 다시 정해야 할 때이다.
출발점이 다르면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고, 기초가 부실하면 높이 쌓을 수가 없다. 교육에도 출발점이 있고 기초 공사가 있는데, 바로 영유아기 교육이다. 뛰어난 인물 중에는 어린 시절의 어려움과 불행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자라난 사람도 많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의 경험이 좋지 못하면 그것을 극복하기 가 쉽지 않다.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파국으로 몰아간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어린 시절의 보살핌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영유아기는 인성의 기초를 형성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시기여서 이때의 경험은 한 인간의 성장 뿐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다. 나아가 저출산, 부부 갈등, 여성 취업 문제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중요하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지식경쟁이 아닌 창의 상생의 사회이다. 창의 상생의 사회에서는 다변화된 사회 속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창의적인 사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산출할 수 있는 능력, 수많은 정보를 종합하고 선별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 협의하고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을 고루 갖춘 인재를 필요로 한다.
대학 입시에 매달리느라 단편적 지식을 주입하기 바쁜 청소년기를 보낸 아이들에게 이러한 능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창의성과 상생의 능력, 그 토대는 인간 발달의 초기인 영유아기에 형성된다. 그러니 출발점 균등을 등한시한 교육정책은 제대로 성공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 당선인은 무상보육을 약속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실망하지 않도록 우수한 보육정책으로 우리네 아이들을 훌륭히 키워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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